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 노릇 하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아가와 책 27] 엄한 부모 되기를 말하는 책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격하게 키워라>

등록 2006.07.11 14:55수정 2006.07.12 13:06
0
원고료로 응원
a 책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격하게 키워라>

책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격하게 키워라> ⓒ 즐거운상상

"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교육받은 대로 자녀를 가르쳤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타나, 과거의 육아법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성한 '내면의 아이'에게 해를 입히며, 아이의 자존감을 부정하고 '문제아'로 자라게 한다며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중략)

오늘날의 부모들은 세뇌 당했다. 그들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발칙한 개념을 둘러싼 심리학적 허구를 폭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앞서 말했던 역설을 강조하고 싶다. '훌륭한'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 자녀 교육의 목적이었을 때 아이들은 훨씬 행복했다는 사실을."
(책의 서문에서)


요새 아이들을 보면 '정말 버릇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많다. 음식점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떼를 쓰며 부모에게 매달리는 아이들,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려고 애쓰는 어른들. 이런 양육 방식에 따라 자란 아이들이 버릇없이 구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이 아이의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하면서 오히려 버릇없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엄격한 육아 방식을 권한다.

육아 과정에서 단호하면서도 엄한 부모의 태도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불행히도 요즘에는 자녀와 친구가 되려는 부모가 너무 많다"고 한탄한다. 자녀와 너무 격이 없이 지내는 부모는 결코 자녀에게서 '리더'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나약하게 만들지 말라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친구 같은 부모가 필요하지만 자녀가 어릴 때에는 부모가 리더 노릇을 해야 한다. 양육의 모든 단계에는 때가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혼동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창 사회성과 인지력을 키워나가는 유·아동기에 부모는 리더로서 아이에게 사회적인 규범과 자율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강한 사랑은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한 사랑은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게 한다. 강한 사랑은 아이에게 직접 이부자리를 깔게 한다. 약한 사랑은 아이에게 이부자리를 마련해 준다. 강한 사랑은 아이가 힘들어해도 내버려둔다. 약한 사랑은 아이가 힘들어 하면 대신 나서서 모든 일을 해준다. 강한 사랑은 응원은 하되 아이 스스로 싸우게 한다. 약한 사랑은 아이 대신 싸운다."

'구세대'라고 불릴 만한 60대 교육학자인 저자가 보기에, 요새 부모들은 '약한 사랑'으로 아이를 나약하게 만든다. 저자의 눈에 비친 신세대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수행할' 기회를 박탈한 채 아이의 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사회에 나가 큰 난관에 부딪힌다. 이 세상은 늘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언성을 높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어울려 살아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를 너무 과보호하는 부모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한다. 오늘날의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어른들의 대화에 아무 때나 끼어들면 안 된다'와 같은 중요한 일에는 별로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는 것.

그럼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예절을 가르치는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계획을 세울 것 :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 화장실 사용법, 이불 깔고 개기처럼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에는 언제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계획성 없이 무턱대고 가르칠 수 없으며, 그 경우 성공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2. 한 번에 한 가지 예절을 가르쳐라 : 다섯 살 미만의 아이에게 한 가지 이상의 예절을 가르치기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3. 그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연습시켜라.

4.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하지만 조용하게 주의를 주어라.

5. 예절 바른 행동을 했을 경우 그 행동에 대한 칭찬을 잊지 마라.


아이를 키우는 신세대 엄마 입장에서 이 책의 권장 사항 중엔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무척 많다. 아무래도 전보다 더 자유분방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혹 우리 아이가 버릇없는 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치마폭에 감싸 안는 잘못된 육아방식이 사회성 없고 천방지축인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자신의 육아 방법을 곰곰이 살펴보고 '내가 우리 아이의 하인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문제다. 물론 여기에는 나 자신의 육아 방법도 포함된다. 내 아이를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엄격하게' 아이를 키워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격하게 키워라

존 로스몬드 지음, 이은희 옮김,
즐거운상상,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5. 5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