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실서 전화를 받는 마웅저.함께하는시민행동
내가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나 시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한국의 시민운동에 관심이 있다는 버마 친구가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사무실에 찾아왔다. 진작부터 교류가 있던 사무실의 동료 한 사람을 통해 시민행동을 찾아 온 친구가 마웅저(38·Maung Zaw)였다.
처음엔 한국의 시민운동에 대한 궁금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한국의 시민운동의 왜 이렇게 영향력이 강할까라는 의문을 넘어서,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면 버마에서도 이렇게 운동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그를 한국의 시민운동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강력하게 희망하는 그를 두고 사무실 동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다. 그간 시민단체 내에서 외국인이 근무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웅저 자신의 강력한 의지는 우리들의 이런 고민을 훌쩍 넘는 것이었다.
한국의 시민운동을 배우러 온 버마 친구
우선 시민행동 사무실에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성공회대에서 청강생으로 사회운동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버마민주화를 위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버마를 알리기 위한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런 저런 초청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다니면서 서로 적응하는 기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석달이 지나서인가? 마웅저는 진지하게 향후 자신의 진로를 의논해 왔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런 저런 논의 끝에 시민행동에 아예 상근자로 일하는 문제를 고민하기로 했다.
마웅저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였다. 공부도 더 하고 싶고, 버마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일도 계속하고 싶어했다. 결국 일주일에 이틀 정도 나오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생활이었다. 이주노동자로 살 때는 그나마 소득이 있었지만, 일을 그만둔다면 소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매월 조금씩 모아서 교통비 정도는 후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와중에도 마웅저는 포기하지 않고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성공회대의 청강 과정도 다녔다.
마웅저의 끝없는 '욕심', 그리고 버마 사랑
그는 '평화'의 문제를 화두로 버마와 태국 국경에 위치한 버마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모여 있는 메솟을 방문하는 학생들의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 중의 하나는 버마아이들의 교육문제다. 지금 현재도 준비 중이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면 특히 그가 신경 써서 하고 싶은 일들 중의 하나다.
이런 활동들을 거쳐 가며 그는 지금 '평화학교'를 스스로 기획 중이다. 아직 그가 기획한 평화학교의 모습이 어떨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메솟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돕다가 그때 그때 요청하는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한국 시민운동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국의 시민운동가 마웅저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평화학교 일이든 혹 다른 일이 되었든 말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하는 일이다. 한국정부에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언제 잡혀서 갇히거나 혹은 죽을지도 모르는 버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출입국관리소의 거만한 태도가 그의 자존심을 짓밟고 상처를 주었다. 독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를 성취한 국가라는 것 때문에 버마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한국정부와 싸우고 있다.
그의 싸움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