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붙였다고 3억원 물어내라?

한국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수억대 손배소' 논란

등록 2006.07.19 22:43수정 2006.07.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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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쟁을 하는 여승무원들의 생활하는 컨테이너 박스 내부모습
장기투쟁을 하는 여승무원들의 생활하는 컨테이너 박스 내부모습장지혜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장기 농성 중인 KTX 여승무원을 상대로 수억원대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공사는 지난 6월 23일 KTX 여승무원 35명을 대상으로 총 3억349만7700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11일부터는 소송 대상이 된 각 여승무원들에게 법원이 발송한 소장이 도착했다.

철도공사가 3억원이 넘는 거액을 배상하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여승무원들이 열차 내 곳곳에 부착한 스티커 때문. 철도공사는 스티커를 제거하는데 별도의 인력과 도구를 투입했다며 3억여원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냈다.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이 141일간의 파업기간 동안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에 부착한 스티커가 모두 5만5118매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측은 스티커 1매당 제거 비용을 5560원으로 계산해 총 3억여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스티커 1매당 제거 비용에는 인건비(3870원), 재료비(1276원), 일반관리비(360원)가 포함됐다.

공사 측은 "여승무원들이 부착한 스티커들은 강력 접착제로 부착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제거할 수 없고, 특수한 도구 및 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력동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사 측은 또 "이는 피고(여승무원)들이 공사 측에 해를 가하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에서 비롯한 행위"라고 소송제기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제기한 거액의 손배소가 자신들의 장기 투쟁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을 이용해 노조활동을 탄압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철도공사에서 KTX여승무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내역
철도공사에서 KTX여승무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내역장지혜
민세원(33) 철도노조 승무지부장은 "지난 2005년 새마을호 해고반대 및 정규직화 투쟁에서도 스티커 등 제거비용으로 총 10억원 상당의 개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시 스티커 제거를 위해 투입됐던 청소부 김아무개씨는 스티커 제거 작업을 하고도 어떤 대가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철도공사가 산출한 스티커 제거 비용이 사실상 터무니 없다는 얘기다.

공사 측이 제기한 스티커 제거 비용이 법적으로도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영섭(33·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철도공사가 KTX 장기 농성자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청구한 것이 법적으로 위반되는 행위는 아니다"라면서도 "인건비를 1분당 평균 임금으로 계산했는데 실제 청소하는 분들의 평균노동 시간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공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인건비, 재료비, 일반 관리비가 너무 추상적으로 산출된 경향이 있다"며 "스티커를 제거하는데 새로운 인력이 투입됐는지 기존 인력을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철도공사는 보다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선(26) 승무지부 대변인도 "개인에게 소장을 발부해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 지부장과 정 대변인을 비롯한 여승무원 35명은 철도공사의 소송 제기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같은 날 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철도공사가 제기한 거액의 소송에 KTX 여승무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파업 사태는 더욱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장지혜/전진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장지혜/전진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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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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