▲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캐나다의 로우언이라고 하는 장례회사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 발단은 로우언이 미국의 장례회사를 다 합병해버리자 미시시피 정부가 반독점법에 걸린다는 이유로 제소를 했다. 미국의 사법부에서는 당연히 미시시피 정부의 손을 들었다.
문제는 로우언이 NAFTA 11장을 들어 수용과 유사한 간접적인 수용이라고 제소를 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로우언이 졌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사법부에 충격을 주었다. 독점인지 아닌지에 대해 미국의 법원이 판단을 해야지 왜 제3의 민간기구가 판단을 하느냐라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인 산드라 오코너는 "우리의 헌법 3조는 연방법원에 각 사건과 논란에 관한 결론을 내릴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며 NAFTA 11장이 미국헌법 제3조의 위반이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사법권이 무시된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기업은 어떨까. NAFTA 12년 동안 42건의 제소가 있었고, 그 중 11건이 해결됐다. 11건 중에 5건은 기업이 이겼고 6건은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5건은 전부 미국의 기업이 이긴 것이다. 6건 중에 3건은 미국 정부가, 3건은 멕시코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것은 모두 미국 기업이고,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문제는 편파적이라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이 제3의 민간기구에서 판단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 나라의 사법부는 그 나라의 경제나 민심이나 사회를 생각하면서 판단을 하는데, 이 기구들은 오직 NAFTA의 조항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
42건 중 압도적으로 많은 1/3 정도가 환경에 관한 것인데, 기업이 이기면 그 환경규제는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메탈클레드라고 하는 쓰레기처리 회사가 있다. 멕시코의 쓰레기 처리를 유치했고, 쓰레기장 확대 인·허가를 냈는데, 멕시코의 시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쓰레기장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상수원을 오염시켜서 암 발생률이 높아졌고 곡물이 자라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농민들이 조사해 알아냈고, 농민들의 반대로 시정부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아예 지역을 '생물종다양성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버렸다.
그런데 간접적 수용이라고 제소를 해서 이겼고, 메탈클레드는 멕시코 정부로부터 1650만 달러를 받았다. 기업이 주변을 오염시키면 당연히 벌금을 내게 해서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오염을 시키고 정부로부터 돈도 받았다.
미국의 에틸컴퍼니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 MMT라는 신경유독물질을 반입하려고 하다 캐나다 정부가 반입하지 못하게 하자 제소를 해서 이겼다. 캐나다 정부는 13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정부는 스스로 제소를 두려워해 규제를 완화시키게 된다.
FTA는 미국의 어거지 관철 협정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UPS 케이스다. UPS는 TNT, DHL 등과 함께 세계 4대 특송업체다. 이 특송업체가 캐나다의 우체국을 상대로 NAFTA 11장 위반 혐의로 1억6000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제소를 했다. 망산업에서 설명했듯이 우체국은 전국에 우체국 지부가 있어서 산골까지 소포를 배달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보조금을 통한 교차보조를 받기 때문인데 이것이 불공정경쟁이라는 것이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데, 만약 UPS가 이기면 망산업은 전부 제소 대상이 될 것이다. UPS가 이기면 다른 특송업체도 가만 있을 리 없고, 캐나다에서 이기면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또 42건 중에 6건은 캐나다의 침엽수림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미국과 캐나다의 오래된 문제이다.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국유림이고 미국은 사유림이다. 그래서 캐나다는 목재 생산자들이 목재를 생산하는데 별도의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미국의 생산자들은 지주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목재 값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캐나다에 덤핑을 때리고 상계관세를 물리고 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어거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석유 수입도 많이 한다. 캐나다에서는 모레에 석유가 붙어있는 '샌드오일'이 많이 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미국은 NAFTA에 현재의 수출 비율을 위기시에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즉, 캐나다 전체 생산의 1/3을 수출한다면 위기시에도 1/3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다. 유가가 급등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해 석유생산이 줄어 캐나다 내수도 부족해도 1/3은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생검역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위생검역 수준을 낮추라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위생검역은 굉장히 자의적이다. 멕시코 한 기업이 우유를 수출했는데 박테리아가 검출돼 부적격 판정이 났다. 그러자 그 멕시코 기업이 미국 우유를 수입해서 재수출했는데 또 다시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그런 사례가 너무 많다.
한미FTA는 안보도 위협
미국의 공언에 따르면 한미FTA 7장은 NAFTA 11장보다 훨씬 강력하다. 아직 내용을 모르지만 정부가 쟁점이라고 얘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미 다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첫째, 우리나라 사법권을 초국적 기업에게 양도하는 것이고, 둘째, 그 내용이 환경과 건강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 국민의 사회경제적 권리, 즉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외교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하다. 전략적 유연성도 2월, 한미FTA도 2월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평택으로 이전한 미국 공군이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폭격을 위해 기동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대만과 중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위험이 코 밑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구나 한미FTA를 시작하면서 김종훈 본부장이 외교안보 동맹에 이어 경제적 동맹을 맺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중국을 포위한다는 얘기다. 원래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엄정중립'이었다. 한 때는 '동북아 균형자'라고 강하게 표현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캐스팅보드'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면 한국은 양쪽 다 동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안마다 힘을 실어주는 쪽이 이기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실리도 유지할 수 있고, 명분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침략으로부터도 안전해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미국에 치우쳐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결국 한미FTA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볼 부분은 확실하다. 정치적으로도 우리의 사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다. 따라서 한미FTA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권연대의 웹진 주간 [사람소리] 120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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