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주민자치 꽃 피워보자

순천시 주민자치대학 심화과정 교육 참관기

등록 2006.07.10 11:13수정 2006.07.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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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부터 7월 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순천시 좋은 동네 주민자치대학 심화과정 교육이 화순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렸다. 순천시는 타 시도에 비해 비교적 늦은 2004년도에 본격적인 주민자치가 시작되어 이제 걸음마 단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도시가 훨씬 알차게 주민자치를 이끌어 간다는 말처럼 인구 27만의 중소도시 순천은 그 어느 도시보다 자치위원들의 의욕도 높았으며 시민단체와 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주민의 일을 주민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민주주의의 꽃 주민자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구조임엔 틀림없지만 관 주도로 만들어진 태생적 문제점을 비롯해 부족한 시민참여 그리고 관내에서 아직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자치과의 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공무원인지 전혀 몰랐지만 그들은 진정한 '공무원'

이번 주민자치위원 외에 심화학습 과정에 참가한 공무원은 순천시 주민자치과 조천수 과장을 포함 모두 10여명, 일반적으로 공무원 하면 서비스 정신과 다소 거리감이 있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허드렛일이나 뒤치다꺼리로 일정의 대부분을 보낸다.

행사에 참가한 공무원 이모씨는 "아직도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경직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대민업무를 맡고 있는 우리 같은 경우는 서비스 정신이 없으면 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점은 조직 내부에서는 간혹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그만큼 공무원의 제1 항목이 아직은 서비스정신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적어도 이번 행사에 참가한 주민자치과 공무원들은 달랐다.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전혀 공무원 티(?)가 나지 않아 놀랐고 이틀 동안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보여준 희생과 서비스 정신에 그들이 진정한 공무원이구나 하고 한 번 더 놀랐다.

주민자치의 성공은 시민단체의 손에 달렸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곳은 순천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 우리 사회에서 '주민자치'라는 단어에 익숙하고 훈련된 인원들이 모인 몇 안 되는 단체다. 결국 그들의 손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주민자치는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순천YMCA 김석 간사는 "아직은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살펴보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의욕을 갖게 된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민자치 교육이 시민단체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워 보였다.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행정관청을 어렵게 생각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 줄 시민단체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의욕은 넘치지만 문제는 주민들의 참여

주민자치와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이 관이 주도한 태생적 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실, 그리고 주민자치라는 성격을 갖고 이미 활동하고 있던 각종 단체들과의 보이지 않는 마찰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와는 많이 다르다고 참석한 자치위원들은 이구동성이다. 의식 있는 위원들로 많이 바뀌었고 지역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참 봉사자들의 모임으로 매일 거듭나고 있다고 말한다.

교육 중에 보여준 그들의 의욕은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 했다. 김모 위원은 "그런 태생적 문제는 지금 많이 극복했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참여가 미흡한 것은 문제"라면서 일을 해 보려고 해도 동참하는 이들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주민 참여는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인 듯 보였다.

순천에서 주민자치의 꽃을 피워보자

교육은 늦은 시간까지 좀 힘들다 싶게 치러졌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아쉽지만 지금껏 주민자치가 관의 주도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민의 손에 의해 정착되기 위해선 꾸준한 교육으로 훈련된 주민자치위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과 조천수 과장은 "주민자치 위원들이 주민자치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아직 훈련이 되지 않았다"며 "오늘과 같은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좀더 시야를 넓혀 주민자치활동이 활발한 해외 선진지 견학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교육 마지막 시간, 주민자치위원들은 앞으로 마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발표하면서 의욕을 불태운다. 그리고 관과 시민단체가 많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1박 2일의 교육은 끝이 났지만 그건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기 위해 모인 70여명에겐 시작에 불과했다.

교육에 참가한 주민자치위원들이 협동게임을 통해 주민자치의 축이 되고 있는 행정, 시민단체, 자치위원 그리고 시민의 역할에 생각해 보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주민자치위원들이 협동게임을 통해 주민자치의 축이 되고 있는 행정, 시민단체, 자치위원 그리고 시민의 역할에 생각해 보고 있다.서정일

덧붙이는 글 | SBS U news에도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U news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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