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물들인 양말.요즘에야 양말 목이 조금 늘렁거릴 뿐 뽀송뽀송한 느낌이 좋아 즐겨 신는다.한지숙
큰 비 오기 전에 황토염색을 해야 해서 서두른 작업, 수십 마의 광목을 정련하는 중이었다. 비가 잠시 멈추면 내다 걸고, 빗방울 떨어지면 모두 거둬들이고, 다시 말리고 거두고. 이렇게 사나흘 들락이며 온전히 마를 날 없었던 원단은 이제 서서히 지쳐가는 듯, 작고 습한 방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상해가다 아예 곰팡이꽃이 피었다.
역류한 빗물로 인해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지 못해 더 답답하지만, ‘양동이로 들이붓듯, 물이 일어서서 걸어오듯’, 이런 표현까지 남긴 태풍과 장마였으니 이런 때 내가 겪는 불편은 아주 작은 것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