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센 일정이지만, 유익했어요"

전국 초·중학생 편지쓰기 캠프를 다녀와서

등록 2006.08.09 17:12수정 2006.08.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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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엽서쓰기에 진지한 학생들.

엽서쓰기에 진지한 학생들. ⓒ 김재경

"병을 얻어오는 여름캠프. 예절을 배우러 갔다가 눈병만 얻어 오는 아이들(MBC)"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모 청소년수련원 앞 바닷가에서 18살 김모군 남매 등 중, 고교생 4명이 썰물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 발생. 이 사고로 김군 등 4명은 모두 숨져(매일경제)"
"방학을 맞아 초·중·고교생 대상의 여름캠프가 한창이다. 그런데 자녀들의 캠프장에 동행한 어머니들이 그 운영실태를 둘러보고 기겁했다는 소식이다. 어느 캠프장에서는 한 끼 식사비를 5500원씩 받으면서 반찬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서울신문)"


지루한 장마가 끝나며 전국은 푹푹 찌는 찜통더위의 연속이다. 교회 수련회에서 고등학생 남매를 잃은 부모 심정은 생각조차 끔직하다. 이런 연례행사 같은 여름 캠프가 청소년들에겐 즐거움 보단 고생체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난 달 24일~26일까지 전북 장수군 사암면 우석대학교 수련원에서 열린 캠프에 동행하며 필자가 보고 느낀 것은 위 기사처럼 모든 캠프가 부실하고 안전 불감증의 사각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편지쓰기 운동의 일환으로 (사)한국편지가족이 주최하고, 우정사업진흥회에서 주관해 전국 초·중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열리는 편지쓰기 캠프는 알차고 유익해서 손꼽아 기다리는 캠프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석대학교 수련원은 차량이 드나드는 길목을 제외하고는 사면이 온통 숲으로 둘러 쌓인 체 시원한 물줄기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이 숨쉬는 곳이었다.

"야! 이건 사슴벌레야."
"아니다. 장수풍뎅이야."


아이들은 집게벌레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낮에는 고추잠자리 떼가 어지럽게 날고, 밤에는 불빛 따라 나방과 매미 등 각종 곤충들이 방충망에 촘촘히 매달린다.


a 캠프파이어의 불꽃은 타오르고.

캠프파이어의 불꽃은 타오르고. ⓒ 김재경

초등학생은 노란색. 중학생은 연두색 교재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강당에 모였다. 2박3일의 빡빡한 일정들이 피곤할 듯도 한데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온통 흥분과 설렘뿐인 듯 했다.

첫째 날. 시인이자, 수필가인 남주희 편지가족 경북지회장의'우편엽서쓰기' 지도에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강의를 듣고 직접 엽서를 쓰는 모습은 왼손잡이부터 각양각색이다.

우편번호를 모르는 아이, 심지어 집 주소를 모르는 아이도 허다했다. 각 지회 별로 참석한 20명의 인솔 교사들이 학생들 주위를 맴돌며 꼼꼼히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주었다.

"아이 이걸 어쩌나. 내일 비가 온다지 뭐야."

교사들은 야외 행사인 캠프파이어 일정을 환영의 밤 행사와 서둘러 바꾸기로 했다. 집을 떠나 재잘거림 속에서 먹는 수련원의 저녁 식사는 꿀맛이다.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활활 타오르고, 불빛에 열광하며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장기자랑으로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금방 하나로 동화되어 갔다.

학생들이 숙소에서 취침 준비로 부산할 무렵, 청소년 지도사가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데리고 교사 숙소로 왔다. 부모님 품을 떠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듯 했다.

류정호 경인지회장은 그 아이의 부모와 전화를 연결하며 손수 학생 숙소에서 아이를 다독이며 부모역할을 다 하는 모습은 믿음과 신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둘째 날. 편지 쓰기에 이어 논술 교과서 저자인 신호연(배화여중 교사) 시인은 '논술 앞서가라'란 제목으로 흥미롭게 토론하며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갔다.

