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골 학교 풍경

지리산을 닮은 연곡분교가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등록 2006.07.10 16:02수정 2006.07.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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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유명하지만 지리산 못지 않게 피아골의 단풍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피아골에는 환한 미소를 가진 아이들의 학교 연곡분교가 있습니다. 피아골 계곡을 가로질러 처음 학교 정문을 보고 느낀 것은 "작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꽤 커 보이기 까지 하였습니다.

운동장은 넓고, 학교 규모도 작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농토의 넓이는 그대로지만 농촌이 야윈 거처럼 건물과 운동장은 그대로이고 학생수만 줄어든 것입니다. 산골학교에는 농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학교 뒷편에 가보니 올 봄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급식때 먹었다던 상추와 쑥갓이 텃밭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피아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물가에 자리잡은 복숭아나무가 보입니다. 몸에 좋다는 오디나무도 있습니다. 학교 뒷편 가득한 밤나무 숲은 지리산으로 이어져 학교를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곡분교는 피아골 계곡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터에 자리잡고 있어 넓은 운동장이 있고 빛이 잘드는 남향으로 잘 지어진 학교였습니다. 아마 이 학교를 처음 만들 때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물놀이도 하고 겨울이 춥지 않도록 고민 고민해서 장소를 정했을 것입니다.

지금 연곡분교 아이들은 총 19명입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자들은 20명 이하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면 단위 학교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19명의 아이를 가르치는데 너무 큰 학교와 너무 많은 선생님이 효율성이 없다는 것이죠.

김상일 선생님은 이 곳 아이들이 가까운 구례지역 아이들과는 너무 다르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눈빛도 사고방식도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 창의성이 높다고 합니다. 아나바나장터 같은 것을 열 때도 아이들이 스스로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을 정해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 숫자가 적다 보니 어떤 일에 소외되는 경우도 없다고 합니다. 모두가 주체가 되는 것이죠.

시골에는 연곡분교처럼 작은 학교들이 많습니다.
이런 작은 학교들이 사라지면 아이들은 멀리 다른 학교를 가야합니다. 도시보다 불편한 시골 생활에 학교까지 멀리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없는 마을은 아이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곳으로 변해갑니다.

다행이도 연곡분교의 학부모들이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폐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효율성과 경제논리만 따진다면 언제 다시 연곡분교 폐교론이 고개를 들지 모르는 것이죠.

이 아이들의 학교는 유일한 독서관이고, PC방이며 운동장입니다. 산골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다른 학교를 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을 닮은 연곡분교가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곡분교 정문.
연곡분교 정문.조태용

공식명칭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장".
공식명칭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장".조태용

지리산과 피아골 계곡이 함께하는 연곡분교.
지리산과 피아골 계곡이 함께하는 연곡분교.조태용

그네를 타다가 떨어진 아이를 달래는 김상일 선생님.
그네를 타다가 떨어진 아이를 달래는 김상일 선생님.조태용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학교 전체에 가득했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학교 전체에 가득했다.조태용

전교생 19명의 즐거운 식사시간.
전교생 19명의 즐거운 식사시간.조태용

이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할 수 있다.
이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할 수 있다.조태용

덧붙이는 글 | 참거래장터(open.farmmate.com)와 유포터에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참거래장터(open.farmmate.com)와 유포터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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