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쪽빛바다에 모래가 울어예는 섬, 신지도

올 여름 시낭송, 무인도 탐사 등 추억의 시인축제도 열려

등록 2006.07.17 17:40수정 2006.07.17 19:07
0
원고료로 응원
완도 본섬과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 사이로 여객선이 지나가는 모습
완도 본섬과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 사이로 여객선이 지나가는 모습박상건
우리나라 육지 최남단 완도 본섬의 건너편에 펼쳐진 섬이 신지도(新智島)이다. 본섬과 지척에 있어 이곳 섬사람들은 완도를 1일 생활권으로 삼아 살아왔다. 2005년까지만 해도 오일장과 수협 농협 공판장 등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철부선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완도읍과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가 개통돼 철부선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철부선을 밀어낸 다리가 관광명물로 등장했다.

섬 안에서 배 시간에 맞춰 하루 세 번씩 맴돌던 시골 버스도 이제는 본섬에서 오가는 대중버스가 하루 18회씩 운행되면서 추억 속의 섬 버스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철부선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47년째 바다에서 항해를 해온 철부선 선장 이정남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이는 완도 토박이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배를 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맨 처음에는 완도와 목포 구간을 운행하는 뱃사람이었다. 당시는 기상특보나 기상예보도 없었고 낡은 목선을 타고 새벽 6시 완도항을 출발해 오로지 선장의 감으로 파도를 헤쳐 청산도, 소안도, 노화도, 보길도, 넙도, 모도, 어룡포, 벽파진 등 3개 군 단위 섬을 거쳐 11시간 항해 끝에 목포항에 도착하는 험한 뱃길이었단다.

추억 속으로 사라져갈 철부선이 완도항을 떠나 신지도로 가는 모습
추억 속으로 사라져갈 철부선이 완도항을 떠나 신지도로 가는 모습박상건
하루 한 척밖에 운행하지 않던 여객선은 목선이었다. 이 목선은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76톤짜리 여객선 정원은 80명이었는데 모든 섬을 돌고 나면 200명 정도가 승선했다고 회고했다. 저마다 보따리 하나씩 들고 탄 까닭에 배 무게는 초과할 수밖에 없었고 목숨을 건 항해를 해야 했다.

바다에 목숨 걸던 마도로스와 섬사람들의 애환

하루 한 번뿐인 배를 기다리던 섬사람들 마음을 생각하면 승선을 거부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선박의 기술이 발달해 100톤 이상의 철부선이 등장했고 속력도 한층 나아졌다. 운행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 항로 역시 사라졌다. 선박이 버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11시간의 뱃길에서 파도치던 그 애환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섬에 다리가 생길 때마다, 섬에 도로가 하나 둘씩 뚫릴 때마다 다리가 연결되고 뱃길을 이용하는 사람은 줄어가기 마련이다. 현재 완도와 신지도 간을 운행하는 철부선 역시 왕복 20분이 걸릴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지만 신지대교를 통해 승용차가 건너가는 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지척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섬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가용 운전자들.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던 철부선은 그렇게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반평생을 외딴 섬, 섬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해온 영원한 마도로스 이정남 선장
반평생을 외딴 섬, 섬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해온 영원한 마도로스 이정남 선장박상건
대교가 생긴 것은 섬사람들의 생활의 편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섬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전국에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올해도 해양수산부가 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했고 전국 최초로 개장한 곳이다.


대중 해수욕장과 한적한 어촌 공존

우리나라에는 명사십리라는 이름의 해수욕장이 몇 군데 있다. 대개 '밝은 모래'라는 뜻의 명사(明沙)십리로 부른다. 그런데 이곳 신지도 명사십리는 '모래가 운다'는 뜻의 '울 명'자를 따고 4km에 조금 모자라는 3.8km에 달하는 '십리'라는 단어를 합해 '명사십리'로 부르고 있다.


또박또박 백사장으로 걸어 나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귀를 기울여보면 영락없이 그 울음소리가 들린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서 울려나오는 그 해조음은 모래가 울거나 파도가 모래에 해금을 켜듯 들려오는 신비의 울림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해송 숲이 백사장에 병풍을 치고 서 있다.

