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같던 한 달 - "유럽여행"

1.준비

등록 2006.08.02 16:40수정 2006.08.03 11:30
0
원고료로 응원
나는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6일까지 약 한달 간 유럽 10개국을 다녀왔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결정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온 이후 줄곧 서울에서 자라 온 나는 사실 그야말로 서울 촌놈이다.

그 유명하다는 설악산도, 부산의 해운대도 가보지 못했고 가족끼리 일본을 자깜 다녀온 것 이외엔 제주도 2번 간 것과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가 내가 간 여행의 전부다.

그런 내가 유럽여행을 가기로 맘을 먹은 것은, 우리 형의 영향이 크다.
2001년 여름, 이미 호주를 다녀온 후 유럽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빡세다는 벼룩시장 아르바이트와 우체국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는 기염을 토하며 돈을 모은 우리 형은 유럽에 다녀왔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며 꼭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내게 전했다.

그 영향과 함께 내 주위 사람들에게 유럽 여행은, 대학생 때 주어지는 이 두달이라는 방학이 아니면, 나중엔 돈이 있어도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유럽으로 이끌었다. 거기다 <냉정과 열정사이>도 한 몫 했다. 아오이와 준세이가 만났던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에 꼭 올라 보리라는 다짐과 함께 내 유럽여행은 결정되었다.

호텔팩이냐? 자유배낭이냐?

나는 사실 유럽을 자유배낭여행으로 다녀오지 않았다.
여행사의 호텔팩을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호기를 부리며 호텔팩이 무슨 여행이냐? 그렇게 편하게 하는 것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며 자유배낭을 갔다 올 것을 권유하곤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비용면에서나 편리함 면에서 호텔팩은 아주 편리하고 또 유익한 시스템이다.

첫째, 유럽여행과 같이 장기간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
숙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맘껏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피곤한 몸을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는 숙소는 되도록 시설이 좋고 여행할 역과 가까운 것이 좋은데, 호텔팩의 경우 아무리 시설이 좋지 않아도 말 그대로 호텔이며, 주로 역과 가까운 곳을 여행사에서 잡아준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텔만 못한 시설과 역으로부터 먼 곳에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

둘째, 유럽여행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유레일패스 및 유로스타 혹은 저가 항공 그리고 야간열차의 예약을 일일이 직접 하게 되면 굉장히 번거롭다. 시간이 아주 많아서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행사에서 해주는 것이 훨씬 낫다.

셋째, 호텔팩은 단체배낭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팩은 가이드가 있어서 그 가이드를 따라 여행, 아니 관광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절대 아니다. 가이드가 있는 상품은 단체배낭이라는 상품으로 호텔팩보다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비싸다.

실제로 나는 이번 여행에서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몰라서 길을 돌아오는 아주 유능한 가이드가 붙은 단체배낭 팀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단체배낭은 추천하고싶지 않다. 호텔팩은 호텔만 잡아 줄 뿐, 호텔에서 하루 종일 쉬든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여행을 하든지 나머지는 모두 자유다. 단, 호텔 일정이 있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더 있고 싶을 때 마음대로 더 머무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넷째,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잘 되어있는 나라가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는 동양인을 노리는 흑인들과 집시, 아랍계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 그곳이다. 내 군대시절 후임은 혼자서 40일 동안 자유배낭으로 유럽여행을 하며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마지막으로 파리에서 쇼핑을 하려고
한 곳에 모아둔 돈을 지하철에서 고스란히 강도에게 빼앗겨 버렸다. 무려 80만원이나!

그 동안 아껴왔던 돈을 몽땅 날린데다 타지에서 칼까지 들이대는 강도를 만났으니 그 얼마나 여행 뒷끝이 찝찝했겠는가? 혼자 하는 여행이 자유롭고 시간이 절약되며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위험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여럿이 같이 하는 여행은 즐겁고 재미있으며 위험하지 않고 또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어디를 가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동시간이 더디고, 또 가끔 사람에게 치인다는 느낌도 주지만, 그럴땐 혼자 혹은 몇 명이서 따로 다녀도 되니까. 어쨌든, 나는 운이 좋게도 다른 여느 호텔팩의 인원들보다 적은 인원(12명)과 딱 알맞은 나이대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 아주 즐겁고 유쾌한 여행을 했다.

짐꾸리기

a 라면과 밥으로 그득한 나의 캐리어.

