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에 가면 '벽화'가 숨어있다

거리미술전 참가한 학생들 작품...10년 전 부터 그리기 시작

등록 2006.07.11 09:52수정 2006.07.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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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대앞 공원 화장실에 그려 있는 벽화. 슛팅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홍대앞 공원 화장실에 그려 있는 벽화. 슛팅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 허환주

나는 홍대에 자주 간다. 술마시러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가끔은 싸구려 옷을 사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난 홍대를 잘 알지 못한다. 늘 가는 데만 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얼마 전 홍대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그렇게 가게된 가보지 못했던 길. 그곳에서 나는 홍대앞은 아직도 예술의 거리임을 알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만난 것이다. 홍대 앞을 밤낮없이 다녔지만 이런 거리는 처음이었다.

순간 '이런 곳에 그림이 왜 그려져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홍보를 위한 그림이라고 보여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홍보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너무 구석이었고 유명한 화가가 그렸기에는 그림이 미흡했다.

누가, 왜, 여기에….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의문. 하나의 단서가 있었다. 그림 아래 써있는 대학교와 이름들. 옳거니 하며 기뻐했다. 기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의 취재는 시작되었다.

왜 그린거야?

a 미용실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있는 벽화. 한성대 김청진씨는 머리를 하고 기분좋게 내려오는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미용실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있는 벽화. 한성대 김청진씨는 머리를 하고 기분좋게 내려오는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 허환주

지난 2001년 골목길에 그림을 그린 한성대학교 김청진씨는 "재미있어서 그렸다"라고 당시 벽화를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 벽화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의 일환으로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벽화를 그렸다"며 "그리다보니 재미를 느껴 홍대 골목길에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홍대 골목길에 벽화를 그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청진씨는 벽화의 장점에 대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미술작가들의 현대작품들은 전시회나 화랑에서만 볼 수 있다. 즉 대중들이 직접 찾아가야만 볼 수 있게 상자안에 갇혀 있다. 하지만 벽화는 일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 그들은 대중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하지 않고 대중들이 있는 곳에 자신이 찾아감으로서 함께 호흡한다. 내가 벽화를 그리는 이유는 보다 많은 이에게 나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린거야?

a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있는 벽화. 이 벽화는 영화 '생 날선생'에서도 나왔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있는 벽화. 이 벽화는 영화 '생 날선생'에서도 나왔다. ⓒ 허환주

홍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 사람들은 알테지만 홍대에 벽화는 곳곳에 숨어있다. 동네 담벼락부터 시작해서 건물 전체까지 해서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벽화들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올해 9월에 열리는 거리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는 홍익대학교 임나래씨는 "10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라고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 설명했다.

"홍대에 벽화가 생겨난 이유는 거리미술전 때문이다. 거리미술제는 홍대의 상업화된 거리를 대학생들과 지역주민간의 협력으로 홍대주변 지역의 문화 및 교육환경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다. 벽화는 그런 거리미술제 행사의 일환으로 여러 대학생들이 지역주민들의 허락을 받고 그린 작품들이다."

임나래씨는 "홍대라는 공간에서 벽화라는 존재는 문화를 통한 서로간의 커뮤니티를 진행시킬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그것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벽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a 홍대 담벼락에 있는 그림. 동네 주민의 양해를 구하고 그렸다.

홍대 담벼락에 있는 그림. 동네 주민의 양해를 구하고 그렸다. ⓒ 허환주

벽화를 그리려는 학생들에게 지난 2001년 건물벽면을 흔쾌히 내주었다는 건물주인은 "벽화가 그려지기 전에는 포스터가 붙어있는 등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들도 굉장히 즐거워 한다"며 "벽화가 그려진 이후로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고 말했다.

홍대에 옷을 사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자주 나온다는 소리나씨는 "벽화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홍대의 특징은 온갖 모든 문화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벽화 역시 그런 복합된 문화에 중요한 축이 아닌가 한다"고 벽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a 홍대역에서 홍대로 올라가는 거리에 있는 벽화. 이 벽화는 건물 한면이 벽화로 되어 있다.

홍대역에서 홍대로 올라가는 거리에 있는 벽화. 이 벽화는 건물 한면이 벽화로 되어 있다. ⓒ 허환주

대학가는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업주의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대학가를 평가내리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홍대의 벽화처럼 곳곳에서는 상업주의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홍대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보라. 곳곳에 숨겨있는 문화들을.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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