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졸속적인 한미FTA 저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미국에서의 투자 유치 활동)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고 있지만…."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조합원 8000명 앞에서 읽어내려간 대회사 중 '이러쿵저러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9일 오후 대학로에서 열린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쟁취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29일 미국에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한국의 투자환경을 설명하는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 일부 언론은 붉은 띠를 두르고 팔뚝질을 하던 그를 "노동운동가에서 투자유치가로 탈바꿈했다"고 치켜세운 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노총 위원장이냐, 경총 위원장이냐"고 그의 친자본 행보를 꼬집었다.
"건전한 산업자본은 오케이(OK), 투기자본은 노(NO)"
미국 자본의 유치를 위해 직접 해외로 향했던 그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한다?
이에 이 위원장은 "미국의 투자유치와 한미 FTA 저지는 분명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FTA는 양국간 경제를 완전히 합병하는 것인 반면, 자본 유치는 국내 금융법 등을 지키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상업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그는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외국자본을 유치해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회사 초반에도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소신은 분명하다"며 "노동조합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이라면 노동자들이나 나라발전을 위해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에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해외의 투기자본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미국 자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예로 들었다. 이어 "미국에 가서도 건전한 산업자본 투자는 오케이(O.K), 그러나 투기자본은 노(NO)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미 FTA 교섭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라며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한미 FTA 교섭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실론으로 한 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경제력 등이 비슷한 국가와 FTA를 추진한다면 큰 저항이 없겠지만, (한미 FTA가) 큰 반발에 부닥친 것은 초강대국과의 불평등 계약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는 행정부에 입법 권한을 준 무역촉진권한법이 만료되기 전(7월)에 FTA를 처리하려고 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공론화 등 투명한 절차를 밟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침에 대해 "국제노동기준대로 노사 자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만약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고자 한다면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 및 산업별 단체 교섭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