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만 좋다고 잘 타는 건 아니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③ 청두에서 충칭까지

등록 2006.07.24 08:59수정 2006.07.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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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좋은 자전거가 잘 나가냐 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자전거가 100% 이상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50%도 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자신의 체력과 자전거 타는 사람의 능력이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나와 동행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 그 점을 절실히 느꼈다. 친구는 나보다 항상 앞서 갔다. 나보다 결코 좋은 자전거가 아니었다.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친구는 나보다 항상 앞서갔지만 갈림길이 나오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적당한 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동행이 있으니 참 편하다.

여행이란 게 즐겁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여행하는 도중 친구 자전거는 계속 말썽을 부렸다. 도중에 자전거 림이 휘는 사태가 일어났다. 내 신용카드는 여전히 사용 오류다.

가장 큰 고통은 얼굴 가득 난 땀띠. 게다가 허벅지 엉덩이까지 따끔따끔하다. 아침에 땀띠가 거의 없어졌는데, 점심 무렵 이마에 땀띠가 새로 나기 시작한다. 새로 발견한 피로회복제를 위안 삼으려 오늘도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다음은 청두-충칭 2일차 여행 기록이다.

a 도로 갓길에 옥수수들을 방치(?)하고 있는 모습.

도로 갓길에 옥수수들을 방치(?)하고 있는 모습. ⓒ 박정규

2006년 7월21일 금요일. 맑고 더움 / 청두 – 충칭 2일차


07:00 기상.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식당에 가서 밥 먹고, 간단히 씻기로.

08:10 식당. 다른 손님들 모두 먹고 있는 '사오 료우면'을 주문. 쫄깃한 면 발, 매콤, 얼큰한 국물.


a 옥수수밭

옥수수밭 ⓒ 박정규

09:35M/23.1km/1:35M/14.4AV/OD 2898km/도로 갓길.
30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다. 톨게이트 촬영하는 사이 그냥 가버린 것이다. 이 친구 나보다 자전거를 훨씬 잘 탄다. 먼저 가서 날 기다려 줄 만큼…. 자전거만 좋다고 자전거 타는 실력까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보통 자전거라도 타는 사람에 따라 그 자전거의 잠재력 활용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난 아직 50%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2:05M/43.8km/13:10M/13.8AV/OD 2919km/마을식당.
전형적인 시골도로다. 도로 양쪽 편에는 옥수수 밭들이 많고, 작은 마을들을 지날 때는 평화롭게 고추 손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m자를 두번 정도 위에서 누른 것 같은 도로들.

a 주유소에서 만난 꼬마. 특이한 유모차를 갖고 있다.

주유소에서 만난 꼬마. 특이한 유모차를 갖고 있다. ⓒ 박정규

식당 들어오기 전, 도로 가운데서 누워 있는 사람 발견. 혹시 부상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친구와 황급히 접근. 그러나 오른쪽 손에 큰 술병이. 마을 사람들도 방관하고 있는 걸로 보아 자주 그러는 분 같아서 그냥 식당으로.

13:45 톨게이트. 역시 친구는 먼저 가버렸다. 여 직원이 친절하게 시원한 물 5통을 채워 주셨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여행자 2명을 만났다. 그들은 '라싸-충칭' 까지 간단다. 함께 촬영 하고 '만조(조심하세요!)'

14:30M/59.1km/4:16M/13.8AV/OD 2934km/소도시 '란위' 도착.
30분 동안 기다렸단다. 나보고 굉장히 늦단다. 그래서 오는 도중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사진 보여주면서 변명하니 이해를 해준다. -.-;

13:20 은행에서 신용카드 사용 재시도. 비밀번호 오류. 아직 새 번호로 바뀌지 않은 듯.
16:50M/76.1km/5:30M/13.8AV/OD 2951km/'안위' 가는 도로.
친구 자전거가 또 말썽이다. 이번에는 뒷바퀴 '림' 부분이 휘어졌다. 오른쪽 한 쪽 브레이크를 분리한 후, 왼쪽 브레이크만 사용하기로 하고 출발.

a 오토바이 여행자들. '라싸-충칭'까지 가는 길이란다.

