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FTA괴담" 천지가 됐다고 비판한 13일자 <중앙일보> 보도.
우리 언론의 인권의식은 어느 수준일까? 당연히 만점 또는 1등급이 돼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인권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 절대명제를 비웃고 있다. 이런 경우다.
<중앙일보>는 인터넷이 "FTA괴담" 천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 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이 넘쳐나는 반면 FTA를 지지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한 뒤, "간혹 토론게시판에서 FTA 찬성 의견을 개진하면 '수구보수', '노빠'라고 매도당하기 십상"이라고 개탄했다.
주목하자. <중앙일보>는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과 '지지하는 글'을 맞세웠다. "FTA괴담"이란 표현도 썼다. 사례도 제시했다. 이런 것들이다.
▲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감기약 한 봉에 10만원이 된다.
▲ 관세 없이 수입되는 외제차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한다.
▲ 전화 한 통 걸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인터넷엔 'FTA괴담'뿐?
그렇다고 치자. 백번 양보해서 이런 주장들이 "부정적 효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치자. 달리 물을 게 있다.
이런 사례가 전부인가?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들이 모두 이렇게 과장된 '괴담'들 뿐인가?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에 대한 개탄이 너무 과한 나머지 <중앙일보> 스스로 "사실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을 낳지는 않았을까?
또 다시 양보하자.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 대부분이 과장된 괴담들이라고 치자.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들을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걸까?
<중앙일보>는 이 괴담들을 반박하는 논리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일방적 전망이요 주장이다. 지금은 단정을 내릴 때가 아니다. 찬반 입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마구 뒤엉켜 논리의 혼전을 거듭하는 게 작금의 형국이다.
<중앙일보>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치 평가를 먼저 내린 뒤 사실 관계를 전하고 있다. FTA가 소비자엔 이익인데 FTA괴담이 퍼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이러니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없다. "사이버 활동에 적극적인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 포장되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도 댔다. "네티즌들이 반대 논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여론시장에 쏟아져 나온 온갖 주장들을 '과장된 괴담'과 '정당한 주장'으로 선별해 버리면 수용폭은 좁아진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입장보다는 소음을 걸러내자는 입장을 우선시하게 된다. 더구나 표현의 자유를 구가해야 할 사람들의 이해력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면 걱정을 앞세우는 자세는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중앙일보>는 '단속'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괴담을 퍼나르는 네티즌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무지몽매한 주장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괴담을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홍보를 촉구하는 선에서 주장을 그쳤으니 <중앙일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다르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다.
<조선일보>는 "폭우와 겹친 대규모 도심 집회로 서울시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12일, 이 때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이 집회를 허가한 경찰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한 뒤 이렇게 따졌다.
"왜 주중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허가했는가"
나름대로 근거도 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