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기숙사 2층방김지영
“귀농 하면 한 일 년은 푹 쉬어라. 육 개월 정도는 도시에서 묻어온 몹쓸 독을 빼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필수적으로 지켜라. 빈둥빈둥 방안에서 뒹굴기도 하고 하릴없이 이곳저곳 다녀도 보고, 가족들과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정말로 살이 닿는 시간들을 가져라. 여행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워커홀릭이다.
인정을 못하는 사람도 본인만 모를 뿐, 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정말 자신이 지독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세상이 왜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사랑하는 시간보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는지를 역설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필요한 만큼 일하고 살 수 있다. 마음 속으로 가지고 싶은 것들 중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만 빼면 되는 일이다. 가지지 않아도 지금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육 개월은 구체적으로 먹고 살 것들에 대한 계획들을 세워라. 시골에서도 잡(job)은 잡아야 한다. 작물이든 짐승이든 말이다. 아무리 소박한 살림이라 해도 분명한 밥벌이는 있어야 한다.”
잘 아는 귀농 선배가 작년에 내게 던져준 충고였다. 선배의 조언을 충실히 따라야 했지만 나의 까칠한(?) 경제는 일 년 푹 쉬는 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교한 도시시스템을 벗어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의 대차대조표는 겨우 당기 순이익을 약간만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땅과 집을 마련하고 나면 그야말로 나의 경제는 유동성 부채를 끌어와야만 하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돈 벌면 귀농 하겠다는 분들께서는 이 대목을 유념하시길 바란다.)
어차피 나는 서울공화국에서 퇴출되어야 할 변변치 못한 CEO였던 셈이다. 그럼 집과 땅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것은 변변치 못한 CEO들의 일관된 대답이면 족하겠다. 해 볼만큼 해봤다. 줄일 만큼 줄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