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동굴 주변은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등이 자라고 있었으며 , 습기가 많았습니다.김강임
산방산 관통하는 진지동굴과 지저귀는 새소리
일제시대의 잔해는 제주 오름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해안절벽에서부터 심지어는 용암덩어리에 이르기까지, 산방산에도 일제시대의 흔적은 어김없이 잔해로 남아있었다.
산방산을 관통한다는 진지동굴은 습기에 젖어 있었다. 진지동굴 앞에는 종상화산체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동굴 안을 들어가 굴속을 살펴보고 싶었으나, 검은 동굴 모습을 보는 순간이면 늘 몸서리가 쳐진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 진지동굴 앞에서 동굴 속에 숨겨진 역사의 흔적 말하기엔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해소하지 못하는 역사의 잔해는 왜 이렇게 어두울까?
30분쯤 올랐을까? 표고 395m의 오름을 오르면서 힘들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엄살을 부린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급경사로 이뤄진 산 속에서 길을 찾아 나설 때는 1분도 지탱하기 힘들 때가 있다. 이때 여름 산이 주는 보너스는 지저귀는 새소리와 신록, 그리고 화산체가 알몸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다.
용암덩어리의 몸통을 밟고 정상부분에 다다르자, 등산로는 온통 가을빛이었다. 여름에서 느끼는 가을, 떨어진 단풍잎이 차곡차곡 싸여 가을 산을 연출한다. 푹신푹신한 단풍잎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준비해간 삶은 계란과 과일, 커피 한잔으로 허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