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뽁기, 떡복끼, 떡볶기, 떡뽀끼, 떡볶이?

한국어, 바르게 알고 쓰자

등록 2006.08.06 17:25수정 2006.08.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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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 분식점의 메뉴판1

한 분식점의 메뉴판1 ⓒ 구은희

한국식당의 메뉴를 볼 때면 항상 눈에 거슬리는 음식 이름이 있다. 그것이 바로 '떡볶이'다. 떡볶이란 국어사전에 "가래떡을 토막내어 쇠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를 섞고 양념을 하여 볶은 음식"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우리 음식이다.


어린 시절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팔던,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가래떡에 고추장만 풀어서 만든 떡볶이부터, 직접 식탁에서 조리를 해서 먹던 즉석 떡볶이, 서로 원조라고 외치는 신당동 떡볶이, 그리고 가끔 식사를 대신해서 직접 내가 만드는 떡볶이까지. 떡볶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까닭에 분식집을 찾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떡볶이를 주문하곤 하는데, 지금까지 '떡볶이'라고 바르게 써 놓은 식당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떡뽁기, 떡볶기, 떡뽂이, 떡복기, 떡복끼 등 정말 놀라운 창조력들을 발휘하여 신조어들을 만들어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것이 '떡볶기'와 '떡뽂이'일 수 있는데, 전자는 떡을 볶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떡뽂이'는 '떡볶이'가 발음될 때에는 '떡뽀끼'로 되기에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a 분식집 메뉴판-떡볶기로 잘못 기재되어 있음

분식집 메뉴판-떡볶기로 잘못 기재되어 있음 ⓒ 구은희

그 외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 잘못된 말에는 삼촌을 '삼춘'으로 그리고를 '그리구'로, 왠지를 '웬지'로 사용하는 것처럼 모음이 잘못된 말들이 있는데 요즘 들어 인터넷 사용으로 그 혼돈이 더하여 가고 있는 듯하다.

"저는 한국사람이구요, 학생이에요"라는 말을 쓸 때에는 전혀 거리낌 없이 '이고' 대신에 '이구'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대화방을 통하여 시작된 잘못된 언어의 사용은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나 전자메일을 보낼 때, 심지어는 오프라인에서 글을 쓸 때에도 나타난다.


일찍이를 '일찌기'로, 해님을 '햇님'으로, 곱빼기를 '곱배기'로 쓰면서도 그것이 틀린 것인 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볼 때,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영어 단어 스펠링 모르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하면서 우리 모국어인 한국어를 틀릴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으로 써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짜장면이라고 해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그 음식이 생각나게 되는 것은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습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짜장면이 맞는다는 약속이 생기기 전까지는 억지로라도 자장면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고마워요'가 맞는지 '고마와요'가 맞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별히 요즘 TV 프로그램에는 자막이 많이 나오는데 그러한 자막 중에도 맞춤법이 틀린 경우가 많아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어가 이제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국가 대한민국에서만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고, 세계 곳곳에서 수 백 만의 재외동포들을 비롯하여 비한국계 사람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메뉴 하나, 간판 하나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바르게 표기해 혼탁해져 가는 우리 한국어의 문법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바른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학기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나의 수업을 찾을 학생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한국어를 바르게 쓸 것을 다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미주중앙일보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미주중앙일보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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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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