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26.아이들살리기출범식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는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하재근
정부가 입시제도 개혁안으로 내놓은 2008년 입시안에 대해선,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된다는 의견이 84.1%, 친구를 경쟁자로 내몬다는 학생이 80.6%로 압도적이었다. 정부의 사탕발림과는 달리 당사자인 학생은 누구보다도 정확히 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전교조에게 공공의 적이라는 낙인찍기를 즐기는 정부는 학생들에게까지 낙인을 찍을 수 있을까.
학생들은 내신성적 향상을 위해선 학교 정규수업이, 수능성적 향상을 위해선 과외와 EBS수능강좌가, 대학별 논술고사를 위해선 과외, 사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입시개혁으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일명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학생들의 현실이 분명히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2008년 입시안을 입시문제의 대안으로 밀어붙이려 하며, 각 대학은 대학별 학생선발의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입시개혁, 교육개혁을 어떻게 해도 결국은 살인교육, 망국교육이 될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승자독식 사회와 승자독식 입시구조다. 그리고 그것은 대학서열체제라는 엔진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 대학서열체제에서 전리품 독식 승자가 되려는 경쟁이 바로 입시 경쟁이다. 경쟁 패배자에 대한 냉혹함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모든 가정이 생명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죽음을 불사한 경쟁에 뛰어든다.
우리 공동체는 아이들에게 이런 살인적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내가 전리품을 독식하기 위해 남을 밟아야 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교육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의 영혼이 날로 황폐해지고 그 행태가 어른들의 그것을 닮아가는 것은,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는 살인적 무한경쟁 상황, 즉 ‘정글’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학교평가, 교사평가, 성과급차등지급 등을 통해 교육에 전면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한다. 교원임용의 유연화와 학교운영방식의 유연화, 그리고 책무성 강화라는 교육개혁 기조는 오로지 한 가지 목적, 즉 보다 강도 높은 경쟁이라는 지점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서열체제의 현실에서 그 경쟁은 결국 입시성적 경쟁이 될 것이며, 정부의 교육개혁 결과는 초중등 교육의 완전붕괴와 입시경쟁중심의 살인, 망국 교육 고착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