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밤섬과 여의도 샛강

온몸으로 집중호우를 맞은 한강의 자연생태계

등록 2006.07.22 12:20수정 2006.07.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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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전체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각국에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있었다. 그 원인이 태풍이 남겨놓은 수증기에 있다고 해서 과녁은 다시금 지구온난화로 맞춰지고 있다.(태풍은 더운 바다를 발생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온난화는 태풍 피해의 증가로 직결된다.) 강원도에서 유독 많은 피해가 발생한 이유 또한 관광 목적의 난개발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원인제공은 인간이 했더라도 자연생태계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이번 집중호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일시적으로 그친 19~21일 사이에 돌아본 한강변의 생태포인트들은 그 많은 비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아낸 모습이었다.

a 밤섬의 평상시 모습. 지난 2월 촬영.

밤섬의 평상시 모습. 지난 2월 촬영. ⓒ 박정민

서울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밤섬은 절반 정도가 물에 잠긴 형상이었다. 원래부터(정확히는 여의도 개발에 쓸 골재 조달을 위해 1968년 폭파시킨 이후부터) 여러 개의 작은 섬이 물길들로 기워져있는 상태였으나, 한강 수위가 불어나자 수십 수백 개로 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밤섬을 두고 '새들의 낙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여기밖에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새들이 모이는 것이니 낙원은커녕 피난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터전마저 조각이 났으니 이곳에 둥지를 틀고 한창 새끼를 키워내던 새들은 어디로 피신을 했을까.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의 상태는 훨씬 심각했다. 수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일대가 완전히 물 속에 잠겨 우포늪이 되어버렸던 샛강 둔치는 금요일이 되자 물이 많이 빠져 간신히 오솔길과 관찰데크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두 곳 연못의 수위는 아직도 평소보다 2m 남짓 높은 상태였으며, 길은 온통 진흙으로 덮여 걸음을 옮기기도 쉽지 않았다.

a 완전히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어른 키높이 가까이까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가 불어났던 수위를 증언해준다.

완전히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어른 키높이 가까이까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가 불어났던 수위를 증언해준다. ⓒ 박정민


a 목재 관찰데크는 고스란히 진흙길이 되었다.

목재 관찰데크는 고스란히 진흙길이 되었다. ⓒ 박정민


a 진흙과 낙엽에 파묻혀 사진으로는 형상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이것의 정체는 자연생태 안내판이다.

진흙과 낙엽에 파묻혀 사진으로는 형상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이것의 정체는 자연생태 안내판이다. ⓒ 박정민

다행히 둔치 최상부까지 잠겼던 것은 아니어서 동물들이 피신할 데는 있었던 모양이다. 흰뺨검둥오리가 식구들을 챙겨 돌아다니고 왜가리가 간만에 난 햇볕에 날개를 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였던 토끼들도 둔치를 오가며 풀을 뜯는다. 아직까지 원래 살던 아래쪽 풀밭으로 내려갈 엄두는 나지 않는 모양이다.


위의 두 곳이 자연에 의한 복원을 기다리는 외에 별로 손댈 여지가 없는 반면 월드컵공원의 난지천 구역은 사람에 의한 보수공사가 좀 필요하게 되었다. 하천 중간 습지에 마련해놓은 관찰데크의 일부가 물난리를 견디지 못해 기울고 내려앉은 것이다. 당장 이용에 지장은 없다지만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a 난지천 연못의 목재 관찰데크 일부가 내려앉아 접근금지 팻말이 나붙었다.

난지천 연못의 목재 관찰데크 일부가 내려앉아 접근금지 팻말이 나붙었다. ⓒ 박정민


a 관찰데크의 파손된 부분

관찰데크의 파손된 부분 ⓒ 박정민

이곳들이 생태계보전지역이고 생태공원인 한 다른 곳과 같은 식의 '조치'를 요구할 일은 아니다. 밤섬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으며 샛강생태공원은 통행로의 진흙을 치워내고 안내판을 정비하는 수준, 난지천은 관찰데크를 보수하는 정도가 다일 것이다. 애당초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가. 다만 인간 때문에 덩달아 고생을 겪은 생명체들에게 미안한 마음일 따름이다.


a 샛강생태공원의 탐방로 난간에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는 왜가리. 뒤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하다.

샛강생태공원의 탐방로 난간에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는 왜가리. 뒤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하다. ⓒ 박정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 [기사공모] "내가 겪은 '물난리'"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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