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영원한 미스터리인가?

[지역언론 별곡-138] 지뢰 뇌관 건드린 형국

등록 2006.07.26 15:39수정 2006.07.26 18:34
0
원고료로 응원
‘광명시장 출당시켜야’
‘한나라, 호남비하 척결의지 있나?’
‘전라도 비하발언 한나라당 책임져야’

기어코 지뢰밭을 밟고 말았다. 밟지 말았어야 할 ‘지역감정 지뢰’의 뇌관을 또 건드리고 만 것이다. 전라도 비하발언이 주범이다. 이효선 광명시장의 전라도 비하발언이 자극시킨 호남민심은 갈수록 심상치 않다.

재발한 전라도 비하발언... 의제 증폭효과 커

지역 일간지들은 연일 이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만취한 한 중앙일간지 기자의 '전라도 XX' 발언과 전 중앙일간지 사장의 호남차별 비하발언 녹취록 파문 이후 1년 만에 다시 발생한 호남 비하발언의 증폭효과는 다시 탄력을 받은 양상이다.

사설 제목만 봐도 그렇다. “책임을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는 쪽으로 논지가 귀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기에 칼 빼든 형태’라며 흥분의 목소리를 낮추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에선 애향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의 흥분된 성명이 불 붙은 화로에 부채질을 가하는 형국이다.

a 무등일보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무등일보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25일자 사설에서 포문이 일제히 열렸다. <무등일보>는 이날 ‘광명시장 출당시켜야 한다’는 사설에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 특정 지역과 특정 지역민들을 향해 싸잡아 욕설을 퍼붓는 의식 자체가 평소 지역감정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시장 본인이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혹시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평소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까지 표현했다.

“호남 껴안기 서진정책 물거품... 준엄한 처분을”


이 사설 말미에선 “한나라당은 제1 야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인사에 대해 엄한 징계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광주일보>도 책임을 당에 물었다. ‘한나라, 호남비하 시장 징계 실망스럽다‘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a 광주일보 사설

광주일보 사설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 이후 ‘호남 껴안기’의 서진(西進)정책에 공을 들여왔다고 전제한 이 사설은 비록 서진정책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전략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호남인들은 한나라당의 변화에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이번 이 시장의 발언과 솜방망이 징계에 크게 실망한 눈치다.


기어코 이 사설 말미에서도 “한나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이 시장에 대해 제명 등 국민이 납득할만한 준엄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남일보>도 이날 ‘추태ㆍ망언... 아직 정신 못차린 한나라당’이란 사설에서 이효선 광명시장이 '전라도 놈들' 운운하며 호남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a 전남일보 사설

전남일보 사설


이 사설은 “이 시장은 호남 비하 발언을 사과하고 즉각 시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엄중 주문했다. “이번 이 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은 지난해부터 호남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지도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한 이 사설은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집권을 바란다면 민심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라일보>는 이날 사설 ‘한나라 호남비하 척결의지 있나?‘에서 한나라당을 과녁으로 삼았다.

“한나라당, 당내에 잔존한 망국병 뿌리 뽑아야”

유사한 ‘호남 비하’ 발언들이 유독 한나라당에서 많이 나왔고, 정당 활동도 ‘호남 폄훼’를 바탕에 깐 게 적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a 전라일보 사설

전라일보 사설


<전라일보>는 사설에서 “한나라당이 진정 영호남 화합을 위하고 전국 정당화를 바란다면 출당 등 이 시장에 대한 중징계로 당내에 잔존하고 있는 듯한 이 같은 망국병의 뿌리를 뽑아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주문했다.

다음날인 26일 사설에서도 분은 수그러들지 않아 보였다. <전북일보>는 ‘전라도 비하발언, 한나라당 책임져야’란 사설에서 수위를 더 높였다.

3김씨 퇴장 이후 아물어 가는 지역감정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같아 서글프기까지 하다고 한 이 사설은 “문제는 이러한 인물을 공천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a 전북일보 사설

전북일보 사설


이 사설은 말미에 “기초단체장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너도 나도 나서는 것은 ‘모기 보고 칼 빼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한나라당이 책임지고 마무리 짓길 바란다”고 정중히 주문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이란 그의 저서에서 지역감정의 7대 해악을 주장한 바 있다.

강준만 교수의 ‘지역감정 7대 해악’ 영원한 미스터리?

그는 첫째로 지역감정은 국민의 저능화를 초래한다고 했다. 이성은 마비되고 감성은 추악하고 야비하고 탐욕스러운 쪽으로만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역감정은 사회정의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셋째로, 지역감정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연고주의를 확산시키고 강화시킨다고 했다. 넷째는 정치를 죽이고 그 당연한 귀결로 민주주의를 죽인다고 했다. 다섯째, 정책적 이슈를 사라지게 만들며 여섯째, 정책의 정략적 왜곡을 밥 먹듯이 저지르게 만든다고 했다. 마지막 일곱째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 일찍이 주장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지역감정은 우리사회의 분열과 냉소주의를 불러들이는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이다. 지역감정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좁은 땅덩어리를 또 다시 갈라놓는 망국병이라는데 누구나 동의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은 골이 깊고도 깊다.

오죽했으면 이 시대의 정치권 화두를 '지역감정 해소'로 꼽고 있을까. 그래서 한때 정치권에선 이를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기도 했다.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꾼들이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하자는 제안은 많았지만 늘 말뿐이다. 최근 몇 년 간 진정성을 갖고 ‘호남 공들이기’를 하는 한나라당으로선 가슴에 새겨야할 대목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