오토바이 여행자들. '라싸-충칭'까지 가는 길이란다. ⓒ 박정규

19:20M/98.6km/7:08M/13.8AV/OD 2974km/마을 식당.
세수를 하니, 얼굴의 '땀꽃(땀띠)'이 제대로 느껴진다. 허벅지, 엉덩이 까지 따끔 따끔. 생각보다 동행이 나쁘지 않다. 이 친구는 항상 나보다 먼저 가기는 하지만, 갈림길이 있거나 너무 뒤처지면 적당한 장소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음식도 저렴한(?) 선에서 주문한다. 아니 몸에 좋은 음식으로 주문한다고 하는 게 좋을 듯. 오늘은 조용한 m(고르지 않은 길)의 날이다. M 자형 도로를 타고, 옥수수 밭 사이를 가로 지른다. 옥수수 따고 있는 농부, 도로에 널려있는 옥수수, 고추 다듬는 사람들, 작은 강에서 오리와 함께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그 사이로 2대의 자전거가 유유히 지나간다…^^:

21:30M/109.5km/7:56M/13.7AV/OD 2985km/'위난' 도착. 여관/
20Y짜리 방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청결한 3인실 방. 푹신한 침대, 대나무로 짠 돗자리, 베란다, 홈 매트, 2대의 선풍기, 순간 온수식 샤워실(공동사용). 10Y 차이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저녁을 너무 여유 있게 먹어서 20시가 다 되어서 출발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생각보다 도시가 더 멀었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면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피로감은 2배. 숙소에 도착한 후 서로가 내일은 천천히 출발하자는 데 동의. 친구가 중국식 피로회복 탕을 꺼내 먹는다. 아! 나에게는 '천연 벌 꿀' 이 있다. 만토 랑은 별로였는데, 따뜻한 물에 타 먹으니 정말 '꿀 맛' 이다. 앞으로 좋은 피로 회복제 역할을 해 줄 듯.

a 동행자 링구에빙. 힘든 오르막을 올라온 후 함께 쉬는 중.

동행자 링구에빙. 힘든 오르막을 올라온 후 함께 쉬는 중. ⓒ 박정규


[여행수첩]

1.이동경로: 제양 – 위안
2.주행거리 및 시간: 109.5km / 7시간 56분 / 평균속도 13.7km/h / 누적거리 2985km
3.사용경비: 28.5Y
아침: 2.5Y / 20일 숙박 비: 10Y / 물2, 빙꽈1 :2.5Y / 점심: 3Y / 빙꽈1: 0.5Y / 저녁: 10Y
4.섭취 음식
1)식사
아침: 사오료우면(칼국수 면 발에 고기 건더기): 쫄깃, 매콤, 얼큰
점심: 면타오(가는 면발에 고기 건더기): 얼큰, 매콤
저녁: 쓰과차오쥐료우(오이 비슷한 것과, 돼지고기 볶음): 맛있다.
류로우(고기 썰은 거), 쿵신 차이(나물 종류): 봄나물처럼, 시큼한 맛이 좋다.
2)간식
물: 7.2ml / 오리 알1(소금 알인 줄 알았다.) / 아기 배1 / 벌 꿀 차1
5.신체상태:
아침: 땀띠 거의 회복 / 점심: 이마 땀띠 시작 /
저녁: 이마, 손등, 배, 허벅지, 사타구니, 정강이에 '땀꽃(땀띠)' 가 피웠다.
6. 아 그리고…. 충칭 까지 작은 산이 여러 개 인줄 알았는데…'작은' 이란 단어는 빼야 할 듯. 70km, 90km(?) 산이 2개 정도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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