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온산산업단지까지

바닷길을 따라 동해안을 기행하다

등록 2006.08.04 18:54수정 2006.08.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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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따라서 전국을 일주해 본다면? 그럼 어디서 시작하면 좋을까? 해운대 백사장에서 출발해서 동해안 등줄기를 타고 가면 어떨까?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출발해보자.

a 달맞이길 옆 음식점 건물

달맞이길 옆 음식점 건물 ⓒ 김영명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터를 빠져나오면 푸른 바다 색깔의 메리어트 호텔이 보인다. 이 호텔을 지나 4거리에서 우회전(직진하면 해운대 신시가지로 들어감) 해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곧장 올라가면 미포5거리.


미포5거리에서 시계 방향으로 두 번째 길을 택하면 ‘달맞이 길’이 된다. 송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이 길이 해안과 가장 가까운 길이다. 완만한 오르막길인 달맞이 길은 왼쪽으로 고급 주택지를 끼고, 오른쪽은 소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왼쪽의 주택지에는 화랑, 카페, 음식점 등이 즐비해서 한국의 ‘몽마르뜨 언덕’이라고도 불린다.

a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는 해월정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는 해월정 ⓒ 김영명


여유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김성종 작가가 세운 추리문학관에 들려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르막 끝자락에는 해월정(海月亭)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와 달맞이가 절경이라는데,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그저 정자에 올라가서 먼 수평선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해월정을 지나면서 왼편으로 줄지어 서 있는 카페, 음식점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가수 원미연씨가 출연하는 라이브하우스도 있다. 송정으로 가는 약 6km의 해안길은 산 중턱을 이리저리 15번 이상 굽어진다고 하여 ‘15곡도’로 불린다. 이 도로 양변의 가로수가 벚나무라서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에는 진해의 벚꽃길을 연상시킨다.

a 송정으로 넘어가는 열다섯구비의 15곡도

송정으로 넘어가는 열다섯구비의 15곡도 ⓒ 김영명


송정3거리에서 우회전 해서 철길을 건너면 송정마을이다. 직진해서 가다보면 해안이 보이는 T형 3거리에서 우측은 송정해수욕장으로 들어가고 좌측은 북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다. 송정2호교를 지나면서 좌우로 음식점들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열무김치에 국수를 말아주는 맛이 특별한 열무국수집이 오른쪽에 깊숙이 앉아 있다. 화초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하여 식탁과 의자를 놓고 열무국수를 판다. 식탁 주변에는 가꾸는 화초가 자란다. 직접 가위로 썰어 넣는 열무김치가 이 집의 별미다. 간판이 없는 무허가 음식점으로, 그래서 초행인 사람은 집찾기도 어렵지만 식사 때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a 무허가 음식점인 열무국수집

무허가 음식점인 열무국수집 ⓒ 김영명


T형 3거리에서 약 2.1km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해동용궁사’로 가는 길이다. 108돌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동해바다를 앞에 두고 아담한 절이 나온다. 바닷물이 절 앞 까지 미치는 이 절은 1376년 고려시대 나옹대사가 창건한 절로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에 중건되었다. 산속의 절만 보아왔던 사람에게는 해안의 절이 색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닫지 않을까.

a 멸치잡이 배가 닿는 대변 포구

멸치잡이 배가 닿는 대변 포구 ⓒ 김영명


다시 31번 지방도로를 타고 내달으면 대변포구에 닿는다. 이름이 요상해서 개명 의견도 많았지만, 해마다 4월 중에 열리는 ‘멸치축제’는 이름이 나있다. 멸치회를 맛보기 위해 인근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멸치회는 뼈를 발라내고 비늘을 벗긴 것을 미나리 등의 야채와 섞어 초장에 알맞게 버무린 것인데, 그 맛과 풍취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있다. 수십 척의 멸치 배들이 드나드는 이 포구는 멸치젓갈을 담는 공장이 네댓 곳 있어 멸치젓을 사러오는 상인들로 붐빈다.

대변에서 31번 도로로 가지 않고 포구를 한바퀴 돌아 나오는 끝에 해안을 따라 생긴 비좁은 시멘트포장 도로가 있다. 이 길은 처음 200여m는 포장이 잘 된 왕복2차선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길이 좁아 오고가는 차가 스칠 때는 잠시 정차해야 하는 길이다. 그래도 이 길이 파도가 부셔지는 해안을 보면서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a 경양식과 음료를 파는 아담과 이브 카페

경양식과 음료를 파는 아담과 이브 카페 ⓒ 김영명


중간에 백색의 건물 하나가 외롭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담과 이브’의 상호를 붙인 카페이다. 경양식과 음료수를 팔고 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바다를 보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음료수 중 뭐가 마실만한지 웨이터에게 물었다. 한방약차를 권한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이 좁은 해안도로는 월전 마을에서 끝난다. 월전 마을에서 죽성 마을, 죽성에서 일광의 학리 마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없다. 지도상에는 분명히 지방도로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는 도로가 행방불명이다. 그래서 기장군청 건설과에 문의를 해보니, 그 도로가 사유지여서 땅 소유자가 수십 년 전에 도로를 폐쇄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쪽으로 도로를 개설할 계획은 있지만 그것이 언제 실행될지 알 수 없다고 한다.

