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청년 "태권도가 너무 좋아요"

20여 일간의 태권도 연수 마치고 돌아가는 미국 고교생 데이비드의 태권도 사랑

등록 2006.07.31 15:06수정 2006.07.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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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태극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데이비드.

태극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데이비드. ⓒ 김현

"태권! 태권도!"


정권을 내지르며 푸른 눈의 외국인 사범이 "태권"을 선창하자, 40여 명의 아이들이 "태권, 태권도!"라는 힘찬 기합과 함께 정권 지르기를 한다. 이어 수련생들에게 발차기와 앞차기 등을 시키는 외국인 사범의 모습은 진지하다.

태권 동작에 대한 그의 구호는 대부분 영어이다. '백 킥', '사이드 킥', '미들 펀치 텐 타임'. 그러나 수련생들은 무슨 뜻인지 알고, 기합을 넣으며 잘도 따라한다. 그런데 딱 두 마디는 한국말로 한다. '태권도'와 '감사합니다'는 또렷하게 우리말로 한다.

전주시 평화동에 위치한 '블랙벨트 태권도장'의 황보선 사범의 초청으로 태권도 연수를 위해 데이비드(19)가 지난 7월 10일 한국에 왔다. 데이비드는 열아홉 살로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년이다.

미국에서 '태권도'에 대한 생각은 매우 특별하단다. 한국 사람들이야 태권도는 그냥 일상사로 하는 운동에 불과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동양의 무술로 인식되어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게 황 사범의 설명이다.

"태권도의 나라 한국에 꼭 오고 싶었어요. 한국에 와서 너무 좋아요."


a 준비운동.

준비운동. ⓒ 김현

데이비드(2단)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도 태권의 나라에서, 태권도의 참모습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에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혼자 왔다. 오직 태권도를 더 배우고 알기 위해서.

데이비드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그의 일정은 '태권도'로 꽉 짜여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주대학에 가서 전주대학 태권도과 학생들과 함께 2시간 정도의 강훈련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도장에 와서 태권도 수련생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태권도를 한다. 수련생들과의 일정이 끝난 다음에 다시 황 사범과 둘이서 태권도 연습을 다시 한다고 한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데이비드는 "처음엔 무척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며 웃는다. 웃는 모습이 어린 소년 같다. 키만 컸지 순박하게 생긴 얼굴, 열아홉 살의 청년치고는 앳된 모습이다.

"아이들과 태권도 할 때가 제일 즐거워요."

a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데이비드 사범과 수련생들의 모습.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데이비드 사범과 수련생들의 모습. ⓒ 김현

'어느 때가 제일 즐겁냐'고 물으니까, 데이비드는 어린 수련생들과 태권도를 할 때라고 답한다. 태권도 수련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데이비드에게 "사범님, 사범님"하며 장난치면서 논다. 그러면 데이비드는 아이들과 뒹굴기도 하고, 발차기를 하면서 임시 대련을 하기도 한다.

데이비드와 허물없이 지내는 아이들에게 '데이비드 사범님 어때요?'라고 물으니, 모두들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데이비드가 한국에 온 지도 벌써 20여 일이 다 되어간다. 이제 이틀 후(오는 8월 2일)면 귀국한다고 한다.

황보선 사범은 해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외국인 태권도인들을 초청한다. 그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느끼고 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황 사범은 설명한다. 또 태권도를 동경하는 외국인들의 태권도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보고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태권도' 하나만을 동경해 한국에 온 하얀 피부에 푸른 눈의 열아홉 청년 데이비드. 땀방울을 흘리며 태권도와 함께 한 이십여 일의 기간이 짧다면 짧지만, 그에게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짧은 이야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말처럼 태권도가 그의 마음 속에 살아 숨 쉬는 그 무엇이 되었으면 싶다.

"태권도는 제 마음 속에 살아 숨 쉬는 그 무엇이에요. 언젠가 기회가 오면 다음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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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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