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손진책 부부김성녀홈페이지
더 많은 세월을 함께 하면서도 늘 사랑하는 부부들도 있겠지만 한 20년을 살아보니 부부라는 존재가 그저 그렇다. 때로는 ‘등 돌리면 남’이라는 소리를 해가며 일부러 남편의 속을 후벼보기도 한다.
<벽 속의 요정>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한때는 나도 남편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의 숨결을 느끼기만 해도, 그의 그림자만 보아도 살 수 있을 것 같던 그런 날들이 까마득한 시간 저 너머에 분명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할머니 품에서 들었던 잊혀진 옛날이야기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잊고 살았기에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노래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랑이란 무엇을 주는 것도 무엇을 받는 것도 아닌 그저 살아만 있어주어도, 내 곁에만 있어주어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왜 잊고 살았을까?
“아빠 거기 있어요? 아빠? 잠든 막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이 아이한테도 요정이 있다는 걸 알려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잠든 아이의 등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옛날 엄마가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넘쳐 넘쳐흐르는 볼가강물 위로
스텐카라친 배 위에서 노래 소리 들린다.”
연극의 피날레는 장중하게 울리는 러시아 민요 '스텐카라친의 노래'로 끝이 난다. 여기 저기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 흘리는 관객들. 이윽고 무대에 불이 밝혀지고 두 뺨이 눈물로 젖은 김성녀가 나타나자 관객들은 극장 안이 떠내려갈 듯한 기립 박수로 그녀의 열연에 화답한다. 그녀도 울고 객석도 울었다. 얼마 만에 흘려보는 눈물일까?
눈물을 닦고 극장을 나서니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배우 김성녀의 <벽 속의 요정>인 그녀의 남편 손진책이 관객들과 예의 그 환한 웃음을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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