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까지 전하는 행복도시락 배달원들

[동행취재] 산비탈을 오르며 땀방울을 흘리는 행복 도시락 사람들

등록 2006.08.08 10:11수정 2006.08.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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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SK텔레콤이 지원하고 순천YWCA와 실업극복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이 순천시 조례동 우정충효회관 1층에 40평 규모로 개설되어 결식아동과 노인들에게 본격적으로 도시락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개점식의 의미도 남다르지만 도시락을 전달받고 행복해 하는 모습과 그 행복을 전해주는 전령들의 땀방울은 더더욱 값어치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문정 순천센터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개점과 동시에 사회적 일자리 참여희망자 10명이 이곳에 취업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오전 8시 반부터 음식 조리가 시작됐다. 점심때를 맞추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조리를 하고 있는 한 참여자는 이곳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음식 맛을 낸다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된 도시락 배달, 100여 개의 도시락을 포장하려니 일하고 있는 10명이 전부 달라붙어도 손이 모자라다. 개점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입 소문까지 퍼져 유료도시락도 주문이 밀려와 더더욱 바쁘다.

배달원들은 차량 하나에 각각 25개의 도시락을 싣고 뙤약볕에 에어컨도 켜지 않고 거리를 달린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로 배달대상자들이 어렵게 살다보니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에어컨을 틀고 그곳에 오르면 차가 힘이 없어 못 오르기 때문이란다.


배달한 지 10여 분만에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 배달원은 자신의 자녀들이 반찬 투정을 하기에 "세상엔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고 훈계했다고 말하면서 기회가 되면 한번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반나절을 함께 돌아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도로와 빌딩들, 그리고 밝게 웃고 다니는 아이들이 메우고 있지만 잠시 빗겨 걸어보면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산골짜기 비탈길을 도시락을 들고 오르는 배달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고됨은 사라지고 또 다시 차에 오르며 다음 배달할 집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때때로 아이들이 외출하고 없을 땐 행여 그들이 굶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한참을 돌다가 산비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컨테이너 앞에 선다. 도시락만 주고 나오기엔 너무나 딱한 사정.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일어나기조차 힘들고 10살, 14살의 두 아이가 마련한 밥상은 달랑 냄비 하나다.

a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배달원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있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배달원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있다 ⓒ 서정일

푹푹 찌는 컨테이너에서 여름을 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본 배달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할머니의 거동을 살펴본다. 보기에 너무 딱한 모습이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도시락 배달뿐만이 아닌 생활의 일부분까지 들여다보면서 보살피고 있었던 것.

8월 불볕더위 속에 도시락을 들고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상담역까지 해 주고 있는 행복도시락 배달원들,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보인다. 이름을 물어봐도 '우리는 월급 받는 직장인이기에 부끄럽다'면서 한사코 말하기를 거부하는 착한 천사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하는 사람들은 도시락과 함께 행복을 배달한다고 말하지만 한나절 함께 해 보니 그들은 사랑까지도 배달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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