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백중날 기놀이 한 번 할까나~

'제2회 전국 용기놀이 경연대회' 열려

등록 2006.08.06 15:07수정 2006.08.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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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주기접놀이에서 선보인 ‘용기(龍旗)’.

전주기접놀이에서 선보인 ‘용기(龍旗)’. ⓒ 권오성

지난 5일 오전 10시부터 전주 삼천 둔치와 비아 마을에서는 2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칠월 백중 전주기접놀이' 및 '제2회 전국 용기놀이 경연대회'가 벌어졌다.

특히 경연대회에는 이광철 국회의원, 송하진 전주시장, 장명수 전주문화재단 이사장, 김선풍 한국민속예술축제 추진위원장 등도 참관해 도내외 인사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전주기접놀이보존회(회장 심영배, 이하 보존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주시가 후원했다.


전주기접놀이는 지금의 삼천동·평화동(옛 전주부 우전면)에서 이어지던 민속 행사로, 모내기와 두세 벌의 김매기가 끝나는 한여름의 칠석과 백중날에 마을 사람들이 '용기(龍旗)'를 가지고 놀았던 것을 일컫는다.

이 놀이는 1956년을 마지막으로 전승이 끊겨 오다가 1997년 삼천동 계룡리(비아·정동·용산·함대 마을)를 중심으로 한 보존회의 창립과 더불어 전주 풍남제, 정월 대보름굿, 7월 백중놀이 등에서 정례적인 연행을 하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전북 대표로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는 등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 민속으로 발돋움하고 있기도 하다.

a 용기놀이 경연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이이 '기인사'를 하고 있다.

용기놀이 경연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이이 '기인사'를 하고 있다. ⓒ 권오성

a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전주기접놀이에 쓰이는 '용기(龍旗)'의 크기는 폭과 길이가 각각 3×5m로, 흰 광목에 용이 그려져 있고 기주(旗柱)와 접촉 부분에는 제작 연월일이 기록되어 있다. 기주의 길이는 8m로 지름 15~20cm의 대나무를 사용하며, 영구 보존을 위해 대나무의 속은 나무를 깎아 채웠다고 한다. 기에는 용을 비롯하여 거북·잉어 등도 그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 농경문화에서 섬기고 있는 '용신(龍神)'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한다.

또 전주기접놀이는 색다른 지역적 특징을 보인다. 우선 다른 지방에서는 보통 정월에 기놀이가 행해지는 데 반해 한여름 농한기인 7월의 놀이이고, 정적이고 예술적이면서 마을간의 여흥과 경쟁을 통한 통합성을 보인다. 또 마을 단위의 행사가 아니라, 한 마을이 인근 마을을 초청하여 향연을 베풀고 농사 기간 갈라졌던 마을간의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는 대단위 집단적 대동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초청에 따른 마중굿과 합굿놀이가 끝난 후의 전송굿 등은 전주기접놀이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이다.

a 한 연행자가 놀이 도중 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다.

한 연행자가 놀이 도중 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다. ⓒ 권오성

a 행사를 진행하는 이들의 복장이 정겹다.

행사를 진행하는 이들의 복장이 정겹다. ⓒ 권오성

a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한편 5일 행사는 10시부터 '만두레'(마지막 논매기)의 내용으로 비아마을에서 시작됐다. 농기고사(農旗告祀), 당산제, 만두레, 장원뽑기, 두레회의, 전령 띄우기 등의 순서로 진행한 오전 행사는 보존회 회원들과 마을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오후 3시 삼천둔치에서는 용기들의 예를 표하는 '기인사'를 시작으로 '제2회 전국 용기놀이 경연대회'가 진행됐다. 이어서 용기 이어달리기, 용기싸움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달궜으며, 참가한 각 마을의 모든 농악이 어울려 풍년을 기원하는 합굿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행사라고 하기에는 참여 인원(4명)이 너무 적었으며, 고증 작업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연행 방식에 대한 지역 어르신의 애정 어린 지적도 있었다.

a 경연대회 심사위원들.

경연대회 심사위원들. ⓒ 권오성

a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a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그럼에도 한여름 날씨답게 뙤약볕에서 치러진 이날 행사는, 잊혔던 소중한 전통문화 유산을 발굴·전승하려는 보존회와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열기가 한층 돋보이는 자리였다. 또한 전주의 젊은 문화 예술인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어 향후 발전 가능성에도 큰 힘이 실릴 계기가 되었다.


a 행사에 준비하고 참여한 분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행사에 준비하고 참여한 분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권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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