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개헌을 주장한 임채정 국회의장.오마이뉴스 이종호
헷갈린다. 여기저기서 개헌을 얘기하지만 한 목소리가 아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에 이어 김근태 현 의장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만 하자는 주장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범위를 늘리면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출신 임채정 의장은 '포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의장 자문기구로 '헌법연구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대선과 총선 주기 일치 ▲국민 기본권의 내용적 보완 ▲국가 운영체계의 개선 등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보폭이 확연히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첫술만 뜨자는 것이고, 임채정 의장은 밥그릇을 비우자는 것이다.
단서조항이 있다. 임채정 의장은 "개헌 시점은 국민 동의와 정치적 결단에 맡긴다"고 했고, 헌법연구조사위의 활동 범위는 개헌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개헌 논의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초 텍스트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임채정 의장의 구상도 단계론에 가깝다. 1단계로 헌법연구조사위를 통해 연구·조사 작업을 하고, 2단계로 논의·추진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첫술만 뜨자는 열린우리당, 밥그릇 비우자는 국회의장
하지만 이건 구상이다. 이 구상이 구체의 형태를 띠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임채정 의장은 헌법연구조사위를 헌법학자들 위주로 꾸릴 계획이라고 했다. 단순한 자료 수집 차원이라면 헌법학자들을 위원으로 위촉할 이유가 없다. 개헌안을 확정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밑그림은 그릴 것이다.
이러면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개헌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헌법연구조사위원들 사이에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될 것이다. 정치권이 자기 위치에 서서 헌법연구조사위 논의사항 하나하나에 대해 가·불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논란은 증폭될 것이다. 연구가 논의가 되고 논의가 논란으로 증폭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난다. 헌법연구조사위의 개헌 논의는 부득이 열린우리당의 '원 포인트' 개헌론에 영향을 미친다.
'원 포인트' 개헌론의 대전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다. 하지만 이 대전제는 증명되지 않았다. 국민과 정치권 대다수가 동의한다고 하지만 이 주장은 공인되지 않았다. 공인 주체도 없다.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춰야 한다는 상황론이 '원 포인트' 개헌론을 낳았다면 내각제가 대안 목록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다.
'원 포인트' 개헌 논의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면 그 논의는 불가피하게 '국가 운영체계 개선'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권력구조는 '국가 운영체계'의 하위범주에 속하는 문제다.
이 순간 '원 포인트'는 반점이 아니라 온점을 향해 내달린다. '일단'이 아니라 '내친김에'가 될 공산이 크다.
소모적 논의로 흐를 개연성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