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후현 공무원들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원들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하고 쓰고 남은 돈을 '주체하지 못해' 이중 일부를 태워버리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일본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일본 중부지방 기후현(岐阜県)에서 발각된 이 사건은 현재 '윗선'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지하라 다쿠 전 기후현 지사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가지하라는 올해 2월 퇴임하기 전까지 16년간을 기후현 지사로 재직했다.
기후현 직원조합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1억엔(약 8억원)이 넘는 수상한 돈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초. 올해 1월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후루타 하지메 지사는 현의회에서 한 의원의 추궁에 "일부 부정한 회계처리가 있었으며 직원조합이 관리하는 계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후루타 지사는 "전임 지사 시대의 부정을 감출 이유가 없다"며 자체적인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3일 조사위의 중간 발표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 있었다. 비자금은 지난 1998년 가장 많았을 때 4억4100만엔(약 35억원)에 이르렀으며, 이를 직원들의 회식비, 경조사비, 전별금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 가운데 400만엔 정도는 소각하거나 쓰레기와 섞어 버렸다는 것.
조사위는 "당사자들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남은 비자금을 다 보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은 1994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98년 직원조합 계좌로 한데 모아 관리해왔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수법은 접대비, 출장비, 행사경비, 아르바이트 임금 등을 허위로 청구해 비자금을 축적하는 전형적인 방식. 서무계에서 직원들의 도장을 일괄 관리하면서 직원들이 각지에서 모아온 백지 영수증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가동됐다.
조사위는 이 같은 부정행위에 가지하라 전 지사가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밑에서 부지사를 지냈던 참의원 의원이 7일 "가지하라 지사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고, 이에 대해 가지하라 전 지사는 "지사 취임 이후 노력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가지하라 전 지사의 관여 사실이 명백해지면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과 직원들이 한통속이 되어 주민들의 세금을 유용한 전대미문의 스캔들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16년간을 군림해온 전 지사 체제에서 벌어진 이 일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을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일본에는 가지하라 지사처럼 4기, 16년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꽤 있다. 그렇다면 다른 현들은? 일본 국민이 기후현의 '과거청산' 작업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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