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중의 오지 3둔 4가리를 아시나요?

[여행지에서 쓰는 엽서 41] 당신도 아름다운 계곡으로 떠나보세요

등록 2006.08.04 21:48수정 2006.08.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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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떠나는 곳의 대표적인 곳으로 '3둔 4가리'가 있습니다. 살둔(生屯), 달둔(達屯), 월둔(月屯) 등 3둔은 홍천군 내면에 자리 잡은 곳들이며, 4가리중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에, 명지거리는 홍천군 내면에 있습니다.


a 아침가리의  맑은 물빛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아침가리의 맑은 물빛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 구동관


둔과 가리는 뜻으로 풀어 보자면 정 반대의 개념입니다. 둔(屯)은 산중에 있는, 그중에서도 산 기슭의 평평한 땅을 말하며 사람 몇이 숨어 살만한 곳의 의미랍니다. 가리는 계곡 안에 자리 잡은 땅인데, 한나절 밭갈이를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어떻든 두 곳 다 몸을 피하고 살만한 곳인 셈이고, <정감록>에서 난리를 피할만한 곳으로 3둔 4가리를 꼽아 두었습니다.

a 물이 맑아 바닥의 자갈들이 훤하게 보입니다.

물이 맑아 바닥의 자갈들이 훤하게 보입니다. ⓒ 구동관


<정감록>에서 난을 피할 곳으로 꼽던 때와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오지 중의 오지였던 그곳에도 포장도로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하지만 아직도 오지는 오지입니다. 그저 쉽게 찾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다녀온 이번 휴가에서 3둔 4가리 중 두 곳을 스쳐왔습니다. 스쳐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오지 깊숙이 다녀온 것이 아니라 그 입구에서 오지의 맛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a 아침가리의 물들이 합류된 진동계곡의 모습입니다.

아침가리의 물들이 합류된 진동계곡의 모습입니다. ⓒ 구동관


아침가리 입구에서는 정말 맑은 물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맑은 물들이 아침가리 계곡에서 나온 물들입니다. 바닥의 돌들이 환히 보이는 그 아름다운 계곡.

한참동안 머물러도 좋았던 곳입니다. 사진으로 올린 곳은 살둔입니다. 내린천 물길이 뱀처럼 휘감아 도는 곳에 평평한 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땅중 물길과 가까운 곳에 살둔산장이라는 여행자들의 쉼터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살둔을 스쳐가는 내린천 계곡은 레프팅으도 유명한 곳인데, 그곳에서 시작되는 레프팅은 우리나라 여러 코스 중 가장 좋은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a 계곡의 맑은 물에서 아이들은 신나는 여름 한나절을 보냅니다.

계곡의 맑은 물에서 아이들은 신나는 여름 한나절을 보냅니다. ⓒ 구동관


이번 여행은 우리가족의 여름휴가였습니다. 내린천 가까운 곳의 봉덕동이란 곳에서 이틀을 머물렀습니다. 그중 한나절을 아침가리 초입에서 보냈습니다. 개울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습니다. 물이 너무 맑았습니다. 물소리도 청정하였습니다. 발조차 물에 담지 않아도 몸도 마음도 모두 시원했습니다.


a 살둔을 찾아 가는길에 내린천이 나란히 이어집니다.

살둔을 찾아 가는길에 내린천이 나란히 이어집니다. ⓒ 구동관


살둔은 여행 마지막 날, 추억을 따라 잠깐 들린 곳입니다. 아내와 결혼하고 첫 휴가를 함께 했던 곳입니다. 여행을 떠났던 1991년에는 내린천 주변의 도로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미산계곡에서 살둔까지 이틀을 걸었던 곳입니다. 이틀 동안 만난 사람은 단 세명. 그 세명도 뱀을 잡는 땅꾼이었습니다. 많은 여행중에서 그렇게 호젓한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그 추억이 떠올라 한번 더 돌아보게 된 것이겠지요.

a 이곳이 살둔입니다. 산들틈에 꽤 넓직한 밭이 자리잡았습니다.

이곳이 살둔입니다. 산들틈에 꽤 넓직한 밭이 자리잡았습니다. ⓒ 구동관


그렇듯 호젓한 느낌을 강원도 계곡 여행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단 세명만을 만나는 그런 호젓함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지분들의 말씀으로는 계곡을 찾는 여행객들이 작년의 반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보아도 정말 한가해 보였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도 이번 여행을 떠나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a 살둔에 자리잡은 살둔산장은 여행자들의 쉼터이기도 합니다.

살둔에 자리잡은 살둔산장은 여행자들의 쉼터이기도 합니다. ⓒ 구동관


숙박을 예약해 둔 곳이 수해로 피해가 많았던 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약해둔 숙소는 수해 피해가 없었다고 하여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여행 기간 동안에도 인제지역은 피해 복구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여행자들의 마음을 생각했는지 여행지마다 여행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a 살둔 앞쪽의 내린천은 래프팅과 카약을 즐기기 좋은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살둔 앞쪽의 내린천은 래프팅과 카약을 즐기기 좋은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 구동관


아직 여행을 떠나지 않은 당신께 강원도 계곡여행을 권합니다. 호젓한 여행이 될 길에서 당신의 마음도 넉넉해질 것입니다. 더욱 좋은 것은 계곡 여행에서는 열대야를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이 열대야가 한창인 때에도 우리 가족이 추워서 문을 꼭꼭 닫고 자야만 했습니다.

당신께 강원도 계곡 여행을 권하면서도, 다시 그 계곡의 물빛이 그리워졌습니다. 다시 떠올려도 참 아름다운 곳들입니다.

a 살둔산장 앞쪽의 내린천 풍경입니다.

살둔산장 앞쪽의 내린천 풍경입니다. ⓒ 구동관

첨부파일 아침가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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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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