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책

[아가와 책 31] 비룡소의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와 보리출판사의 <누구야 누구>

등록 2006.07.30 10:57수정 2006.09.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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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누구야 누구>

책 <누구야 누구> ⓒ 보리

화려한 원색의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은 아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선명한 원색을 더 잘 인식하기 때문에 화려한 그림책을 더 잘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색의 그림책은 아기들이 싫증내기 십상이며 순간의 흥미만을 주어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자극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고 본다면 서정적인 그림이나 무채색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접하도록 해 보자. 출판되는 아기 책 중에는 연필로 그려진 무채색의 그림책이나 한국적 회화 기법으로 은은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 꽤 있다. 그 중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비룡소에서 나온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는 동양화와 조소를 전공한 정지영․정혜영 자매가 구상부터 글, 그림의 완성까지 모두 공동 작업한 그림책이다. 직접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두 작가는 일상에서 아이들과 함께 겪은 일들을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야금야금 사과>라는 책과 한 세트로, 아이에게 한글 자음과 모음을 자연스레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야금야금 사과>는 모음을 설명하며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는 자음을 하나씩 보여준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ㄱ'이 왼쪽 페이지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기역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동물인 고슴도치 그림이 있다.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친숙한 느낌이 들며 쓰인 글귀도 아이가 듣기 좋은 리듬감을 갖추고 있다.

'ㄴ'을 보여주는 장은 "아야 아야, 가시에 찔린 너구리를 봐. 너구리야, 너구리야, 이게 무슨 소리지?"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 다음 장에서 'ㄷ'을 보여주고 "아작아작 다람쥐가 도토리 씹는 소리야. 다람쥐야, 다람쥐야, 무슨 냄새니?"라는 글귀로 이어진다.

즉 자음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 자음이 음절 첫머리에 오는 이름을 지닌 동물을 등장시키고 그 동물에게 말을 걸면서 계속 이어가는 재미난 구성 방식이다. 아이들은 '고슴도치 – 너구리 – 다람쥐 – 라마 – 말 – 뱀' 등으로 이어지는 동물 이야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ㄱ, ㄴ, ㄷ, ㄹ' 등의 한글 자음을 익힐 수 있다.


a 책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

책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 ⓒ 비룡소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도토리 자연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 <누구야 누구>도 한국화 기법으로 동물을 소개하는 책이다.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나씩 이어지는 형식은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각 장에 숨어 있는 동물의 일부를 미리 조금씩 보여 주어 더욱 흥미롭다.

"삐삐삐 삐악삐악
병아리 떼 줄줄이
엄마 따라 가는데,
꽥꽥꽥 꽉꽉꽉.
어어, 누구야 누구?"



이렇게 시작하는 첫 장면에는 닭과 놀고 있는 어린 병아리들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책의 여백과 잘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어어, 누구야 누구?"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수풀 너머에 오리 엉덩이가 보인다. 아이들은 동물의 일부만 보고 다음 장에서 오리가 등장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에는 오리 가족이 등장하고 이들은 나란히 걸어가면서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해 다음에 등장할 동물을 맞춰보게 하는 것도 흥미롭다.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를 맞추기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의 책이다.

"꽥꽥꽥 꽉꽉꽉 아기 오리 나란히 엄마 따라 가는데, 멍멍멍 멍멍멍. 어어, 누구야 누구?"

책의 마지막에는 '살금살금, 바스락바스락, 사브작사브작, 부스럭부스럭’과 같은 몸짓 소리와 '야옹야옹, 음머어, 멍멍멍, 삐악삐악'과 같은 입소리를 따로 모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각 소리의 차이점을 느끼도록 한다.

책 중간에서 각 소리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만나보았던 아이들은 마지막 장에서 어우러져 뛰노는 동물들을 만난다. 각 동물이 보여주는 생김새와 그들이 내는 소리를 하나하나 연관시켜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복합적인 장면 안에서 개별적 연관성을 생각해 보는 고도의 사고력도 기르고, 하나씩 맞춰가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이 두 그림책의 경우 구성이나 발상이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다. 한국화 기법을 사용해 부드럽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함축하고 있어서 만 3세 정도의 지적 욕구가 강한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들이다. 아이들에게 부드럽고 편안한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다면 이러한 유형의 책도 좋을 것이다.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 - 자음 숨은그림찾기

정지영.정혜영 지음,
비룡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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