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마을

순천 매곡동 주민들, 사랑을 나누는 작은 음악회 열어

등록 2006.07.22 12:11수정 2006.07.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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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매산여고 관현악단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

매산여고 관현악단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 ⓒ 서정일


가난한 마을, 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동네 순천시 매곡동.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14%로 타 동에 비해 높고 그들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힘든 분들이 많이 사는 동네 매곡동. 그들이 7월 21일 동사무소 앞뜰에 모여 수재민 돕기 모금운동 및 마을 주민의 화합을 다지는 아름다운 음악회를 열었다.

풍물놀이, 스포츠댄스, 금관악 연주, 성악, 가요 등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몇몇 지역 전문인들의 참여를 제외하면 모두 주민자치센터를 수강한 수강생들이 무대에 섰다. 스포츠댄스를 멋지게 보여주고 숨을 고르고 있는 출연자에게 물으니 자치센터에서 배운 지 6개월이라고 한다.

매산여고 관현악단이 연주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고 피아노로 연주된 ‘그리운 금강산’은 실향민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매곡동에서 이런 음악회가 열렸다고 하면 놀랄 일이다.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기획해놓고도 주민자치위원들과 동장은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정말 잘 치러질까? 모금은 순조롭게 될까? 동민들의 협조는 잘 이뤄질까? 이런저런 걱정은 행사 전날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3시간 가까이 치러진 행사는 대성황이었다. 모금액만도 5백여만원, 쌀 등 각종 생필품도 곳곳에서 도착했고 여름철을 맞아 선풍기를 기증한 사람도 10여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으로 신선하다. 주민자치센터에서 배운 실력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져서 좋고 주민들은 그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연주를 들어서 좋은 일석이조.

심일섭 매곡동장은 접수된 쌀 등의 생필품과 선풍기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수해복구를 위한 수해의연금으로 전액 기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덕기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웃끼리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나눔 행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해피해를 당한 지역을 걱정하는 매곡동 사람들. 어찌 보면 그들이 지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가난한 지역이지만 마음만은 큰 부자들이었다. 이웃과의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매곡동 주민들이 스스로 꾸려나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마음이 민들레 홀씨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SBS U news에도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U news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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