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할머니의 이름은 김순옥이다.
지난 7월5일 수요일, 날씨는 흐렸다. 그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권익 보호에 소극적인 정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5살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다 겪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이 있었다.
그 증언을 듣고 있던 김순옥 할머니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은 김순옥 할머니가 겪었던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하여 잊지 못하는 과거는, 아니 잊을 수가 없는 과거는 할머니에게서 눈물이 된다. 김순옥 할머니의 눈물은 그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과거를 잊거나 버리면 할머니의 눈물은 더욱 슬퍼질 것이다.
7월8일 토요일, 오사카에서 여러 명의 일본인들이 경기도 퇴촌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과 <나눔의 집>을 찾아왔다. <나눔의 집>에선 현재 아홉 분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생활하고 계시다. 그날 찾아온 일본인 가운데 아시하라 할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날도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이 있었다.
증언을 듣던 아시하라 할머니가 북받쳐 오르는 눈물 앞에서 입을 막는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은 이시하라 할머니로 하여금 할머니의 아픈 과거에 위로의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그렇게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죄악에 대한 미안함과 그 시대의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이시하라 할머니에게서 눈물이 된다. 아시하라 할머니의 눈물은 그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동참의 눈물이 없다면 과거는 잊혀질 것이다.
각각 다른 자리, 다른 시각에 있었지만 두 눈물은 연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하며, 상처의 치유에 동참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