황금어장으로 각광받는 신지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
황금어장으로 각광받는 신지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박상건
해송 숲에 '사랑의 텐트촌'이라 명명한 마루를 설치한 야영캠프촌이 있다. 숲에서 야영하다가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다시 깊은 물 속에 잠겼다가 햇볕을 쬔 부드러운 모래는 찜질로 그만이다. 마을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 모래찜질로 신경통, 관절염, 피부 질환을 치료해오곤 했단다. 그 입소문이 피서객들을 불러모으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왜가리 서식지이기도 한 신지도는 해안가에 주렁주렁 가로등을 달아놓고 있어 밤바다의 해안선과 물빛이 일렁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맞은 편 완도항과 신지대교의 야경은 다도해 작은 섬들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이 지역 일대의 바다와 섬들을 묶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또 여기에 전통적 어촌의 풍경도 잃지 않고 있다.

한적한 해수욕장을 선호한다면 신지도 동쪽 동고리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다. 그야말로 한적한 어촌 풍경이다. 섬 뒤편에는 명사십리보다 수령이 더 오래된 울창한 솔숲에서 뿜어 나오는 송진 냄새가 갯바람과 어우러져 특이한 향기를 우려낸다.

올해 여름 '섬사랑시인학교' 열려

이곳 포구에서는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인근 무인도 등에서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지도에는 달해도·내룡도·외룡도·형제도·모황도·갈마도·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많다. 이런 섬들은 멸치 어장으로 어민들의 생활 전선이면서 강태공들의 황금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다. 서해안 대표 어종 감성돔과 우럭, 도다리, 광어 등이 많이 잡힌다. 섬으로 나가지 않아도 포구와 갯바위에서 손맛을 맛볼 수도 있다.

금모래 빛에 모래가 우는 백사장으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
금모래 빛에 모래가 우는 백사장으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박상건
섬문화연구소(이사장 오세영, 한국시인협회장)는 이곳 신지도에서 제9회 섬사랑시인학교(교장 송수권. 순천대 교수)를 8월 5일부터 2박3일 동안 완도군 후원으로 개최한다. 신지도 해변과 인근 무인도를 순회하며 탐사작업을 병행하는 이색 캠프를 열 계획이다.

첫날 시인들은 여행객들과 어울려 명사십리 밤바다에서 촛불 시낭송회, 캠프 파이어, 문학특강을 하고 이튿날은 배를 타고 나가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고 무인도 탐사를 한다. 무인도에서 시인들과 함께 창작체험을 하고 해변백일장을 열고 고기도 잡고 조개도 잡으면서 한적한 무인도의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서편제, 봄의 왈츠, 해신에 이어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촬영까지 명작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는 섬 완도. 올해 여름 완도 앞바다는 오세영·이성부·송수권·안도현·이은봉 등 30여 명의 시인과 일반 참가자들이 어우러져 문학의 향기로 한 여름 밤의 추억이 파도칠 것이다.

신지도 명사십리 해변에 노을이 젖어드는 모습
신지도 명사십리 해변에 노을이 젖어드는 모습박상건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립니다.
○ 신지도 가는 길
1. 항공 및 기차
서울(김포, 용산)→목포(목포공항, 목포역)→해남(강진)→완도→신지도
2. 대중교통
서울→목포(서해안고속도로 종착지점)→해남(강진)→완도→신지도
부산→순천→강진→완도→신지도
문의: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37) 신지해수욕장(061-550-5590) 시인학교 문의 02-2231-1843(sumsarang@naver.com)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립니다.
○ 신지도 가는 길
1. 항공 및 기차
서울(김포, 용산)→목포(목포공항, 목포역)→해남(강진)→완도→신지도
2. 대중교통
서울→목포(서해안고속도로 종착지점)→해남(강진)→완도→신지도
부산→순천→강진→완도→신지도
문의: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37) 신지해수욕장(061-550-5590) 시인학교 문의 02-2231-1843(sumsarang@naver.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2. 2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3. 3 구글 내부에서 감지된 이상한 분위기... 한쪽에선 '심각한 경고' 구글 내부에서 감지된 이상한 분위기... 한쪽에선 '심각한 경고'
  4. 4 윤석열 정부가 싫어한 영화... 시민들 후원금이 향한 곳 윤석열 정부가 싫어한 영화... 시민들 후원금이 향한 곳
  5. 5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