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이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에서 패배했다. 패인이 무엇일까? '이심'이 '박심'에 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색깔 논쟁 때문에 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박심'은 박정희 정권 후예들의 마음이다. 그들에게 이재오 의원의 민주화 운동 전력은 반 박정희 운동 전력과 다름없다. 사실 과거에 색깔 논쟁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용공세력이라기 보다 반 박정희 세력에 가깝다. 따라서 이재오 의원은 '박심'에 밀려야 하고 그 때문에 색깔 논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의 전력은 이미 지난 과거가 아닌가? 그는 3선 의원에 원내대표까지 거치면서 이미 한나라당 사람이 된 것 아닌가?
그러나 이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이 의원은 '서민을 위한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귀족 당으로 인식되는 한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하게 사는 자신만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재오 의원은 다시 반 박정희 운동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기반이 무엇인가?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기득권층 아닌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의원은 박심에 밀릴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다시금 색깔 논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오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423표를 얻어 강재섭 후보에게 469표나 앞섰다. 그러나 당 대의원에게 3368표를 얻어 강재섭 후보에게 931표나 뒤졌다. 이재오 의원이 서민을 위한 한나라당을 외치는 한 국민의 인기는 얻어도 한나라당 토박이들의 표는 얻을 수 없다.
'서민을 위한 한나라당'은 기득권층을 위한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역설이다. 역설은 실패했다. 이제 역설의 부메랑은 이 의원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왜 한나라당에 있는가?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인터넷 한겨레 필진 네트워크 문성훈 글방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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