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참 정열적인 화가였네요

[아가와 책 29]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책 <피카소 이야기>

등록 2006.07.28 17:27수정 2006.09.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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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피카소 이야기>

책 <피카소 이야기> ⓒ 이룸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어떤 것을 경험하고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의 총체이다.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이 결정된다.

음악가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고 미술가 집안에서 미술가가 나오는 것 또한 비슷한 이치이다. 한 사람이 어떤 세계를 많이 접하며 자라는가는 그의 인생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아이의 감성을 발달시키고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싶다면 음악, 미술 등의 감각적 세계를 많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주 어린 시기인 영아기부터 미술과 음악을 자주 접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감각적인 재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술가 가정에서 미술가가 탄생하는 것은 다른 가정에 비해 그 집안의 분위기가 미적인 소재들이 풍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란 아이의 음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발달하는 것도 그러하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자주 데리고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 상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처럼 그림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명화가 담긴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체험을 대신할 수 있다. 밖에서 얻지 못하는 그림에 대한 느낌을 집에서 책을 통해 자주 접하도록 해주면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주 간결하고 쉽게, 피카소를 소개한 <피카소 이야기>

그럼 영아기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명화가 담긴 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기용으로 제작된 명화 감상 책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소년을 위한 그림 해설집’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과 간단한 해설이 담겨 있어 엄마도 공부할 겸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태교명화>라는 제목으로 그림 태교 책을 펴냈던 김종근씨가 쓴 <피카소 이야기>는 피카소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책이다. 피카소의 일대기와 작품 설명을 모두 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방대한 작품 양으로 유명한 작가가 바로 피카소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인 만큼 아주 간결하고 쉽게 피카소의 작품과 일생을 이야기한다. 너무 간단해서 과연 그의 작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면 일단 책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짧게 이야기하면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여기 한 사람의 화가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탄생은 미술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언제나 천재화가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파블로 피카소. (중략)


아버지는 미술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피카소는 말도 잘 못하는 시기에 크레용부터 달라고 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어요. 여기 <맨발의 소녀>를 봐요. 14살의 어린 소년의 그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은 소문이 났지요. 당시 이 <맨발의 소녀>는 가난했던 슬픔에 찬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피카소는 이때 이미 스스로를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다고 자랑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피카소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큼직한 대표작 그림으로 연결되며 책장을 장식한다. 피카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른들도 쉽게 읽으며 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은 진지하다. 피카소에게 영향을 준 사건과 사람, 그로 인해 얻어진 독특한 그림 세계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아이 위한 미술 책 많지만, 아이 눈높이 생각하는 책 드물어

저자는 15년 전 파리에서 20세기 현대 미술사에 홀로 푸르른 한 거장의 특별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왜 이토록 피카소에 열광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그의 많은 작품을 다 보여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피카소를 이해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피카소가 절친했던 친구를 잃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며 그린 그림들은 '청색 시대’라는 이름으로 대표된다. 이 시기에는 푸른 톤의 차갑고 어두운 색채로 어려운 빈민들, 장님, 거지, 거리의 악사 등을 많이 그렸다. 실의에 빠진 한 쌍의 연인이 그려진 그림의 제목은 <인생>으로 마치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힘겹고 어둡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암울한 청년기에는 이처럼 슬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입체파’라고 불리던 안정기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구축하며 다양한 작품을 정열적으로 그린 피카소. 저자는 키파소의 그림들이 기존 화가들인 앵그르, 세잔느, 모딜리아니 등의 작품을 토대로 하였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말년에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중에는 그 유명한 <게르니카>와 우리의 6.25를 그린 <한국인의 학살>도 있다. 책은 이처럼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설명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가 되도록 유도한다.

도서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을 위한’ 미술 안내 서적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 실정에 맞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진정으로 고려하는 책은 드문 편이다. 어른의 시각으로만 그림을 설명하고 강요하려 든다면 아이들은 오히려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미술, 음악, 무용 등의 감각적 예술 세계를 설명하는 책들이 보다 많이 나오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세계를 어른보다 훨씬 빨리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좋은 예술 서적들이 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피카소 이야기 - 청소년을 위한 화가 이야기 1

김종근 지음,
자음과모음(이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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