할 수없이 죽성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바로 앞에는 박태선 장로교의 신앙촌이 자리 잡고 있다)에서 좌회전하여 다시 기장군청이 있는 기장 읍으로 나와 14번 국도를 탄다. 우회전해서 북쪽으로 곧장 가면 오른쪽으로 기장실내체육관이 보이고 얼마 안가서 일광으로 들어가는 우회전 길(31번국도)이 나온다.


a 해돋이가 볼만한 일광 해수욕장

해돋이가 볼만한 일광 해수욕장 ⓒ 김영명


일광은 해수욕장(길이1.8km, 너비25m)이 있다. 총각시절, 친구들과 백사장에서 야영을 한 이튿날 아침에, 이름에 걸맞게 동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이글거림을 탄성과 함께 바라본 추억이 있는 곳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동해 아래에서 붉은 해 덩어리가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광경은 잊지 못한다. 태양을 바로 보고 있었지만 전혀 눈부심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솟아오를 때 바다수면의 현란한 빛깔, 그리고 태양이 머리를 치켜 올려, 반반원, 반원, 온원으로 모양을 갖추는 순간적인 시간이었지만 그것이 억겁의 시간이었음을 어찌 몰랐을까.

이천교를 지나 31번 국도를 따라서 월내면 소재지로 가는 도중 바닷가 쪽에 아담한 카페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름이 ‘마레’다. 이탈리아식 레스트랑이다. 메뉴판을 보니 제일 싼 홍차 한 잔에 6000원, 키위차가 8000원, 기타 경양식 요금도 특급호텔 수준이다. 종업원은 젊은 남녀 두 사람. 이 두 사람이 메뉴판에 적힌 다양한 음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풍경만이 제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마레에서 50m 채 못가서, 해안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 사이로 해안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를 볼 수 있다. 소나무, 바위, 파도 이 3박자가 절묘하게 조화된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자동차가 잠시 정차할 수 있을만큼 주행도로변에 여유 공간이 있다.

한번쯤 차에서 내려 다리도 펴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심정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전경을 사진에 담았다. 집에 와서 현상해 보니 웬걸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그저 평범한 풍경일 뿐이다. 왜 그럴까? 사진이 정지된 화면이어서일까. 아니면 감정의 농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현상일까.

a 서생의 배나무 꽃

서생의 배나무 꽃 ⓒ 김영명


지나치면서 볼 수 있는 임랑 마을, 월내 부락 모두 자그마한 해수욕장을 갖고 있어서 여름철이면 이 도로가 북적댄다. 월내3거리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보면서 오르막에 올라서면 이길 봉수대의 팻말을 볼 수 있다.

이길 봉수대를 지나 칠암 마을까지 가는 길 주변에는 배밭이 많아 봄철에는 흰 배꽃의 장관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길가에서 팔고 있는 배를 사서 갈증을 면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를 울주군 서생면에서 나온다고 해서‘서생배’라고 하는데 해풍을 받으면서 자란 배는 달고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면민의 약 80%가 배 과수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전라도 나주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지나가는 시간이 점심때라면 칠암 부락의 횟집에 들려 붕장어(아나고)회를 한 접시 먹고 가는 것도 좋다. 칠암의 붕장어회는 물기를 완전히 빼고 잘게 썰어 내놓는 회로 포실포실한 것이 입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맛이 일미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맛들일 수 있다. 자연산 생선회를 맛보기가 힘든 요즘, 자연산 붕장어회(붕장어는 많이 잡히므로 양식붕장어가 적음)를 손쉽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서생을 거쳐 나사해수욕장을 지나면 간절곶 등대의 팻말이 보인다. 간절곶등대를 중심으로 해서 울산시에서 간절곶 공원을 꾸며 놓았다. 이곳이 우리니라 육지에서 제일 먼저 해가 돋는 곳이라 하여 해마다 1월 1일에는 해맞이축제를 연다.

a 간절곶 등대

간절곶 등대 ⓒ 김영명


공원 안에는 생뚱맞게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모자석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신라 재상인 박제상이 눌지왕의 동생(미사흔)을 구하려 왜나라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그 부인과 자녀가 치술령(경주와 울산사이에 있는 고개)에 올라가 기다리다 지쳐 바위가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의 설화를 모티브 삼아 석상을 만들어 세워둔 것이다. 지아비를 그리는 마음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겠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지어미를 그리는 망부석(望婦石)은 왜 없는지 불평하지 않을까.

울산수산해양청에서는 간절곶등대 숙소(24평,방3칸)를 여름, 겨울방학 기간동안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여 등대체험과 해맞이경험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간절곶등대:☎052-239-6313)

a 수심이 얕은 진하 해수욕장

수심이 얕은 진하 해수욕장 ⓒ 김영명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온양, 울산방면으로 2km 나아가면 바로 진하해수욕장에 닿는다. 이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1km, 폭 30m로 최근 모래밭 주변에 소나무를 심고 편의시설도 적소에 비치하는 등 새롭게 단장해서 욕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북편 해안의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명선도’라는 조그마한 섬이 해안 모래밭과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하해수욕장에서 동해안을 따라가려면 온양국가산업단지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를 거친다. 온양국가산업단지(면적:1만7070㎢)는 우리나라 비철금속공업의 최대 단지로 정유, 유류비축, 화학펄프공업 등의 연관산업 180여 업체, 1만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공단이다. 또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는 석유화학, 철강기계, 전기전자, 운송 등의 업체 500여개에 8만8000여명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

한때는 단지 인근의 과수원의 나무들이 고사되고 열매를 맺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상황이 그렇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산업단지의 국가경제적 가치가 ‘공해’라는 괴물 때문에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두 산업단지에서 해안을 따라 북상하려면 방어진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울산만이 가로막고 있어서 부득불 울산 시내를 거쳐 가야 한다. 방어진에서 시작되는 해안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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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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