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경찰서의 112 지령실. 접수, 지령, 상담까지 1~2명의 요원이 처리한다.경찰청
#2. 착신번호로 다시 전화 걸라구요?... 범인에게 고자질 하는 꼴
이상과 같은 법적 현실을 무시하고 만약 경찰이 112신고 착신번호만을 토대로 범죄로 인지하고 신속하게 핸드폰 위치추적에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위치추적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지점이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은 경찰관들이 모두 출동을 하여 그 주변을 수색해야 한다.
그럼 기자가 지적했듯이 착신번호에 대해서 경찰이 전화를 다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장난·허위·오작동 신고라면 문제없다.
그러나 너무나 위급하여 제대로 된 통화도 못하는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는 것은 경찰이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대요'라고 고자질하는 것과 같다. 몇 년 전 모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에 납치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는 일이 있었지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없는 경찰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조치이다.
이 정도가 그나마 대한민국 최고의 112신고 접수·지령 시스템이 마련된 서울지방경찰청의 실태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는 접수요원과 지령요원의 전문화, 각 경찰서와의 네트워크 구성, 긴급사건의 우선처리 등등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울의 경우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경기지방경찰청의 여건은 더 열악하다.
각 경찰서 별로 소수의 112요원이 서울의 경찰서보다 적지 않은 신고를 처리한다. 경찰서 관할을 인식할 리 없는 통신시스템은 신고 관할도 종종 틀린다.
안양경찰서의 경우 주변의 시흥·군포·과천·광명경찰서와 고속도로순찰대에 대한 112신고가 안양경찰서 관내의 신고와 뒤섞여 접수된다. 서울경찰과는 달리 지방경찰은 이를 일일이 해당 관할에 통보해주는 업무까지 맡고 있는 셈이다.
엉뚱한 경찰서에 112 신고된 것에 불만을 가진 신고인의 항의를 받고 입씨름하는 것은 112 근무자의 당연한 덤이다.
#3. 해결책은 있다... 핸드폰 'SOS 기능' 묵히지 말자
해결책은 있다. 우선 휴대전화에 의한 112신고도 유선전화의 경우처럼 신고자의 위치가 신고 즉시 파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선전화가 이미 위치파악이 된다면 휴대전화라고 해서 안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실수든 고의든 수사기관에 112신고를 한 시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인권침해일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이 112신고를 통해 어느 특정인의 위치파악을 의뢰하는 것과 구분해야 한다).
요는 시민이 언제 어디서든지 112신고 버튼만 누르고 혼절하더라도 경찰이 그 위치를 추적해 출동할 수 있도록 바꿔야 제대로 된 112신고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둘째, 서울경찰의 112센터처럼 한 곳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범죄를 분석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그 즉시 관할경찰서에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서울경찰처럼 많은 경찰관이 접수와 지령을 담당하고 동시에 상황의 긴급정도에 따른 지방청과 경찰서의 지령 분산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실수 또는 장난 신고가 될 여지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신고에 대해 긴장하고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 흔히 발생하는 011-2****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장난전화에 대한 규제를 좀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범죄 상담 등 비교적 긴급하지 않는 신고 등은 112신고를 피하는 등의 국민적 협력도 필요하다.
넷째,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비책이다. 핸드폰에 있는 'SOS 메뉴'를 이용하자.
모든 핸드폰 기종에 있는 메뉴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 매뉴→메시지→메시지관리→000 SOS(기종에 따라 다른 명칭)의 기능을 이용하라는 점이다.
종류에 따라 핸드폰에는 옆부분의 버튼·기능음 크기 조절 버튼을 짧게 4회 이상만 누르면 가족, 지인, 112, 119등에 긴급구조 메시지가 동시에 전달되는 기능이 있다.
비난부터 하기 전에...
만약 잘못 눌렀다면, 본인이 즉시 연락하여 신고를 취소하면 될 것이다. 한동안 그런 취소신고가 없다면 경찰은 본격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받아서라도 수사에 착수해 범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적는 기자에게도 아내와 딸이 있다. 삼가 고인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고인의 가슴 아픈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성원으로 예산, 인력, 법과 제도 등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추어 놓고 '왜 경찰이 그 모양이냐'고 비난한다면 경찰인 기자도 비난에 동참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분노 보다는 차분한 비판으로 앞으로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믿고 있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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