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갯벌로 보내고 가족들과 함께 그레질을 하던 엄마들이 모여 그녀의 삶을 기록한 오종환 감독의 '갯벌여전사'를 보고 있다.김준
갯벌배움터 '그레'에서는 그녀와 함께 매일 생합을 잡던 엄마들이 모여 얼마 전 부안영화제에서 상영된 오종환 감독의 '갯벌여전사'를 보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딸 은별이 내레이션을 맡고 고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는 그레를 들고 갈매기를 쫒는 엄마를 보며 은별이의 '엄마는 내일도 모레도 계화도 갯벌에서 생합을 잡을 것이다. 아! 엄마다'라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한 엄마는 '갈매기가 되어 날아갔구만'이라고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어리석은 인간의 선택에 바다는 분노의 이빨을 숨기고 있다. 바다는 부자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놀이공간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는 이렇게 놀이와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고인은 바다와 갯벌에서 그녀의 희망을 찾았을 것이다. 방조제의 배수갑문이 막히기 전 멀리 서해바다로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기를 따라 칠산바다를 거쳐 태평양 깊은 바다로 나가 영원한 안식처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새만금을 잊지 못하고 조기떼를 몰아, 생합씨를 듬뿍 물고 계화도를 찾아 방조제를 몸으로 부딪치며 배수갑문을 열라고 소리칠지 모른다. 그녀의 영혼이 편하게 하려면 저 죽음의 방조제 물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은 산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녀는 생합만 잡게 해달라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대법원 앞에서, 방조제 위에서, 청와대 앞에서 외치다, 그토록 살리고 싶어 했던 '새만금 갯벌'이 되었다.
그대 갯벌과 함께 고이 잠드소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라도닷컴>의 '섬섬玉섬'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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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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