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도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하더라"

새터민, 남쪽 사람들이 도와줘야

등록 2006.07.30 11:34수정 2006.07.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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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의 영향으로 따뜻하기만 했던 남북관계가 요즈음 미사일사건으로 얼어붙은 것 같다. 이럴 때 집에 새터민 M군이 와서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을 함께 지냈다.


M군을 만난 것은 아내 덕분이었다. 아내는 사회참여 및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아내가 새터민들의 교회인 광주의 한반도사랑교회에서 봉사하면서 자연스레 새터민들과 가까워졌다.

새터민 중엔 중국 국경과 가까운 함경도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말투만으로도 북쪽에서 오신 분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황해도 수안이 고향이라는 M군은 그의 말만 듣고서는 새터민인지, 남쪽사람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경기도와 가까운 황해도 출신이어서인지 그의 말은 표준말에 가깝다. 성격도 부드럽고 붙임성도 좋다. 막내동생 같았다.

M군에겐 나중에 통일되면 북한 땅에 들어가서 선교 활동을 하겠다는 꿈이 있다. 정부에서 부산에 거처를 마련해줘 M군은 부산과 광주를 오가고 있다. 광주에 오면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내 아내에게 전화도 하고 불편한 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번에 광주에 와서는 있을 곳이 없다고 해서 우리 집에서 묵었다.

내겐 북쪽 사람들을 왠지 두려워하는 선입견이 있다. 냉전시대에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는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솔직히 북쪽 사람이라면 먼저 공비, 공산당, 김일성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획일적인 사람들로 연상된다.

M군에게 우리 집에 묵으라고 했지만 처음엔 사실 꺼림칙했다. 같은 겨레라고 하지만 북쪽 사람들의 깊은 속을 모르지 않는가. 속 모르는 북쪽 사람과 좁은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M군과 함께 지내는 동안 생각이 달라졌다. M군은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밤에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북쪽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M군은 책을 많이 봐서인지 다방면에 걸쳐 해박했다. M군은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깊이 있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M군은 대원군의 쇄국정책,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임진왜란 등 역사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견해도 지니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북한 사람이 쓴 역사소설을 읽고 알았다고 답했다.

북한에서 자란 M군과 4일 동안 생활하는 동안 첫 날엔 무척 두렵기도 했지만 갈수록 벽 같은 것은 사라졌다. 우리 동생이나 아들과 다름없는, 착하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젊은이였다.


M군이 밥을 먹다가 뜨거운 국물을 떠먹더니 한마디 했다. "아, 시원하다." 내가 물었다. "북쪽에서도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합니까?" "네, 그래요. 남쪽에 와서 말이나 행동에서 별로 이질감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새터민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른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 분단 60년이라는 시간의 벽이 우리 겨레의 정서까지 갈라놓지는 못했다는 것이 퍽 다행스러웠다. 새터민들은 외국인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정서를 지닌 겨레다. 남쪽 사람들이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통일은 더욱 빨리 올 것이다. 그리고 통일 후 부작용도 더욱 적어져서 원만한 지리적, 정신적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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