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에서 일산해수욕장까지

동해안 여행[2]

등록 2006.08.26 14:43수정 2006.08.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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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장생포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장생포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 김영명


해운대에서 출발해 온양, 울산산업단지까지 온 해안여행은 다시 장생포로 이어진다. 온양에서 장생포로 넘어가는 해안도로는 20여 년 전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현재 사용되는 많은 지도에는 버젓이 도로가 살아 있다. 울산광역시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지도 검색에서도 수정되지 않은 지도가 그대로 나온다.

장생포로 가려면 온양, 울산산업단지를 가로지르고, 청백교를 건너서 덕하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다음, 울산산업도로를 타다가 변전소4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간다.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동에 있는 장생포는 예전부터 고래잡이 포구로 유명하다. 그러나 1985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고래잡이를 금지한 이래 큰 타격을 입고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a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 김영명


태화강 하구의 돌출된 곶 부분에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 선 집들은 마치 동해를 바라보면서 사열받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잡은 고래를 싣고 포경선이 들어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동네잔치를 벌이던 때도 있었건만.

아직도 이곳에는 고래 고기를 주 메뉴로 취급하는 음식점이 10여 곳 있다. 포경업 금지 후 고래 고기의 주공급원은 어부들이 쳐놓은 고기잡이 그물에 어쩌다가 걸려 횡사한 고래들이다. 대부분 몸집이 작은 밍크고래(수염고래 중 가장 작은 고래로 몸 길이 6~7m 정도)라고 한다. 공급량을 가늠할 수 없다보니 고래 고기 값도 들쭉날쭉하다.

a 2005년에 개관한 고래 박물관 전경

2005년에 개관한 고래 박물관 전경 ⓒ 김영명


2005년 6월에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울산세계총회에 맞춰, 그 해 5월에 장생포 고래박물관이 개관했다. 1층에는 어린이 생태체험관, 2층에는 포경역사관, 3층에는 고래해체장과 귀신고래관, 4층에는 전망대가 있다.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가 실물 그대로 야외에 전시되고 있다. 2006년 3월에는 고래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매년 6월이 되면 고래축제도 열린다.

a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 ⓒ 김영명


옛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사람들은 더 이상 고래를 잡을 수 없지만 고래가 남겨준 추억과 영광을 발판 삼아 특색 있는 관광 포구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작년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과 장생포 주민 간에 이루어진 화합의 정신이, 보호해야 할 고래와 번영해야 할 장생포가 함께 사는 길을 열 것이다.

장생포 해안을 한 바퀴 돌고 울산항 부두 길을 달린다. 다리를 건너고 신여천4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신설된 왕복 6차선인 아산로. 원래 해안도로가 있었는데, 현대자동차에서 확장해 시에 기증한 도로다. 그래서 고 정주영씨의 호를 따서 '아산로'라고 부른다. 왼편에는 현대자동차 부지가 이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울산 바다가 펼쳐진다.


a 대왕암 공원 입구. 숲길이 보인다.

대왕암 공원 입구. 숲길이 보인다. ⓒ 김영명


아산로는 방어진으로 가는 옛 도로와 만나는 성내4거리에서 끝난다. 성내4거리에서 방어진으로 들어가는 길옆엔 KCC,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재벌의 공장들이 줄지어 들어서 이곳이 현대재벌의 태동지임을 보여준다. 현대마크가 붙은 제복만 입고 있어도 술값에서 외상이 통한다는 옛말이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다.

방어진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방어가 많이 잡힌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경상좌도병마절제사영'이 있었던 군사요지였지만 지금은 해안의 좁은 어항으로 축소되었다.


a 울기 등대. 왼쪽이 옛 등대, 오른쪽이 새 등대.

울기 등대. 왼쪽이 옛 등대, 오른쪽이 새 등대. ⓒ 김영명


방어진에서 꼭 둘러보고 갈 곳이 있다. 울산 12비경 중 하나인 '대왕암 공원'(일명 울기등대공원)이다. 대왕암의 유래를 적어놓은 글을 한번 읽어보자.

