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를 중국 지도자들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가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이 계속 비타협주의를 고수하고 북한 역시 한중 양국의 설득에 귀를 막음으로써 한반도 상공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되었다.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할 가능성도, 북한이 미국의 양보조치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먹구름의 농도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으로 모아진다. 경우의 수는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일본안의 채택이고, 둘째는 중국안의 채택이며, 셋째는 양측의 절충안이며, 넷째는 결의안 채택 실패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반대로 미국과 일본이 중국안은 함량 미달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절충안이 채택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장외에 있지만 상징적 의미가 큰 한국의 입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중국으로서도 부담은 덜 해질 수 있다. 한국이 대북제재에 초점을 맞춘 결의안에 반대하면, 중국은 이를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한국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외교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결의안이 채택되든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가 포함된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이에 굴복하기보다는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입장에 따라 추가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초강경수를 두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제재가 포함되지 않을 결의안이 채택되면, 6자회담의 재개는 모색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우에 비춰볼 때, 교착상태는 더욱 장기화 될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의 향방은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제재가 포함된 안이 채택되면, 미국과 국내 보수파는 이를 근거로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 내지 축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결의안에 제재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더라도, 남북경협의 입지는 위축될 공산이 크다. 결의안에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무역거래에 대한 우려가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질 나쁜 위기, 그러나…
지난 10년간 지속되어온 한반도 위기는 이제 출구 없는 터널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 6월 위기는 지미 카터의 중재에 힘입어 그 해 10월 제네바합의로 반전되었다. 1998년 8월 금창리 핵의혹 시설과 북한의 광명성1호(대포동1호) 발사로 촉발된 위기는 김대중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해 페리 프로세스로 귀결되었다.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촉발된 위기는 DJ가 부시를 설득해 도라산역에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발언을 이끌어내고, 그 해 4월 임동원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함으로써 수습되었다.
2005년 1월~2월 부시행정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이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조성된 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중재에 힘입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고 9월에는 9·19 공동성명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문제해결의 희망은 위축되고 갈수록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질 나쁜 위기 국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의 순환구조를 형성해온 한반도 위기가 보여준 교훈은 있다. 자력에 의해서든, 타력에 의해서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온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오늘날의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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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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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의 북한 설득,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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