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한 환상의 다도해 여행

제9회 섬사랑 시인학교 성황리에 마쳐

등록 2006.08.09 14:19수정 2006.08.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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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지도 명사십리 밤바다에서 캠프파이어

신지도 명사십리 밤바다에서 캠프파이어 ⓒ 양주승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에 있다."

(오세영 시인의 '바닷가에서'. 서울대 국문과 교수·한국시인협회장)


'섬·바다·시… 그리고 인간사랑'을 테마로 한 '제9회 섬사랑 시인학교'가 8월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전남 완도군 신지도 명사십리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인천·광주·부천·안양 지역 초등생, 학부모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매년 8월과 12월에 열리는 '섬사랑시인학교'는 2001년 변산반도 채석강 시인학교를 시작으로 2004년 부산 태종대, 2005년 덕적도, 올해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 이르기까지 아홉 번째를 맞이했다.

달맞이꽃 핀 밤바다에서 원로 시인들의 시감상...‘해우리5호’타고 다도해 탐사


첫날 5일은 어둠이 깔린 명사십리 해변에서 참가자 모두가 촛불을 밝힌 가운데 한국시인협회장인 오세영 서울대 교수가 '바닷가에서', 이성부 시인이 ‘믿을 수 없는 바다’, 이해완 시인이 ‘물수제비’등 중견·원로 시인들이 자작시를 낭송했고, 참가자들은 파도소리와 함께 시를 감상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백사장 모래알 뒤척이는 소리가 울음소리처럼 십리를 간다하여 붙여진 명사십리(鳴沙十里)의 밤은 달맞이꽃과 모래밭에 짠물 머금고 피어난 보라색 순비기꽃 향기와 함께 깊어갔다.


둘째 날인 6일에는 완도해양경찰서가 제공한 255함 '해우리5호'에 승선해 한시간여에 걸쳐 완도 일대 모황도(牟黃島), 장도(獐島), 대모도(大茅島), 청산도(靑山島) 등을 돌아보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해우리5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바다를 향해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나아가자 가장 기뻐했다.

a 완도해경 '해우리5호'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완도해경 '해우리5호'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 양주승


이재두 함장은 섬들을 지날 때마다 "모황도(牟黃島)는 보리가 누렇게 익었을 때의 경관이 아름다워 모황도… 장도(獐島)는 섬의 형태가 노루와 비슷하여 장도… 일제 강점기에는 정두실 등 마을청년 14명이 배달청년회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에 참여한 대모도(大茅島)… 푸른섬 청산도(靑山島)는 신선이 산다고 해서 선산도(仙山島)라 불리기도 했다. 특히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졌다"고 설명했다.

청산도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이지만 예전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남정네들은 여수·목포·부산 등 큰 항구로 어부일을 찾아 떠났던 가난한 섬이었다. 그래서 "속을 모르면 청산도에 시집가지 마라"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청산도 시집살이는 고달팠단다.

이재두 함장은 운항 중 초등학생들을 조타실로 안내해 학생들이 레이더를 보면서 직접 조타기(핸들)를 작동하며 배를 운전해 보도록 해 인기를 모았다.

a 어린이들이 직접 조타기(핸들)를 잡고 레이더를 보며 운항 했다

어린이들이 직접 조타기(핸들)를 잡고 레이더를 보며 운항 했다 ⓒ 양주승


문정현(부천상일초 3년)양은 "언니, 오빠, 선생님들을 모시고 직접 배를 운전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며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면 마음씨 좋은 착한 함장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결(상일초 5년)군은 "여객선을 타고 다도해 탐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믿음직스러운 해양경찰 함정을 타고 운전도 하게돼 정말 기뻤다"며 "특히 뱃머리에 장착된 20㎜ 발칸포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태옹(연현초 3년)군은 "집에서 반찬으로 먹었던 멸치를 어장을 지나면서 거대한 멸치 떼의 이동을 본 것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신지원(송예찬 엄마)씨는 "TV뉴스 시간에만 보던 해양경찰 경비정을 직접 타보니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흥분이 되었다"며 "2층 갑판에서 완도 주변 다도해를 함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만나보니 힘들었던 여정이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a 완도해경 '해우리5호'에 승선한 해경들과 함께

완도해경 '해우리5호'에 승선한 해경들과 함께 ⓒ 양주승


신지원씨는 또 "멸치 넣고 된장찌개를 끓일 줄만 알았는데 함선에서 손을 뻗으면 잡힐만한 거리에서 멸치 떼를 만나 본 것은 생생한 현장체험이었다"며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멸치를 만질 때마다 경비정의 추억이 생각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a 섬사랑시인학교 참가자 전원이 '해우리5호' 대원들과 함께 기념촬영

섬사랑시인학교 참가자 전원이 '해우리5호' 대원들과 함께 기념촬영 ⓒ 양주승


이맑음새양 해변백일장 금상

"바다가 나에게/ '여름'이란 편지를 보냈다./ 바다의 파티에서 나는 수영하고/ 파도의 노랫소리에 맞춰/ 해초들은 춤을 춘다./ 해질녁, 바다의 파티가 끝나고/ 갈매기들은 아쉬운지/ '끼룩 끼룩' 울어댄다."

(이 맑음새·부천상일초 6년)


셋째 날인 7일에는 '섬사랑시인학교' 하이라이트인 '바다'와 '신지도'를 주제로 한 시 백일장에서 이맑음새양이 금상을, 박수종(인천 용마초 5년)군이 은상, 동상에는 송예찬(부천부인초 5년)·이한결(부천상일초 5년)·최효은(부천상일초 2년)·문정현(부천상일초 3년), 장려상에는 박범수(안양연현초 5년)·한가람(광주임곡초 6년)·한민호(부천부인초 3년)·이상령(부천상동초 5년)군 등 10명이 상을 받았다.

매년 이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소장(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겸임교수)는 "매년 섬에서 촛불 시낭송, 문학특강, 창작체험, 해변백일장, 캠프파이어, 낚시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진행되는 이 행사가 문학의 대중화와 자연여행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10회 행사는 더욱 향상된 프로그램으로 탐사기행과 함께 환상의 섬 여행으로 기획하려 한다"고 밝혔다.

a 한국시인협회 오세영 회장으로 부터 금상을 받은 이맑음새 양은 부상으로 완도 특산품 멸치를 받았다

한국시인협회 오세영 회장으로 부터 금상을 받은 이맑음새 양은 부상으로 완도 특산품 멸치를 받았다 ⓒ 양주승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 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 기자이며 2005년 12월 제2회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상을 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 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 기자이며 2005년 12월 제2회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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