신라 30대 문무왕이 죽어서도 호국의 대룡이 되어 그의 넋은 쉬지 않고 바다를 지키거늘 왕비 또한 무심할 수 없었다. 왕비의 넋도 한 마리의 큰 호국룡이 되어 하늘을 날아 울산을 향하여 동해의 한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 그 뒤 사람들은 이곳을 대왕바위라 불렀고, 세월이 흘러 말이 줄어들어 '댕바위(대왕암)'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용이 잠겼다는 댕바위 밑에는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a 대왕암 전경

대왕암 전경 ⓒ 김영명


공원 입구에서 울기등대에 이르는 600m의 숲길이 참 좋다. 수령이 수십 년이 넘는 키 큰 소나무 1만5000여 그루가 하늘로 치솟아, 지나는 길손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공원 입구에는 안내간판만 덩그렇게 세워져 있는데, 대왕암공원이라고 새긴 돌기둥이라도 하나 세워 놓았으면 좋을 것 같다.

울산의 끝이라는 뜻을 가진 울기(蔚崎)등대(2006년 점등100주년을 계기로 蔚崎를 蔚氣로 변경)는 1905년 2월 일본이 러일전쟁 당시 군사목적으로 목재 등간(燈干)을 설치하여 방어진항으로 배를 유도하는 항로표지로 사용했다. 1906년 3월, 지금 장소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새로 건립하였다고 한다.

a 대왕암 중 갈라진 바위

대왕암 중 갈라진 바위 ⓒ 김영명


건립 당시에는 최고 높이가 6.1m였으나 1972년 8각형 콘크리트조로 3m 수직 증축하였다. 그러나 주변 해송이 등대를 가리자, 그 옆에 새로 선 촛대 모양의 등대에게 임무를 물려주고 은퇴하였다. 사람들은 2006년 4월 26일 '점등 100주년 기념식'을 다채롭게 열어, 은퇴한 구 울기등대(등록문화재 제106호)의 백수해로를 축하해 주었다.

울기등대를 왼편에 두고 바닷가로 내려서면 문무대왕비가 해룡이 되어 바위 밑에 숨었다는 해암들이 무더기로 펼쳐진다. 좌정한 바위무더기들의 앉음새가 심상찮다. 앉은 구도가 마치 뛰어난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아름답게 배치해 놓은 것처럼 완벽하다. 바위의 위치와 크기, 색깔과 모양을 자연이 저토록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까? 내심 감탄하면서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한 철재다리를 걷는다.

a 대왕암에 설치된 철재다리와 철재난간

대왕암에 설치된 철재다리와 철재난간 ⓒ 김영명


안타까운 것은 바위와 바위를 가로지르는 철재다리와 철재난간이다. 바위는 난간 및 다리와 원천적으로 어울릴 수 없다. 한 바위무더기에서 다른 바위무더기로 이동하려면 다리와 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무절제하게 바위를 훼손하면서 설치할 필요가 있었는지. 마지막 끝 바위무더기위에다 전망대를 만든답시고 시멘트로 떡칠한 무지와 만용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슬프다. 문무대왕비의 해룡이 숨은 바위무더기가 어느 것이지 알 수 없지만 시멘트와 철 난간으로 짓눌린 바위가 아니기를 빌어본다.

a 남쪽에서 본 일산해수욕장

남쪽에서 본 일산해수욕장 ⓒ 김영명


대왕암 공원 허리를 둘러가는 오솔길이 있다. 이 길 북편을 따라 가노라면 울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일산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오솔길 끝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 일산해수욕장 남쪽 끝 백사장이다. 백사장의 길이가 500여m, 폭이 40~80m 되는 물이 맑은 해수욕장이다. 어풍귀범(御風歸帆)이라고 불리는 일산해수욕장 일대는 '방어진 12경'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음에 갈 곳은 주전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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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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