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는 여장남자?

등록 2006.08.08 15:15

수정 2006.08.08 15:15

[박윤수 기자] 여자 같은 외모의 꽃미남으로 인기를 모은 <왕의 남자>의 이준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한 트랜스젠더 가수 하리수 등 대중문화에서 남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 감성적인 남자를 뜻하는 '메트로섹슈얼'이나 '능력 있고 씩씩하며 의지력이 강한 여자를 일컫는 '콘트라섹슈얼'이란 신조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트렌드가 되고 있다. 현대인들이 꽃미남과 여전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최근 출간한 <꽃미남과 여전사>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신화와 종교, 예술에서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 꽃미남과 여전사의 원형을 탐구하고 현대인들이 이를 좇는 이유를 탐색한다.

인간의 원형은 남녀 '양성'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의 탄생 배경을 연구하던 저자는 놀랍게도 신화, 종교, 예술에 나타난 인간의 원형이 남녀 양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스 신화 속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남성과 여성의 삶을 모두 경험한 최초의 양성형 인간. 자웅동체의 몸을 가진 힌두 신화의 하리하라 신, 남매가 한 몸을 지닌 중국인의 시조인 복희와 여와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 양성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남녀 혼성의 아름다움을 지닌 기독교의 천사 3인방인 가브리엘·미가엘·라파엘과 불교의 관음보살 등 종교에서도 양성성이 나타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여장 남자라는 주장이 있는 것을 아는가. 반면 다 빈치의 '세례자 요한'은 매혹적인 눈길과 미묘한 손의 표정으로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 같은 남성을 그려냈다. 미켈란젤로 또한 남성의 몸을 여성적으로, 여성의 몸을 남성적으로 그린 그림과 조각 작품을 남겼다.

바이런, 제임스 딘, 마돈나 등 아이콘 분석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사랑에 빠진 나르키소스는 여성보다 아름다운 매력으로 세상을 매혹했고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과 근친상간·동성애 등 기이한 연애행각으로 유명한 시인 바이런은 '남성의 몸에 여성의 자궁을 지닌 시인'이라 불렸다. 여성용 코르셋을 입었다는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했던 제임스 딘, 화장하는 남자의 시대를 연 엘비스 프레슬리는 대중문화 속 꽃미남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었다.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 여신, 전설적인 아마존 여전사의 이미지는 여성 파라오인 하트셉수트와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 여성 통치자 엘리자베스 1세를 거쳐 양성적 이미지로 대중문화를 제패한 마돈나에게로 계승된다.

'진짜 남자', '진짜 여자'를 '연기'한 이유는?

저자는 "전통 사회가 가부장제의 존속과 사회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성을 구분했다"면서 인간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진짜 남자' 혹은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을 억지로 배우고 연기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부권제의 몰락에 이은 페미니즘 운동과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양성성을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반대 성을 닮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팜므 파탈>,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등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난해하고 방대한 내용을 감각적이고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다.

200점이 넘는 명화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남성에게서 여성성을 찾았던 수많은 예술작품에 비해 여성에게서 남성성을 찾으려는 흔적은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