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는 있는데 '한글' 지원이 안된다고요?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 ⑤ 충칭-구이양 2일차

등록 2006.07.30 22:23수정 2006.07.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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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여기 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가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됩니다. <편집자주>
a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코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충칭을 지나는 도중에도 식당 주인 아저씨에게 여행 목적을 질문받았다. 그런데 지금 중국어 실력으론 도저히 설명이 어렵다. 그냥 '보기 위해서 왔다'고 대답했다.

충칭 '동시' 마을에서 잠시 한 부부와 대화를 나눌 땐 순식간에 동네 주민 20여 명에게 포위당했다. 워낙 이런 일을 많이 당해 이젠 익숙하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기록을 남기는 일. 그래서 숙소를 정하면 왕바(인터넷 카페) 유무를 꼭 확인한다. '동시' 마을에서 만난 부부에게 싸게 잘 수 있는 여관을 소개받았다. 왕바가 있다.

단돈 5Y에 TV, 선풍기, 샤워실, 게다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3인실 침대까지. 만족이다. 그런데 역시 한글 프로그램 지원이 안 된다. 종업원이 기다리라면서 몇 번이나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눈꺼풀 무너지는 가운데 1시간 동안 검색만 했다.


다음은 충칭-구이양 2일차 기록이다

2006년 7월26일 수요일. 맑고 더움 / 충칭 – 구이양 2일차

a 강 곳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너무 부러웠다.

강 곳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너무 부러웠다. ⓒ 박정규

07시30분. 기상. 양말이 하루 만에 마른 적은 거의 없다. 오늘도 자연 건조를. 짐을 챙겨 내려가니, 주인 가족들이 식사 중이다. 나도 그 분들이 먹고 있는 걸 주문하니까, 그냥 먹으란다. 식사 중에 주인아저씨가 '중국에 온 목적이 뭐냐?' 고 묻는다. 말할 수 없다. 지금의 중국어 실력으로는… 그냥 '보기 위해서 왔다'라고 대답.


08시50분. 왕바(인터넷 카페)에 갔는데 빈 자리가 없다. 방학이 되자 학교 대신 다들 이곳으로 등교를 하나 보다.

10시45분. 19km 지점. 긴 강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간이 슈퍼. '보리 그림' 있는 우유가 없어, 다시 쓴 팩 우유를 선택했는데 'Beijing 2008'이라고 적혀 있다. 어, 이유는 쓰지 않고 정상적인 우유 맛이 난다. 유통기한이 7개월이나 되는데…. 또 하나의 쓰지 않은 우유를 찾았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밖에 나오니 강 건너편 기슭에 집이 여러 채 있다. 꼭 강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배들이 물살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12시25분. 30.9km 지점. 다시 오르막 시작. 마을이 나타났을 때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 오르막이 나타나 버렸다. 아마 내리막이 시작되어야 식당 있는 곳이 나타날 것 같다. 민가들은 주기적으로 있는데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a 멀리서 보니 물위에 살짝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멀리서 보니 물위에 살짝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박정규

14시5분. 40.3km 지점. 충칭 '굴란' . 내리막 식당. '링구에빙'이 생각나 그가 즐겨먹던, '시홍시 탕(토마토 탕)' 주문. 변함없이 4인분은 될 것 같은 큰 대접에 탕이 가득 담겨있다. 국자를 갖다 준다. '사오즈(숟가락)' 갖다 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웃으면서 '작은 티스푼'을 갖다 준다. 하나는 내 입보다 크고, 하나는 내 엄지손가락만하다. 그냥 '스푼' 으로 조금씩 떠먹었다.

식사가 끝날 때쯤,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가와서 자전거 보고 '모토춰(오토바이)'냐고 묻는다. 자전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질문이 돌아온다.

어떻게 '구이양'까지 가냐, 태양도 뜨겁고 산도 많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괜찮습니다. 쉬면서, 천천히 가면 됩니다"라고 답변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계속 '쯧쯧' 소리를 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신다. 할머니, 어머니 분들 걱정이 많으신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똑같은 것 같다.

a 새로 구입한 간식, 마빙에 딸기잼을 먹으니 달콤, 달콤^^

새로 구입한 간식, 마빙에 딸기잼을 먹으니 달콤, 달콤^^ ⓒ 박정규

16시40분. 55.3km 지점. 언덕 오르막 큰 나무 아래. 큰 나무 아래서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봤다. 마빙(동그란 중국식 빵, 속에 달콤한 게 들어있음)에 딸기잼을 얹어 먹으니 꼭 소풍 와서 김밥 먹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딸기 잼과 마빙'을 다 먹어서 다시 구입해야 할 듯.

