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람재단사태, 장애인 등 30여명 집단민원

시설인권연대 등 5개 단체 소속 회원 종로구청에 집단 민원 접수

등록 2006.07.19 18:47수정 2006.07.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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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서울시 종로구 인의동 소재)의 비리, 횡령 등의 문제와 관련해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시설인권연대), 사회복지시설 민주화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연대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5개 단체가 종로구청에 집단 민원을 접수했다.

a 19일 오전 11시, 시설인권연대 등 5개 단체가 종로구청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단민원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9일 오전 11시, 시설인권연대 등 5개 단체가 종로구청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단민원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윤보라


19일 오전 11시. 시설인권연대를 비롯한 이들 단체 소속회원 30여명은 종로구청 앞에서 ‘대형비리시설 성람재단의 비리 이사진 전원해임과 민주적 이사진으로의 교체를 요구하는 종로구청 집단민원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은 법인 산하에 13개의 시설을 운영, 1년에 100억원 이상의 국고를 보조받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사회복지법인이다. 그러나 성람재단의 전 이사장 조모씨는 이 중 1개 시설에서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해 경기도경찰청에 구속 수감되어 있으며, 횡령한 27억은 부동산 투자, 채권, 채무, 사족생활, 자녀 해외유학자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성람재단사태에 대해 그동안 시설인권연대를 비롯한 이들 단체는 감독기관인 종로구청에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민원접수, 구청장 면담 등을 진행해왔으나, 현재까지 종로구청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1개의 시설에서만 27억 횡령... 전 시설로 확대 조사하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설인권연대 김정하 활동가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성람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이들 단체의 민원신청에 대해서 공문을 통해 “성람재단 및 산하시설에 대한 시정 및 개선 요구사항에 대하여 법규 위반시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조치 할 계획이며 또한 이 결과를 향후 복지행정에 적극 반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a 왼쪽부터 지영씨, 김정하 활동가, 신동진 활동가

왼쪽부터 지영씨, 김정하 활동가, 신동진 활동가 ⓒ 윤보라


그러나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이러한 답변은 사법조치가 끝난 후에 종로구청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비리복지법인들이 이러한 사법조치 과정 동안 책임을 축소, 왜곡하고 빠져나갔던 과거의 전형을 그대로 밟겠다는 것이다”라며 “사법처리결과는 1심재판만 3개월, 최대 3년까지 걸릴 수 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활동가는 “결국 사법처리 결과를 기다린다면서 비리시설들이 자신의 측근에게 시설운영권을 양도하고 실제로는 그 권력을 그대로 쥐고 있는 복지사유화, 족벌화 과정을 종로구청이 용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종로구청장은 성람재단 산하의 1천여 장애인의 고통은 외면한 채 ‘복지 1등구’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성람공대위 신동진 활동가는 “성람재단은 1개의 시설에서만 27억의 횡령액이 밝혀졌는데, 전 시설로 확대 수사하면 얼마가 더 나올지 모른다”며 “그럼에도 종로구청은 책임있는 자세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오히려 민원인이 왔는데 바리케이드를 치고 민원신청까지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신 활동가는 “종로구청이 성람재단의 횡령액을 전액 환수하고 비리 이사진의 전원 해임 및 민주이사진을 파견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결코 이 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이번 성람재단사태에 대한 민원신청을 성실하게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a 장애인 등 30여명의 단체 소소회원들이 바리케이드를 들어올리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장애인 등 30여명의 단체 소소회원들이 바리케이드를 들어올리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윤보라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람재단 산하 은혜요양원에서 6년간 생활했던 생활인의 증언도 이어졌다. 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영씨는 “이러한 시설의 비리가 즉각 시정되지 않는 이상 그 안에 있는 생활자들이 고통 받기 때문에 정말 이 자리에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성람재단 산하 시설들의 생활자 실태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영씨는 “은혜요양원에서 6년 동안 생활하면서 꿀꿀이죽과 같은 밥을 먹고, 소나 개, 돼지처럼 살아왔다. 어쩌다 한번 감사가 나오면 그날만 깨끗한 양말을 신을 수 있었고,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었다”며 “그 시설의 수많은 비리를 알고 있고 인권을 유린당한 채 살아왔는데, 아직도 거기에 장애인 생활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람재단 전 이사장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속이 시원치 않을 정도이다”라고 토로했다.

종로구청, 바리게이트 치고 경찰병력 배치, 집단 민원접수 거부

이날 시설인권연대를 비롯한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뒤, 종로구청 민원실에 집단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종로구청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미 종로구청측이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병력을 배치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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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라

이에 장애인 등 30여명의 단체 소속회원들은 바리케이드를 들어올리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이 이들의 출입을 저지하며 끌어내는 등 약 한 시간동안 마찰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장애인은 손가락이 찢어져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몇몇 장애인들은 경찰이 발로 차거나 강제로 끌어내 휠체어가 부러지는 등의 파손을 입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날 이들 단체 소속회원들은 “민원접수까지 막는 경찰과 종로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 종로구청에 들어가서 집단행위는 물론이고 구호도 외치지 않을 것이니 일렬로 서서 민원을 접수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민원이 민원 같아야 막질 않지, 집단으로 와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맞섰다.

결국, 이날 오후 2시경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가 직접 종로구청에 와서 “집단 민원신청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민원 신청을 받을 것을 요구했고, 결국 이들 단체 소속회원들은 민원 접수를 끝낸 뒤 해산했다.

한편, 이들 단체 회원들은 이날 종로구청측에 ▲성람재단 사태 책임있는 해결, 관련자 해임 ▲27억 횡령액 전액 환수 ▲새로운 민주이사진으로 전원교체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덧붙이는 글 |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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