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일이... 충남 서천 '관제데모' 추진

산업단지 조속 착공 촉구 집회 진두지휘... 산하기관엔 주민 동원령

등록 2006.08.04 21:37수정 2006.08.0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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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천군이 작성한 '범서천군민궐기대회' 추진 자료. 이 자료에는 각 읍면별로 5000명을 채우기 위한 인원이 할당되어 있다.

서천군이 작성한 '범서천군민궐기대회' 추진 자료. 이 자료에는 각 읍면별로 5000명을 채우기 위한 인원이 할당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충남 서천군이 장항산업단지 조속착공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고 군 소속 기관 및 읍·면사무소별로 인원을 할당하는 등 이른바 '관제데모'를 추진, 물의를 빚고 있다.

서천군이 지난 2일 각 산하 실·과장 및 읍·면 사무소장들을 소집, 회의를 통해 협조 요청을 한 자료에 따르면, '장항국가산업단지조속착공 추진위원회'는 오는 7일 금강하구둑 야외 광장에서 군민 5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속착공을 위한 범서천군민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천군은 이 집회에 필수 요원을 제외한 전 직원 참석과 각 부서별로 플래카드 및 피켓을 준비토록 요청했다. 또한 관련 사회·기관단체 중 찬성단체를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게 했다.

읍·면사무소에는 행사 안내를 위해 마을별로 홍보 방송을 실시하고, 이장, 새마을지도자,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인원을 수배 토록했다.

서천군은 이러한 요청과 함께 군 산하 13개 읍·면사무소에 인구비율에 따라 장항읍 1700명, 서천읍 900명, 마서면 750명, 화양면 150명, 한산면 150명, 서면 300명 등 5000명의 동원 인원을 배정했다.

서천군은 또 총 공무원 641명 중 민원실 8명과 실·과·소별로 최소 인원 2명 정도만 남도록 하고 모두 577명의 공무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토록 했다.

a 서천군이 작성한 문서에는 각 실과별로 예산과 홍보, 인원 동원 등을 준비하도록 업무가 배정됐다. 또 공무원은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이 '궐기대회'에 참여토록 했다.

서천군이 작성한 문서에는 각 실과별로 예산과 홍보, 인원 동원 등을 준비하도록 업무가 배정됐다. 또 공무원은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이 '궐기대회'에 참여토록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 뿐만이 아니다. 서천군은 이날 열리는 행사가 '장항국가산업단지조속착공 추진위원회'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사의 준비와 진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제진흥과장이 대회 경과보고 순서를 맡는가 하면 각 실과별로 준비업무를 떠 맡겼다. 경제진흥과에서는 추진위원회 협조 및 행정총괄, 차량주차 정리 등을 맡게 하고 정책기획실에서는 총괄지원 및 예산지원을 맡게 했다.

총무과에서는 인력 동원을, 재무과에서는 직원 수송용 버스 및 관용차 지원, 문화관광과에서는 식전행사 풍물 공연패 섭외 등을 준비토록 했다.


서천군은 한발 더 나아가 '장항국가산단만이 서천의 살 길이다', '장항국가산단 착공 안하면 죽음을 달라!!'는 등의 플래카드 문구를 예시하기도 했다. 각 단체이름만 넣어서 플래카드를 제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까지 한 것.

서천군은 심지어 각 읍면 서무담당자에게 전자서신을 보내 장항산단추진위원회 지원 격려금을 모금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뒤 늦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다시 전자서신을 보내 "절대 강제 모금이 아니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에 의한 모금이나 강요행위, 감독 등을 금지토록 하고 있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무원노조 즉각 반발... "관제데모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이러한 서천군의 계획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 서천군지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천군지부(지부장 김중겸)는 4일 성명을 통해 "서천군이 계획 중인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속 착공을 위한 범서천군민 궐기대회가 이른바 '관제데모'화 하고 있음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민갈등 부추기는 '관제데모'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낙후된 지역 발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국토의 균형 발전에 부합되는 개발 사업을 통하여 서천 지역의 발전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그러나 올바른 정책 제시도 없이 개발 논리만을 앞세우고 표출되는 다양한 의견을 지역 발전 저해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행정기관이 나서서 억지로 공무원과 주민을 동원하는 식의 '관제데모' 개최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지역개발 사업은 행정으로 풀 문제이지 공무원을 '몇 명 나와라 뚝딱'하는 식으로 동원하는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발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해당문서는 추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군에서 협조할 수 있는 사항을 작성해 산하 실·과장 및 읍·면사무소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회의자료로 사용한 것일 뿐 공문으로 내려 보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무원 및 주민 할당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되 이를 참조하라는 의미지 강제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천군이 궐기대회를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군이 협조하는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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