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유도해 다단계 활동
반품·환불 제대로 안돼 손해봤다"

다단계 업체 'Y사'의 교묘한 영업... 피해·억울함 호소하는 대학생들 속출

등록 2006.07.11 19:09수정 2006.07.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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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에 위치한 Y사 건물.
논현동에 위치한 Y사 건물.최상진

취재 : 이덕원 최상진 최훈길 대학생 인턴기자

한때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대학생들의 다단계 피해 사례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다단계 업체의 제품을 구입한 뒤 반품과 환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경락마사지, 헬스클럽, 영어회화 등까지도 다단계 상품으로 등장해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다단계 업체로부터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박소영(가명·21)씨는 "사이비 종교에 사람들이 왜 빠지는지 알았다"며 "처음 '브리핑'(교육)에 들어간 사람 중 반은 (다단계를) 하고, 3일차 교육을 다 들으면 거의 (다단계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전 화장품, 맞춤형 속옷, 치약 등을 구입했던 박씨가 마음을 바꿔 판매한 회사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포장지 훼손과 구매기간이 너무 오래 됐다는 이유를 들어 총 280만원의 구매액 중 50만원을 제외하고 230만원만 환불해줬다. 이에 따라 그녀는 수수료를 포함해 70만원의 대출금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연수(가명·23)씨는 "금방 2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학자금 대출로 300만원을 빌려 (수수료 15만원을 제외한) 280만원 어치의 제품을 구입했다"며 "그런데 두 달이 지났다고 5%, 케이스가 없다고 10%를 제외하는 등 반액만 환불받아 140만원을 손해 봤다"고 털어놨다.

박씨나 김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적지 않은 대학생 다단계 판매원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다단계 업체들은 제2금융권과 연계해 대학생 판매원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권유한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피해 대학생 이재은(가명·22)씨는 "300만원을 빌리는데 선이자 20만원을 떼고 한 달에 8만원씩 이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라면 연 이자율이 무려 39%에 달한다.


영어회화 등 서비스를 다단계 상품화한 Y사 피해사례 급증

최근 영어회화 등 서비스를 다단계 상품화 한 Y사로 인한 대학생들의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씨에 따르면, 제품 구입액이 수당을 결정하기 때문에 돈이 없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학자금 대출은 사실상 (Y사에서) 다 해준다"며 "이에 대한 세밀한 계획과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도 "대부분 입사비 명목의 제품 구입비를 마련하지 못하는데 이런 애들을 팀장(스태프 리더)이 불러 우린 강요하는 게 아니라면서 은근슬쩍 '정 안되면 대출이나 사채 같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자도 싸고 가장 쉽다고 얘기하면서 친구랑 스태프들이 어떻게 돈 문제를 해결했는지 물어보라고 한다"고 다단계 업체들의 학자금 대출 권유 실태를 털어놨다.

그는 "친구들이 했다는 말을 믿고 학자금 대출로 300만원을 마련했다"며 "이 가운데 15만원은 수수료로 지불하고 280만원은 화장품을 구입했고 (대학생 다단계 판매원) 대부분이 330만∼350만원 가량 대출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대출받은 곳은 주로 지방에 연고지를 둔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이 주다.

또 Y사는 젊은 층들의 기호에 맞춰 '서비스 다단계업'을 표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피해 대학생 이씨는 "경락마시지, 헬스클럽, 영어회화 등의 제품을 사게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 대학생 김씨도 "Y사는 회원들에게 (다단계) 판매가 아닌 웰빙을 위한 건강·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회사라고 교육한다"고 말했다.

Y 회원 중 90%가 대학생...Y사측 "학자금 대출 알선 안해"

Y사 측은 "대학생들이 판매를 할 경우 부모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Y사 측은 "대학생들이 판매를 할 경우 부모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최상진
이씨의 말에 따르면, 현재 Y사의 회원수는 최소 500명에서 최대 1000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 3일 동안 세뇌교육을 하는데 '3개월만 지나면 월 1000만원을 받는다'는 회사측의 말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에는 Y사와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는 누리꾼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의 내용은 "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 Y사에 투자한 것 같다" "교육 3일째 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나왔다", "조카가 Y사에 다닌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다" 등 대부분 자신 또는 친구, 가족의 피해사례나 경험담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Y사측은 "우리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을 최소화 한 회사"라며 피해사례들을 전면 부인했다.

Y사의 한 간부는 입사비 명목의 제품 구입과 구입비 마련을 위한 학자금 대출 알선 주장에 대해 "1만원짜리 녹차라떼만 구입해도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며 "(학자금) 대출 알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에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가 조사한 다단계 피해 상담 상위 5개 업체 중 하나로 꼽힌 J사와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이전에 J사 사무실이 있던 건물에 우리가 들어왔고, J사가 망하면서 J사의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가입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그러나 J사 사장, 관리직원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그는 "대학생의 경우 부모동의서 없으면 물건판매를 못하도록 돼 있고, 부모동의서가 없는 학생들은 회원에서 탈퇴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의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 길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Y사, 다단계 피해상담 상위 5개업체인 J사의 후신?
피해 대학생 "계급 명칭과 용어만 조금 바뀌어"

Y사는 다단계판매업을 하던 J사와 동일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5월 법인명을 변경하고,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했지만 사실상 이전과 같은 구조로 다단계판매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J사는 2005년에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운동본부)가 조사한 다단계 피해상담 상위 5개 업체 중 하나로 꼽힌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5월까지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판매원들을 모집한 뒤 학자금대출을 유도해내는 형태로 1인당 300만원 이상의 제품을 사게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Y사가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이유는 방문판매업의 경우 다단계판매업과 달리 법률상 등록의무, 자본금규모 제한, 공제조합 가입의무 등이 없다. 단지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규제가 훨씬 덜하다.

실제로 J사에서 Y사로 바뀔 때까지 활동한 피해 대학생 박소영(가명· 21)씨는 "회사에서 업체명을 바꾸면서 J사를 탈퇴하고 Y사에 다시 가입하라고 했다"며 "문서상의 문제 때문에 재가입 시에 제일 싼 샴푸세트를 다시 구입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J사에서 Y사로 바뀐 뒤 계급 명칭과 용어도 조금 바꾸었고, 방문판매에 조금 끼워 맞춰진 정도지 실제로 하는 일과 교육내용은 다단계일 때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즉, J사 시절 '블루-레드-실버-골드-사파이어-에메랄드-다이아몬드'라고 부르던 단계별 명칭이 Y사로 바뀌면서 'PE-스태프-스태프리더-매니저-디렉터-매니징디렉터'로 명칭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상춘 운동본부 간사도 "Y사는 J사와 같은 건물에서 같은 판매원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팔고 있어 같은 회사로 본다"며 "대부분 학자금 대출액과 방값으로 200만∼300만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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