19시30분. 75.3km 지점. 충칭 '동시' 마을. 언덕에서 잠깐 대화를 했던 부부가 마을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잠시 멈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주위에는 주민 20여 명이 날 구경하기 위해 몰려왔다. 점점 사람들에게 포위(?)당하는 일이 익숙해지고 있다. 그 부부에게 '싼 여관' 위치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피곤해서 여관으로 가려는데, 연락처를 적어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란다.

a 여관집 사람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여관집 사람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 박정규

여관에 도착해 방이 있냐고 하니까, 15Y짜리 방이 있단다. 내가 돈 없다고 저렴하게 해달라고 하니까 10Y, 5Y짜리 방이 있단다. 망설일 필요 없이 5Y짜리로. 자전거는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주인이 손수 운전하며 따라 오란다. 계단 앞에서 잠시 고민하더니, 자전거 앞을 번쩍 들더니 나보고 뒤를 들란다. 2층까지 들고 올라가 빈 방 같은 곳에 주차 후 나의 방으로 갔다.

4층이다. 나무 침대 3인실 혼자 사용, TV, 선풍기,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 가까운 왕바(인터넷 카페). 이 정도에 5Y이면 만족.

밥 먹으러 내려갔는데, 이상한 기계 위에서 네 분이 마작을 하고 있었다. '마작전용' 테이블. 자전거 타고 오면서 테이블과 똑같은 모양의 현수막을 자주 봤는데…. 작은 식탁크기 만한 테이블 중간에는 둥그런 덮개가 있고, 그 안에 주사위가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주사위가 자동으로 회전하면서 멈춘다.

그러면 사람들은 순서에 맞게 패를 가져간다. 게임이 끝나고, 다른 스위치를 누르면 테이블 중간의 작은 사각형 공간이 15cm 가량 수직으로 올라간다. 그럼 빈 공간이 나타나는데 그 안으로 마작 패들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새롭게 정리된 마작 패들이 각자의 자리 위로 자동으로 올라온다.

a 마작 기계

마작 기계 ⓒ 박정규

20시15분. 왕바. 한글 설치 프로그램 CD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혹시나 해서 종업원에게 말하니,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그리곤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방법을 알았다는 듯이 검색 창에 주소를 치는데 구글 검색 창이 뜬다. 그리곤 나보고 '검색' 하란다. 역시….

이런 경우에는 그냥 포기하고, 다른 카페를 찾는 경우가 빠르다. 속도도 느리고, 자꾸 오류가 나서 그냥 가려는데,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기다려 달란다. 자꾸 눈꺼풀이 내려온다. 이번에는 구글 상세 검색 창을…. 결국 1시간 동안 피곤한 가운데 검색만 했다. 지금까지 한글 문제를 해결해준 인터넷 카페 종업원은 한 명도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려고 수건을 찾았는데, 어제 여관에 두고 온 것 같다. 또 하나 짐이 줄었다. 스포츠타월이 있어서 다행.

a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신 채 힘겹게 걸어가고 있던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저려왔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신 채 힘겹게 걸어가고 있던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저려왔다. ⓒ 박정규

[여행수첩]

1.이동경로: 충칭 장찐 두수 – 충칭 동시
2.주행거리 및 시간: 75.3km / 6시간 36분 / 평균속도 11.4km/h / 누적거리 3,319km
3.사용경비: 20.5Y
우유1: 2.5Y / 빙꽈3: 1.5Y / 점심: 5Y / 숙박 비: 5Y
인터넷 카페1시간: 2Y / 저녁: 2.5Y / 스포츠음료1: 3Y

4.섭취 음식
1)식사
아침: 저우 3그릇(숭늉), 바우저 4개(고기만두), 쿵신차이(시큼한 나물)
점심: 시홍시탕(토마토 탕), 따미(밥)
저녁: 시홍시 면타오(토마토 라면)
2)간식
물: 4.2ml / 스포츠음료1 / 마빙5 / 빙꽈3

5.신체상태: 이마 땀띠, 어깨 땀띠 따끔, 다리 땀띠 간지럽지는 않음.
오르막으로 인한 약간의 다리 근육통
6.안장 위 풍경.
주기적으로 옥수수 밭이 있었고, 산에 무늬를 넣은 것처럼 산비탈에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지역 역시 옥수수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인 것 같다. 옥수수를 도로 갓 길에 말려놓고, 걷어가는 사람들, 옥수수를 광주리에 가득 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짚신 신고 가는 할아버지, 집 안에서 빨래 판 같은 걸 이용해 옥수수를 손질하고 있는 할머니.

산 하나를 넘자 어떤 마을은 강가에 튜브 대여 등을 대여 하며 생활하고 있었고, 어떤 마을은 석탄 같은 곳을 끊임없이 나르고 있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도, 자기 덩치만한 광주리에 석탄 한 포대를 싣고 맨발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나에게 맑은 웃음을 보여 주었지만, 난 가슴이 저려왔다.

7. 지금까지 이동경로와 이후 일정
6월10일 – 15일 / 얼리안 – 후허하후터
6월17일 – 7월6일 / 후허하후터 – 시안
7월 7일 – 7월19일 / 시안 – 청두
7월 20일 – 7월23일 / 청두 – 충칭
7월25일 – 29일 / 충칭 – 구이양
7월30일 – 8월8일 / 구이양 – 쿤밍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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