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고 뉴스스튜디오에 나왔다면 모를까...

[화제] 김주희의 선택, 그리고 아나운서라는 상징성...아나운서 이미지와 품위의 상관관계

등록 2006.07.27 11:23수정 2006.07.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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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인대회 참가를 두고 벌어진 설왕설래는, 아나운서의 전통적 이미지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유래했다.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인대회 참가를 두고 벌어진 설왕설래는, 아나운서의 전통적 이미지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유래했다. ⓒ SBS

최근 아나운서라는 신분으로 미인대회에 출전했던 한 여성의 선택이 세간의 화제에 오르내린 바 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자격으로 이번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 참가한 SBS 김주희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

대회는 무사히 끝났지만, 아나운서의 미인 대회 참가가 과연 적절했는가는 이후에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김 아나운서의 미인 대회 출전을 허용한 SBS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MBC 아나운서국 사이에는 한때 언론을 사이에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주희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잘잘못을 가려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아나운서란, 정확한 '정보의 전달자'이자 '지성미'의 상징으로서 교양 있고 품위 있는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많은 아나운서들이 해당 방송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예능-교양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보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고, 아나운서라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개성적인 이미지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차인태, 손석희, 백지연 같은 앵커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아나운서 이미지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노현정, 김경란, 강수정, 한성주, 최일구 같은 개성적인 이미지를 지닌 '스타 아나운서'들이 잇달아 등장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은 '교양과 품위' 혹은 '신비주의'로 대변되는 빈틈없고 완벽한 이미지의 전통적 아나운서들과 달리,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여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고, 잦은 실수를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노출하며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바로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있다. 정보 전달자로서 아나운서의 생명이 '객관성'과 '신뢰성'임을 감안할 때, 불필요한 미디어의 과다 노출로 인한 아나운서의 노골적인 상업화, 희화화는 자칫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무리한 것은 아니다.

자사 아나운서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투입하며 '스타 아나운서 마케팅'을 펼쳐온 KBS, SBS에 비하여, 그간 MBC는 지상파 중 아나운서의 이미지 관리에 대하여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방송사였다. 아나운서의 미인대회 참가를 둘러싼 이번 설전은, 방송가에서 아나운서의 역할론에 대한 정의를 두고, 양측의 견해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김주희 아나운서의 경우, 미인대회의 성격 자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단지 그녀가 아나운서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선택과 권리(미스코리아로서의 의무)까지 제약한다면 그것이 더 불합리했으리라는 점이다.

뉴스진행을 하는 김주희를 보고 비키니를 떠올리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김주희가 비키니를 입은 것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뉴스 진행을 하러온 아나운서가 스튜디오에서 비키니를 입었다면 모를까, 미인대회에서의 김주희는 아나운서가 아닌 미스코리아 자격으로 참가했고, 그 상황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어울리는 복장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은연중에 여성 아나운서들을 능력보다는 외모로만 평가하는 풍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달라진 시대상에 맞추어 아나운서의 역할과 품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오래된 고민으로 남아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아나운서의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아나운서'들의 한계에 있다.

결국 앵커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는, 미디어에 비친 단편화된 이미지나 스타성이 아니라 직업적 전문성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나운서 김주희'에 대한 평가도 '미스 유니버스 출전' 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그녀가 진행하는 <모닝 와이드>를 통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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