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과 낭만이 만나는 여수 해양공원

하멜이 탈출했던 포구에 멋진 공원이... 돌산대교 야경도 장관

등록 2006.08.02 14:08수정 2006.08.02 14:09
0
원고료로 응원
a 하멜로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하멜등대. 멀리 돌산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하멜로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하멜등대. 멀리 돌산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 이상율


"지금은 저 바다 위에 가득한 허공뿐이나
한 시절 이 땅에 네덜란드 젊은이들이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다가 하늬바람 일던 그날 밤
귀향의 돛을 높이 올려 저 수평선을 넘어 갔다오
이 땅에 한도 두고 정 또한 두고……
그 겨울 유난히 바람 잦고 오동도 동백꽃은 더더욱 붉었다 하더이다."


전남 여수시 종화동 하멜로 끝머리 종포 하구에 우뚝 서있는 하멜등대에 새겨진 비문이다. 2005년 3월 국제 로타리클럽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여수지역 로타리인들이 뜻을 모아 세웠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의 선원으로 1653년 8월 16일(효종 4년) 일본으로 가는 도중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 13년간 우리나라에서 살게 된다.

1663년 7월 여수의 전라좌수영으로 배치된 하멜은 잡역에 종사하면서 억류 생활을 이어가다 1666년(현종 7년) 9월, 7명의 동료와 함께 탈출에 성공했다. 하멜 일행은 일본의 나가사키에 도착해 심문을 받고, 2년 후 네덜란드로 귀환한 후 <하멜표류기>를 썼다. 이 책은 한국의 지리, 풍속, 정치, 군사, 교육 등을 최초로 유럽에 소개한 문헌으로 그 가치가 크다.

하멜이 우리나라를 떠난 곳이 지금 하멜등대가 서있는 종포 포구다. 이를 기념하는 등대를 세우고 이를 하멜 등대라 명명했다.

a 여수 해양공원 바다의장. 뒷결의 하멜등대가 손길에 닿는다

여수 해양공원 바다의장. 뒷결의 하멜등대가 손길에 닿는다 ⓒ 이상율

하멜등대의 언저리에 친수공간인 해양공원이 새롭게 조성됐다. 이 해양공원은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 구항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계획적으로 축조되던 각종 시설물과 난립된 수제선(水際線) 등을 말끔히 정비 도시미관을 접목함으로써 해양문화 공간을 탄생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항구도시로 탈바꿈시키도록 한 것이다.

총사업비 313억을 들여 지난 2001년부터 5년여에 걸쳐 방파제와 방파호안 160m, 물양장(物揚場·매립) 214m, 호안 정비 698m와 소형선박 접안과 간이 수리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돌제(선양장) 64m를 조성하면서 이 같은 친수공간(親水空間)을 만들어 내고 지난 6월 이 공원의 관리권을 여수시에 이양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시민공원으로 자리잡게 했다.


장군도와 돌산대교, 남해도와 아기섬이 마주 보이고 하멜등대가 이웃하고 있는 이곳은 대형 공연장은 물론 '바다의 장'에는 낚시터와 쉼터 등이 있고, 열대풍의 워싱톤 야자수와 조명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밤이면 오가는 배들과 휘황찬란한 돌산대교의 야경으로 시민들은 물론 외지관광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장마철이 걷히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피서객들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했다. 가족, 연인들과 함께 하는 수백 명의 피서객들이 몰려들면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옹기종기 모여 술 한 잔과 함께 나누는 걸쭉한 대화로 인해 하루의 피로는 물론 무더위를 잊게 한다.


a 해양공원 야경. 수백의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며 돌산대교의 야경을 만끽한다

해양공원 야경. 수백의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며 돌산대교의 야경을 만끽한다 ⓒ 이상율

이 공원의 등장은 낙후된 원도시(原都市)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돌산대교, 오동도, 장군도와의 가시권역이면서 장차 세계박람회가 유치 될 경우 덕충동 엑스포 후보지와 돌산 제2대교의 권역으로 여수의 미래를 담보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이곳의 활성화는 인근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갖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죽어 가는 원도시 재활의 불꽃을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양공원을 여수를 상징하는 명물 공원이자 외지관광객들이 찾지 않을 수 없는 해변가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공원의 이름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와 접목하여 볼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웃의 하멜등대와 한 권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주변 풍광을 네덜란드 풍으로 연출하여 하멜공원으로 명명하고 예술문화가 활발하게 연출되었으면 한다.

낮이면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밤이면 음악·무용 등 갖가지 공연이 열리는 친수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단체, 동아리, 학교, 학원, 유치원 가릴 것 없이 자유로운 전시나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그에 상응한 시설보완이 시급하다.

무대의 조명·음향 기기를 사용 할 수 있도록 전기시설은 물론 이동식 대를 상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특정 문화 예술단체나 공연, 전시하는 단체에 많은 보조금을 주어 행사를 하도록 하는 종래의 방법을 지양하고, 이곳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단체에 각종 장비나 비품을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정도만 지원하고 개방하는 방법이 좋을 듯 하다. 그래서 동아리, 학교, 학원, 유치원, 예술단체, 음악, 미술, 문학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문화 예술의 요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a 돌산대교의 낮 모습

돌산대교의 낮 모습 ⓒ 이상율


이 공원에 접근성을 높여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주차장 건설이 시급하다. 해양수산청이 친수공원을 만들면서 주차장을 빠트린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여수시에 관리권을 이양하기에 앞서 이왕이면 주차장까지 개설했더라면 금상첨화 격이었을 것이다.

주차장 건설은 이제 주민들의 몫인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인근 주민들은 자치정신을 발휘하여 주차장 적지를 확보하고 지주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보상 문제로 야기되는 분쟁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여수시나 해양수산청에 주차장 건설을 건의 할 필요가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세찬 물결이 포말을 이루는 바닷와 오색 빛이 영롱한 돌산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선율에 젖어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예술이 있는 친수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빛의 도시 여수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 할 수 있고, 죽음의 지역이라는 원도시의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a 대형 야외무대가 해양공원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가구어 나가게 된다

대형 야외무대가 해양공원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가구어 나가게 된다 ⓒ 이상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이 기자의 최신기사 세계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라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