라면과 밥으로 그득한 나의 캐리어. ⓒ 김명진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서는 유럽여행 책에 잘 나와있으니, 경험상 유용하게 썼던 것들만 열거하겠다. 유럽사람들은 그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는 꼭 끼면서도 양산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러나 그들이 쓰든 말든 우리는 그 강렬한 태양을 좀 피하고 싶으니까.
여름에 가는 여자 여행객들은 양산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바티칸이나 루브르, 오르세등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이나 그냥 길을 걸어다닐 때도 태양을 피하기 위해 아주 좋은 방법이 바로 양산이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다! 특히 여름에 가는 여행객들은 꼭꼭 챙기길.
올해는 몇 년만의 폭염이라 더 그랬지만, 유럽의 햇살은 맨살과 맨눈으로 견디기엔 버겁다.

라면과 데워 먹을 수 있는 밥.(경험해 본 바, C사의 햇*보다 N사의 햅쌀 머시시가 살짝 데웠을 때 훨씬 더 잘 익은 밥의 상태로 먹을 수 있다. 햇*은 약간 설익은 상태여서 커피포트가 없는 호텔에서 먹을 때는 덜 익은 쌀을 씹는 기분이다. N사 제품 강추!) 라면은 꼭 필요하다. 한국 식품점에서 살 수도 있지만, 찾아가야하는 수고와
가격차이는 상당히 아깝다. 꼭 준비해가자.

테마 정하기

유럽여행은 장기간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것이니 만큼, 자신만의 테마를 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 즉, 자신이 이번 여행에서 주안점을 두고 볼 것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가는 것이다. 각 나라의 맥주를 다 마셔보며 비교를 한다든지(유럽은 맥주를 많이 마시고 그에 따라 많이 생산되니까),

각 나라의 밤문화, 놀이문화를 체험하겠다든지(돈과 체력이 많이 들겠지만) 혹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것들(우리 팀의 약학과에 재학중인 녀석은 각국의 약국을 테마로 잡았다.)도 좋다. 무엇이든 자신의 테마를 정하고 가자!

이번 여행에서 내 테마는 "유럽속의 한국찾기!"

공부하기

여느 여행과 달리 유럽여행은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네들의 삶을 엿보기 위해서는 유럽의 역사와 신화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여행을 그렇게 찬찬히 오랫동안 준비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바티칸과 루브르 등 유명 박물관을 관람할 때는 가이드 투어를 추천한다.

특히 바티칸과 루브르는 2만점과 40만점에 이르는 엄청난 유물과 수많은 관람객들 때문에 혼자서 관람하기엔 무리가 있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 박물관 이외에도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미술에 관한 공부는 조금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따분하기만 했던 미술관 관람이 즐거워 질 것이다.

환전하기

이제는 유럽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여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각국의 화폐를 바꾸느라 고생도 많이 하고 환차손때문에 손해도 꽤나 있었다고 한다. 혼자서 돌아다니거나 여자 여행객이 아니라면, 돈은 우리나라에서 환전해가는 것이 가장 이익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국제직불카드로 뽑아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수수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신이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약간 모자라게 돈을 환전해가는 것이 좋다. 물론 그 돈에 대한 간수는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다.

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바로 분실신고를 하면 그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여행자 수표도 그 번호만 따로 적어놓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돈은 막을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결정하자.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단! 영국의 파운드와 스위스프랑은 미리 환전해가는 것이 좋다. 체코의 코룬의 경우, 체코에서 환전하는 것이 좋다고들 하나, 은행에서 하는 것이 그렇고 사설 환전소의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체코의 경우, 사설환전소에서 아주 좋은 환율로 유혹한 후 낚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몇 천에서 몇 만코른을 환전해야 그 환율로 해주는 수법이다. 우리 팀도 그 수법에 낚여서 일인당 100코룬(한화 약 4,000원) 정도씩 손해를 본 적이 있으니 사설 환전소의 환율이 좋거든 꼭 얼마를 환전해야 그 환율로 해주는지를 확인하자!

자! 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떠나야지!

덧붙이는 글 | 오연호 대표님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다고 말씀드렸더니, 여행기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블로그에 쓸 생각입니다. 혹시 오마이뉴스에도 뉴스거리가 된다면 앞으로도 블로그에 써서 송고하려구요.^^

덧붙이는 글 오연호 대표님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다고 말씀드렸더니, 여행기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블로그에 쓸 생각입니다. 혹시 오마이뉴스에도 뉴스거리가 된다면 앞으로도 블로그에 써서 송고하려구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