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아래에 자리한 평창군 속사면 마을. 높은 교각과 작은 하천으로 배수가 제대로 이루어지 못해 가옥이 모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다.생태지평
강원도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평창·인제·정선 일대에 도착하니 마치 지진이 일어난 곳처럼 도로가 솟아오르거나 붕괴되어 있었다.
마을을 둘러싼 산들은 무너져 내려 속살을 모두 그대로 드러냈고 쓸려내려온 토석과 간벌재, 쓰레기는 산 아래 마을과 밭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의 특성상 눈사태라면 좀 더 쉽게 대처가 가능했겠지만, 낯선 7월의 물난리에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강원도의 총면적의 90% 이상은 해발 100m 이상의 산야 및 고산지대. 이번 수해피해 지역 대부분도 주민 거주지와 농지였다. 한여름 국민들이 먹는 채소의 73%를 조달하는 강원도 고랭지 밭이 주민들의 주소득원이고, 주민들 상당수가 밭 가까이 있는 산간 계곡에서 마을을 형성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수해에서 흘러내려온 토석과 나무들은 하천 콘크리트 다리 교각에 걸려 거대한 댐을 형성했다. 하류로 흐르지 못한 물은 하천 주변으로 범람하거나 하천 폭을 넓혀 주변 밭과 마을·주민·가축들을 모두 쓸려내렸다.
게다가 고랭지 농업을 위해 객토를 산에서 끌어오면서 지력이 약해진 상태. 간벌목과 뿌리째 뽑힌 나무들은 물론 돌덩어리들까지 같이 쓸려 내려오면서 마을이 덮여버린 것이다.
미사일 폭격을 당한 듯한 평창군 속사리·거문리 일대에는 거대한 물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하천을 가로질러 공사를 진행한 지역이었다. 하천 폭을 좁히고 인공재방을 높이 쌓아 빗물의 유속을 빠르게 변하자 수압을 견디지 못한 다리가 떠내려가거나, 도로가 붕괴된 것이다.
컨테이너 건물에 머물며 수해복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