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질 때, 상사화는 피어나고

내 사랑도 상사화를 닮았네요

등록 2006.08.07 15:46수정 2006.08.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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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원래 슬픈 것일까요? 혼자 아파하고,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힘들어 하는 것. 그러다 혼자 지쳐 쓰러지는 것.


햇살 따스한 봄날에 나는 사랑을 찾아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꽃향기 그윽한 봄날에 우리 사랑이 피어나지 못함을 슬퍼하며 외로운 밤을 보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혼자 바라만 봐야 하는 걸까요?

꽃을 시샘하는 추위 속을 가는 혓바닥 같은 잎새를 드리우며 참았습니다. 아직 사랑을 만나지 못했기에 추위에 떨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랑들은 다 피어나 열매를 맺고 있을 때조차 나는 혼자 기다려야 했습니다.

석 달 하고도 열흘을 더 기다렸습니다. 기다림도 지칠 때가 있을까요? 비가 내리는 날에 내 몸은 조금씩 허물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오지 않을 사랑이라고 느낀 것일까요? 기다림에 지친 나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빗방울에,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a 그녀의 환한 미소처럼 피어난 상사화입니다.

그녀의 환한 미소처럼 피어난 상사화입니다. ⓒ 배만호


그녀가 왔습니다. 그토록 기다릴 때는 오지 않더니 기다림에 지쳐 쓰러지고 난 뒤에야 왔습니다. 왜 늦게 왔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요? 그녀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기다립니다. 어디 먼데서 오시는 님이 있는지 보려고 목을 길게 내밀어 기다립니다. 부끄러운 듯 연분홍 얼굴을 하고선 목을 내밀어 기다립니다. 예쁜 그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안타까운 마음만 앞섭니다.


사랑은 이루어지기가 어려운 것인가요? 이른 봄에 무성한 잎이 자라 추운 밤을 보내며 기다려 왔는데. 꽃은 더운 여름날에 피어 사랑을 기다립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면 서로 모르고 살았으면 좋을 것을. 알아서 괴롭고, 알아서 힘듭니다.

그렇게 사랑은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것인가 봅니다. 힘들게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인 거지요. 잎이 나오면 꽃이 지고, 꽃대가 나오면 잎이 말라 버립니다.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슬픈 인연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상사화(꽃무릇)이며,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일까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려고 하고 있는 나와 너를 생각하며 상사화를 바라봅니다.

상사화

相思花

叢生靑葉 花前生
不緣相思 忽萎傾
莖逐慕情 如鶴首
落花三日 自悲貞

꽃 피기전에 잎이 무성하더니
인연 없는 상사인가 홀연 시들고
사모하는 정 학의 목같이 꽃대를 뻗다가
삼일만에 지는꽃 서글프기만 하구나.

덧붙이는 글 | 전설 속의 상사화(相思花 Lycoris squamigera)

옛날 바다건너 중국 땅에 딸만 있는 약초캐는 사람이 조선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약초를 캐기 위해 조선에 당도하여 전국을 헤매다 결국 죽게 되었는데 딸에게 후대에라도 불로초를 구해야 한다는 유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불로초를 찿아나선 처녀는 어느 암자에서 고승을 만나 육신을 버리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깨닫고 암자에 머물며 수도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큰절에서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러 찾아온 젊은 스님을 만나 짝사랑하게 되었으나 고백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 젊은 스님은 다시 큰절로 내려가게 되었다 결국 처녀는 참지 못하고 큰절에 찾아가 젊은 스님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으나 불자의 몸으로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유언도 이루지 못하고 사랑까지 거절당한 충격에 그 자리에서 요절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잎이 없는 꽃이 피어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무더기로 자란 잎이 지고나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아름다운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엽게 여겨 그 꽃을 상사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덧붙이는 글 전설 속의 상사화(相思花 Lycoris squamigera)

옛날 바다건너 중국 땅에 딸만 있는 약초캐는 사람이 조선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약초를 캐기 위해 조선에 당도하여 전국을 헤매다 결국 죽게 되었는데 딸에게 후대에라도 불로초를 구해야 한다는 유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불로초를 찿아나선 처녀는 어느 암자에서 고승을 만나 육신을 버리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깨닫고 암자에 머물며 수도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큰절에서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러 찾아온 젊은 스님을 만나 짝사랑하게 되었으나 고백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 젊은 스님은 다시 큰절로 내려가게 되었다 결국 처녀는 참지 못하고 큰절에 찾아가 젊은 스님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으나 불자의 몸으로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유언도 이루지 못하고 사랑까지 거절당한 충격에 그 자리에서 요절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잎이 없는 꽃이 피어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무더기로 자란 잎이 지고나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아름다운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엽게 여겨 그 꽃을 상사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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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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