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인스턴트 연인'

성매매 무방비 노출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

등록 2006.07.25 15:25수정 2006.07.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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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만~15만원을 지불하면 1대1 만남을 주선해주는 애인대행 사이트가 성매매로 이어질 위험성에 노출되는 등 건강한 남녀관계가 위협받고 있다. 손잡고 나란히 걷는 연인의 모습을 의심의 눈길로 보게 되는 사회현장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10만~15만원을 지불하면 1대1 만남을 주선해주는 애인대행 사이트가 성매매로 이어질 위험성에 노출되는 등 건강한 남녀관계가 위협받고 있다. 손잡고 나란히 걷는 연인의 모습을 의심의 눈길로 보게 되는 사회현장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 우먼타임스

성매매방지법을 비웃듯 성매매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휴게텔, 전화방, 마사지업소, 티켓다방 등 풍속 퇴폐업소를 통한 음성화된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1대1 만남을 주선해주는 애인 대행 사이트가 성매매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인 대행이라는 달콤한 돈벌이와 성매매의 살벌한 유혹 사이에 무방비로 노출된 온·오프라인 현장으로 뛰어들어 가본다.

애인 대행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곳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애인을 빌릴 수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된 30여 개의 관련 업체 사이트에 접근해보았다. 간단한 신상 정보만 기입하면 회원 가입이 되었다. 미리 입수한 미성년자의 주민번호를 기입해도 쉽게 가입이 가능했다.

종전의 애인 대행 업체는 대행 역할 아르바이트를 중개했다. 결혼식 하객 도우미, 대형 이벤트 도우미 등을 모집해 의뢰인에게 공급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대1 데이트를 해주는 애인 대행이 주 업무다.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투잡으로 활용하는 여성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보통 3~4시간 애인 대행을 해주면 10~15만원을 벌 수 있다.

회원 가입을 마치면 여성 회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 등 중요한 정보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유료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1개월 사용료 1만원을 카드로 결제하자마자 백여 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사진과 연락처, 그 외 정보가 주르르 뜬다. 90% 이상이 20대 초반의 여대생이고 간혹 30~40대 여성들도 보인다. 그 중 10명에게 애인 대행을 요청할 수 있다.

얼마 뒤 예닐곱 명의 여성이 연락을 취해왔다. 시간, 장소, 비용 등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그 중 한 여성과 3시간 애인 대행을 해주는 대가로 10만원을 주기로 합의하고 강남에서 만났다.

“선불로 돈부터 주셔야 하거든요?”


앳돼 보이는 여성 C가 약속 장소에서 만나 차에 타자마자 한 말이다. “첫 대면부터 너무 야박한 대화법 아니냐”라고 묻자 “이 바닥의 보이지 않는 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차를 타고 저녁식사를 할 곳을 찾으면서 간단한 소개를 주고받았다. C는 밝은 음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21세, 여대 2학년 휴학, 서울에서 자취 중, 애인 대행 경험 2개월 약 15회 등의 정보를 대사 외우듯 쏟아냈다.

“단기간 알바를 구하다가 애인 대행업을 알게 됐어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까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정해진 시간 동안 쿨하게 데이트하면 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좋아요. 적지 않은 돈을 쉽게 벌 수 있잖아요.”


“말벗이 필요해서 애인 대행을 의뢰했다”는 기자의 말에 C는 “애인 대행 중 가장 많은 유형”이라고 했다. 직장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대화로 풀기 위해 애인 대행을 이용하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가장 많다는 것.

“30~40대 기혼 남성의 의뢰도 있지만, 대개 여성 대행인들은 이왕이면 젊은 의뢰인을 만나고 싶어해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남자 회원들도 모델급 외모를 자랑하는 여자한테 몰리잖아요. 간혹, 유부녀가 젊은 남자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관심사와 취미, 최근에 본 영화 등 처음 만나는 남녀가 흔히 나눌 법한 대화가 오갔다. C는 애인의 모습을 ‘연기’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C는 “애인 대행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까지는 허용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애인 대행 역할에 충실하려는 태도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기자는 조심스레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같이 잘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불쾌한 낯빛을 보이며 당황하던 C는 한참 생각하다가 “얼마 줄 거냐?”고 되물었다. “얼마면 되냐?”고 재차 묻자 “대개는 추가로 25~30만원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힘들고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성매매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말을 돌렸다.

이후 기자는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C의 표정에서 놀라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취재 협조에 흔쾌히 응한 C는 자신의 애인 대행 경험을 얘기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이라며 애인 대행을 예찬하던 그녀는 “하지만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밝힐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조금 전의 경우처럼 애인 대행이 음란 행위나 성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C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제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엉겁결에 잘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일이라 다음에 하자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헤어질 때 C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달콤한 애인 대행의 유혹을 집어삼키다가 살벌한 성매매의 가시에 찔릴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접 체험한 여성답지 않은, 너무나도 발랄한 표정이었다.

애인 대행 이대로 간다면...
곳곳에 함정, 성매매 전락 시간문제

애인 대행과 성매매의 연계성은 애인 대행 사이트에 가입된 여성 20여 명과 주고받은 전화, 문자 등에서도 확인됐다. 20여 명과 접촉해 약속을 잡은 뒤 "별도의 비용을 더 주면 밤을 함께 보낼 수 있나"라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휴대폰 문자를 보내자 세 명의 여성이 "만나서 결정 가능"과 "비용은 얼마?" 등의 답 문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애인 대행이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관련 업체의 인식은 부족하다. 한 애인 대행 업체 관계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사이트를 활용하는 회원이 훨씬 많다"면서 "극소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촉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만남이 1대1 직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따로 간여하거나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애인 대행이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주의를 주는 업체는 드물다. 대행업으로 등록되어 있는 업체로서 성매매의 연계성과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 그나마 몇몇 업체만이 ‘대행인에게 음란문자를 보낼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짧은 공지사항을 게시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미성년자가 애인 대행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조교제 등을 통해 돈을 버는 청소녀들이 악용할 소지가 크다. 애인 대행만 해도 원조교제 성매매 비용과 비슷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다. 성매매까지 이어진다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관련 법망이나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덜하다. 사회적 감시와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의뢰인과 대행인 간의 합의만으로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고나 적발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현재 경찰청의 여성청소년기획계와 사이버수사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에 애인 대행과 관련된 신고 내용은 없다. 애인 대행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부처 관계자들은 "접수된 신고가 있어야 어떻게든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또한 "성매매 집결지와 휴게텔, 전화방, 마사지 업소 등 음성화되고 있는 신종 성매매 업소 단속과 대책 마련에 인력이 집중된 상태이기 때문에 성매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조치나 대책을 세우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성매매는 단속만큼이나 예방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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