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 소리를 품다

임천 이지향 서화작품전...7월 20일부터 백악미술관에서

등록 2006.07.19 14:22수정 2006.07.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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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앞둔 임천 이지향씨와 인터뷰하기 위하여 일산의 작가 서화실에 들어섰을 때 대금 산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대금소리, 이 기막힌 어울림. "이번 전시회에 사용할 음악"이라고 했다. 서화전에 음악? 그 의문은 쉽게 풀렸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세 갈래에서 접근한다. 전통산수에 근거한 문인화적인 산수작품, 일년 열두 달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과 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 그리고 대금, 거문고, 장구, 바이올린 등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


이지향 作, 정경, 70×45cm
이지향 作, 정경, 70×45cm이지향
작가는 이미 2002, 2004년 개인전과 초대전 등에서 문인화와 산수 작품을 펼쳐보인 바 있는데, 이번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주제. 이번 전시회는 이전 전시의 연장선상이면서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제를 가미한 작품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물그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작가는 서예, 문인화를 거쳐 이미 오래 전에 누드크로키, 누드정밀묘사, 인물화 등을 심도 깊게 익혔다.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들은 이러한 바탕 위에 얹어놓은 것이다.

"오래 전 글씨를 함께 썼던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그림액자에 소리를 넣는 소프트웨어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 얘기를 듣다가 보니 문득 소리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지향 作, 해바라기1, 70×90cm
이지향 作, 해바라기1, 70×90cm이지향
각각의 그림에서 각각의 그림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품을 한다는 것.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모색으로 늘 촉각을 열어 놓고 있다는 작가에 비추어 보면 그것에 대한 호기심과 번뜩이는 창작 아이디어는 지극히 당연했으리라.

그렇게 하여 창작된 작품들이 바로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들이다. 가야금, 대금의 연주는 물론, 살풀이를 추는 사람도 등장한다. 이 일련의 작품들에서 주목할 점은 배경이 대담하게 생략되었다는 점. 작가에게 그 연유를 묻지도 않았고, 작가 또한 말해주지도 않았지만, 소리와 음악이 곧 그 배경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을 터이다.


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창작 동기가 궁금하였다. 그동안 성인을 그리기도 하였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배경 또한 아이에 맞도록 키 작은 꽃으로 다루었다.

아이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작가의 일상에서 기인하는데,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의 부군(夫君)이 작명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느낌이 다가왔다고 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번뜩이면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연못 가운데 떨어진 돌이 수면을 흔들어 파동이 연못가에 이르게 하듯이 그 느낌은 작가의 내면을 길고 오래 흔들어 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부드럽고 따스하며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와 표정이 번져 나오게 된 것이다.


사족이지만, 꽃과 아이 주제의 그림들은 캘린더 제작회사나 아동관련 이미지 홍보를 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이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을 번뜩 떠올리기도 하였다.

이지향 作, 영산회상, 110×50cm
이지향 作, 영산회상, 110×50cm이지향
순서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경기대 동양화과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작가는 '스스로 느끼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식'을 취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미술)은 각 장르에서 출발해서 정점에 도달하는데, 적어도 각 장르에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상업적 세태 속에서 그 분야에 제대로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대가들을 보면 그것을 중요함을 여실하게 느낄 것이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강조를 많이 하는 편에 속하지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은 다수의 작가들이 겪고 있는 소요 경비의 문제와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작가의 처지.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일어났다. 인터뷰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은 작가의 얼굴이 밝아졌다. 작가의 뜻에 동감한 라온그룹의 회장께서 이번 전시회를 위하여 지원하겠다는 것.

기자의 얼굴도 함께 밝아졌다. 기업인들이 예술문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식하고, 문화에 투자하고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기 때문이다.

이지향 作, 보랏빛이 갈렸네, 51×45cm
이지향 作, 보랏빛이 갈렸네, 51×45cm이지향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세 갈래 주제의 작품들을 전시하지만, 이들 작품들의 기저에는 강한 절제와 여백의 울림이 자리하고 있으며, 동일한 풍경이라도 색채의 대비를 보여주는 시도, 먹의 농담의 변화와 같은 모색과 변화가 관통하고 있다.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맞추어 <문인화 길잡이>(난초편)도 출간한다. 이 책에는 난(蘭) 창작기법 외에도 초심자들이 부채그림이나 연하장을 그릴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부채그림 40여 점과 국내 유명 작가의 연하장 작품 30여 점을 함께 수록하였다.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제자들께 특별히 감사의 말을 하였다. 각을 새겨다 주는 제자, 난초시를 직접 지어서 주는 제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 가족과도 같은 따스함이 힘이 되어주었다고. 그러한 애정이 작가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아니겠는가.

이지향 作, 차를 마시며, 64×45cm×2
이지향 作, 차를 마시며, 64×45cm×2이지향

덧붙이는 글 | 임천 이지향씨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미국 메릴랜드 대학, 주미 한국대사관, 중국 호북미술대학, 호남사범대학, 하문대학 등의 초청 전시를 비롯하여 다수의 초대전과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현재 경기대학교 동양화과 외래교수이다. 

※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임천 이지향씨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미국 메릴랜드 대학, 주미 한국대사관, 중국 호북미술대학, 호남사범대학, 하문대학 등의 초청 전시를 비롯하여 다수의 초대전과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현재 경기대학교 동양화과 외래교수이다. 

※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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