장윤호(동덕여대 교수) 시인은 '아름다운 말. 빛나는 말' 특강에서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임을 직시하며, 교사나 부모들이 말하기 어려운 청소년의 성교육까지 자연스럽게 터치하는 재치로 갈채를 받았다.

빡센 일정 속에서도 찹쌀밥을 대형 도마 위에 놓고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라며 탕탕 척척 돌아가며 떡메를 내려쳤다.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그때마다 청소년 지도사들은 떡 반죽을 치대며 참기름을 발랐다.

a "인절미맛 고소하지?"

"인절미맛 고소하지?" ⓒ 김재경

드디어 인절미가 완성, 교사들은 콩고물 묻혀가며 고소한 인절미를 썰어 학생들의 입 속에 쏘옥 넣었다. 어느 정도 입맛을 다신 학생들은 장난 끼가 발동해 콩고물을 동료나 청소년 지도사들의 얼굴에 분칠하며 신명이 올랐다.

전통인절미 만들기 행사는 교사에겐 향수를, 학생들에겐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다음은 '하얀 손수건 황톳물들이기와 수중생물 관찰'이다.

"여기는 다슬기가 엄청 많아요."

편지가족 박은주 회장 (서원초교 교감)의 말이 무색하게 장마철 물살은 거셌다. 교사들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했다. 안전을 위해 청소년 지도사들을 상·하류에 배치했다. 조심조심 다소 물살이 완만한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철퍼덕 철퍼덕. 풍덩!'

"우~와!"

물장구가 시작되었다.

교사들과 남학생들은 졸대로 고기를 잡아 보지만 번번이 허탕이다. 겨우 잡인 것은 피라미 두어 마리가 고작이다. 한 교사는"이런 거센 물살에서는 고기가 안 잡혀요"라고 말한다.

물놀이 후, 간식으로 나온 삶은 옥수수와 감자는 별미였다. 허기진 배를 채운 학생들은 다시 강당으로 모였다. 이틀 동안 체험을 더듬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마우신 부모님과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밖에는 하늘이 열린 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편지 쓰기를 끝낸 학생들은 촛불 앞에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사회 일원으로써의 자신을 돌아보며 숙연해졌다.

셋째 날. 아침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과 맞닿은 산자락마다 운무가 장관을 이루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심에서 자란 학생들은 그 절경을 놓일세라 핸드폰으로 찍어가며 신비스러움을 만끽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듯 주은희(연봉초교 교사) 충청지회장의 '우표디자인 과정'은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특강이 되었다. 학생들은 우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운 대로, 열심히 직접 디자인하고 꼼꼼히 색칠하며 실습했다. 즉석에서 잘 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며 격려했다.

a 첨벙첨벙 물놀이는 그저 즐겁다.

첨벙첨벙 물놀이는 그저 즐겁다. ⓒ 김재경

아쉬움을 뒤로하고 2박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에서 우수한 편지글을 선정하여 읽고 시상했다. 초·중학생 최우수작은 힘겹고 아팠던 이야기를 가슴 뭉클한 가족사랑으로 풀어내며 메마른 마음밭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우정사업진흥회 전영대 사무관은"여러분은 모두 편지 쓰기 전령사들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고, 전북 체신청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보내왔다. 수료식장에서 만난 한 중학생은"빡센 일정이지만, 최고로 유익한 캠프로 기억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세찬 빗줄기 속에서 학생들은 각 지회차량에 탑승하며 새로 사귄 친구들을 향해 차창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사)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편지쓰기 금년 캠프는 초등학생(3회) 중학생(6회)로 학생들에겐 교재와 피복은 물론,  일체의 숙식비용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매년 7월 여름방학과 동시에 http://www.letterfamily.or.kr로 신청하면 각 지회별로 선착순 마감합니다.

연합교육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사)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편지쓰기 금년 캠프는 초등학생(3회) 중학생(6회)로 학생들에겐 교재와 피복은 물론,  일체의 숙식비용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매년 7월 여름방학과 동시에 http://www.letterfamily.or.kr로 신청하면 각 지회별로 선착순 마감합니다.

연합교육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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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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